EZ EZViwe

‘부자증세 불가피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나섰나?

[심층분석] 홍준표 ‘바람직한 세제’…‘선거필패’보다 더 무서운 ‘소득불평등’

임혜현 기자 기자  2011.12.06 11:49:1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부자 증세’ 문제가 실질적 결과물 도출에 급피치를 올릴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6일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의 중앙선관위원회 디도스 건과 부자 증세 문제를 동시에 건드리면서, 당이 처한 두 난제에 대한 해법 의지가 강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는 부자 증세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부자 증세 문제로 당 쇄신 요구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판단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바람직한 세제라는 표현을 써 가며 세제 개편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는 한나라당이 디도스 문제로 도덕성에 대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이를 일거에 극복할 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홍 대표는 6일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파문과 관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사건으로 처리가 되도록 기대한다”고 말했고, 이어 “3조원가량의 민생·복지 재원을 추가 확보해 서민과 중산층 복지, 일자리 창출 등에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홍 대표는 “아울러 연간 8800만원을 버는 사람과 100억원, 1000억원을 버는 사람이 똑같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문제”라고 세금 부과 시스템의 현황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뒤 “충분한 검토를 거쳐 바람직한 세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 간판 내려야 할 판? ‘바람직한 세제’ 방점 주목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의 당대표는 현재 모두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홍 대표는 대표 사퇴 카드를 꺼내면서 ‘박근혜 조기 등판 조건’을 결부시켜 일단 자신에게 처해진 압력을 일부 경감시켰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대안 부재론이자 당장 전면에 박 전 대표가 등장하기 어렵다는 친박 쪽 판단이 접점을 이룬 것으로, 입지를 확고히 굳히는 판세 전환을 완전히 이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홍 대표는 사퇴 문제가 일단 봉합된 이후에도 “당 쇄신을 주도할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쇄신 대상이 아닌가 한다(인명진 목사)”는 등 비판을 여전히 받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재보선 국면에서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사실상 방해하려 기획됐다는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건이 드러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떼기 사건(기업으로부터 불법 선거 자금을 모금한 사건) 이래 최악의 민주주의 파괴 사례로 인식하고 있다. 가뜩이나 당 위상이 어려운 사정에 결정타가 가해져, 당 간판을 뗄 위기 국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홍 대표는 디도스 건에 대해 당초 지켜보자는 입장이었고 이러한 태도로 쇄신파로부터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서 이번 정당 대표 연설을 기해 “연루자 엄벌을 촉구한다”고 수위를 높였지만, 이 자체는 별반 높은 수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그 뒤에 당이 ‘국민 눈높이 정당’으로 리뉴얼하는 문제에 홍 대표의 고민이 가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국민 눈높이 정당’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 쓴소리, 아픈 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면서 재창당 수준의 새로운 당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이런 와중에 홍 대표가 민생 복지, 일자리 등과 함께, 바람직한 세제를 거론한 것은 유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불균형’ 심각한 상황에 땜질 세제로는 ‘난망’, 판단한 듯

부자 증세에 대한 논의는 이미 청와대와 여당인 한나라당이 복지 예산 문제로 파열음을 낼 때부터 동전의 앞뒤처럼 거론되며 주목을 끌어 왔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한 당내 이견이 있었다. 즉 증세를 추진하자는 측과 이른바 경제통 의원들의 증세를 함부로 다루면 세제 전반이 무너진다는 신중론 사이에 팽팽한 대결이 있었을뿐더러, 증세 문제를 잘못 건드리는 경우 대중적 지지도가 미세하게 개선되는 것 이상으로 지지층 이반으로 인해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증세 필패론’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력 연장 등 개인적 안위에도 관심이 없을 수 없는 정치인들에게 표심 이탈 문제를 당에서 나서서 건드리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적잖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증세에 대한 거부감을 키우지 않고 세원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친박 진영에서는 느린 입장 선회를 보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표는 애초 ‘누더기 세제 경게론’을 폈으나, 대안 부재 비판이 거세자 일부 입장을 선회해 금융자산 과세 입장을 밝혔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임해규 정책위 부의장은 2000만원이 넘는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장 시장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럽재정 위기와 실물경제 위기 본격 전이 우려 국면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은 기업 지분의 3% 이상 또는 시가총액 1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주식양도 차익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들에게는 상장주식을 거래해 거두는 이득에 면세 혜택을 준 셈이다. 이런 상황에 친박 진영에서 꺼낸 금융 과세 입장은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극히 부담을 주는 정책이다. 아울러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마당에 정치권이 자금 엑소더스를 부채질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반응을 홍 대표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홍 대표의 ‘반값 아파트’ 정책이나 ‘경부고속도로 복층화’를 대운하 대안으로 제안한 점 등 기존 정책들을 살펴 보면, 홍 대표의 기본 정치적 컬러는 신자유주의보다는 케인지안과 실용성 중시에 경도돼 있다고 풀이된다.

◆한국 소득불균형 이미 임계점, 해외에선 부자 중과세 논의 공론화

이런 상황에 당의 경제 정책 판단을 가늠할 수 있는 세제 논란을 길게 갈팡질팡 끌고 가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런 상황에 대한 아젠다 설정이 ‘바람직한 세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바람직하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진보 진영에서 ‘정치적 올바름’ 등 이른바 가치 판단을 기성 정치에까지 잣대로 적용하며 전유물로 사용해 온 것을 역공하는 것이며, 디도스 문제로 제기된 해산 후 재창당 이상의 재무장으로 받아들여질 카드를 꺼낼 필요에 대한 홍 대표 나름의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소득 불균형과 이에 대한 해법 마련에 대한 요구 압력은 이미 임계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소득 양극화보다는 소득 불평등도가 상대적으로 심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11월17일 한국경제연구원  설윤 연구위원은 ‘최근 양극화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소득 양극화지수를 측정한 결과 0.89% 증가한 데 비해,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7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아울러 이를 근로자 가구와 자영업자 가구 등 두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가구의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도가 상대적으로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소비 지출을 통해 살펴본 소비 양극화도는 같은 기간 0.53%의 증가율을 보인데 비해 소비 불평등도는 5.1% 증가율을 보이는 등 문제 심각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구위원은 “소득 양극화는 중산층이 사라지면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으로 나눠지는 현상이고, 소득 불평등은 분배가 균등하게 이뤄지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고, 아울러 “정책적인 목표가 소득 양극화 해소가 아닌 소득 불평등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상황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있는가, 또한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에 대해 경제학적 세계관에 따라 여러 답이 나올 수 있으나, 적어도 경제협력기구(OECD)에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5일(현지시간) OECD가 내놓은 소득 불평등의 장기 추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세게경제 현황은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소득 격차가 30년래 최대 수준에 달한 상황이다.

이 같은 빈부 격차는 흔히 매우 평등한 나라들로 여겨져 온 독일, 덴마크 및 스웨덴에서조차 커지고 있다고 이 기구는 말했다. 즉 지난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새 OECD 전 국가에 걸쳐 국가의 전체 소득 파이 중 잘 사는 자의 몫은 커졌는데, 특히 미국, 호주, 캐나다 및 아일랜드에서는 이 부자 몫의 증대가 심했고 이제 분배가 그간 균형 있게 잘 되어 왔던 국가들에게까지 불균형 문제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이 연구 결과는 “동반 성장을 위한 포괄적 전략이 없으면 불평등은 계속 증대되기 쉽다. 그러나 이처럼 높고 커지는 불평등 현상에 피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법으로, OECD는 기구에 속한 대부분의 개발된 나라들이 공적 재정에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빈곤층에 대한 정부 지출의 증가가 어느 정도는 다 가능하다고 보았다.

◆홍준표 주장, OECD 연구결과와 부합…현실정치에 받아들여질까?

아울러 제일 많이 번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수십년간 늘어난 만큼 정부는 그들로 하여금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OECD는 말했다. 소득 구간이 올라갈수록 세율을 한층 높게 매기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세금을 제대로 냈느냐 안 냈느냐에 대한 상벌 제도 개선과 세금 감면 정책의 폐기도 좋은 방법이라고 OECD는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의 주장은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병폐를 푸는 해법인 복지 증대, 이로 인해 필요한 재정 해결 문제 덧붙여 분배 불균형 문제 등 세 가지 문제를, 부자 증세를 통한 복지 수요 마련으로 해결하자는 것으로 국내외적 접근법 중에서는 가장 앞서나가는 논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런 상황은 청와대나 당내 역학 구도와의 문제, 야권과의 힘겨루기 등이 작용하는 셈법에 따라 수용 여부가 결정될 것인데, 청와대가 이미 복지 증대 문제에서 여야의 합동 압력에 상당 부분 무력해진 상황이고, 친박 진영의 금융 증세론이 뾰족한 대안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사정 아울러 디도스 문제로 인한 도덕성 이슈에 대한 대응 필요 등 상황은 상당히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바람직한 세제 논의가 부자 증세와 연결될지, 그 속도가 어떨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