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의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가 10년 만에 규제를 벗어났다. 국내 조선·중공업 기업들의 발전설비 겸업금지가 풀린 것. 빗장 풀린 기회를 잡으려는 조선 빅3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미래성장동력 경쟁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규제가 풀리자 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며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근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핵심기술을 보유한 발전설비 전문회사 지분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99년 12월 정부가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를 단행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당시 공기업이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향후 10년간 발전설비 겸업금지 조치를 내렸다.
정부의 규제 당시 산업용 보일러 외에 국내시장에서 발전용 보일러 공사는 한국중공업에서만 수행이 가능했다. 남은 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이 가능했지만, 해외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국내 공사실적이 중요했기 때문에 사실상 사업은 어려웠다.
이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은 10년간 한국중공업의 독주를 지켜봐야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규제가 풀리자 국내 조선 ‘빅3’는 일제히 발전설비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기존 조선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重, 발전용 보일러 시장 ‘재진출’
앞서 현대중공업은 2005년 보일러 생산 합작사인 연대현대빙윤중공유한공사(이하 연대현대빙윤)을 설립하고, 중국 보일러 시장에 진출했다. 석탄을 연료로 증기를 발생시키는 유동층연소보일러(CFBC) 제작 등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 공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어 2009년 자체 개발한 친환경 제품인 CFBC를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 재진출했다. 순환유동층 연소기술은 20~100MWe(전기출력의 단위)급의 산업용 보일러나 발전용 보일러에 주로 적용되며, 열효율, 공해물질 배출저감 등에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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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중국 산둥성 하이양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갈 원자로를 출하하고 있다. |
그동안 국내 발전설비 시장을 주도해왔던 두산중공업과 발전용 보일러 시장의 경쟁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발전용 보일러를 제작하게 된 만큼 향후 두산중공업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텍·대경기계 피인수설 급물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발전설비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산업용 보일러 설비업체 지분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박용 보일러와 배열회수보일러(HRSG)를 비롯해 압력용기 등 기자재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12일 산업용 보일러 설비 전문회사인 신텍의 대주주로부터 지분 27%를 415억원(주당 1만5900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이 완료될 경우, 삼성중공업은 신텍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신텍은 삼성중공업 발전부문 출신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열병합용 보일러 설계 및 생산기술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12년 만에 보일러 사업을 재개함에 따라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와 육상플랜트사업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최종계약을 앞둔 지난 9월6일 신텍의 분식회계설이 불거지면서 인수여부가 불투명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업계는 삼성중공업이 더욱 유리한 조건으로 신텍 지분인수를 완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도 발전설비 기술을 확보한 대경기계기술의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경기계기술이 보유한 발전설비 기술을 활용해 기존 조선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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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4호기에 들어갈 증기발생기 1기를 출하하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은 지분투자 형태로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경기계기술은 국민연금07-1 기업구조조정조합QCP12호가 지분 67.59%를 보유하고 있다.
대경기계기술은 11월16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에서 “최대주주를 통해 제한적 경쟁입찰 방식으로 지분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으로의 피인수와 관련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발전용 보일러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경기계기술은 이미 지난 6월 발전용 보일러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따라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향후 발전용 보일러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에너지정보청(EAI)에 따르면, 2030년 세계 에너지 수요는 2007년 대비 39% 늘어나며, 저개발 전력부족 국가 중심의 신규 발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중심의 노후화 발전소 성능개선 발주가 증가해 발전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