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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3자 매각’ 스텝 꼬여버린 외환은행

자신도 매각될 처지 갈 길 바쁜데…‘우성 정리’ 고전한 제일은행 답습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1.12.01 15: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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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외환은행이 또 한번 노조 덕에 ‘동네 북’ 신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외환은행 매각 국면에서 대주주인 론스타에 문제 제기를 활발히 해 온 외환은행 노조는, 가을에는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은행 측에 제안함으로써 외연을 넓혀 왔다. 여기에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에 3000억원대 소송을 당하면서 현대건설 매각 작업에 대한 비판과 훈수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에 따라서는 현대건설 매각 문제에 관련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한 것인지 다툼이 빚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외환은행이 현대건설 매각 문제의 무리수로 인해 현대그룹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면서 체면이 손상됐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현대그룹은 지난 11월23일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 외환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단에게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반환하고 500억원의 손해를 배상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원고는 현대그룹 컨소시엄의 대표격인 현대상선이며 피고는 외환은행, 정책금융 공사와 우리은행 등 채권단 소속 금융기관).

현대건설 매각 잡음…외환노조 “즉각 중단해야”

외환은행이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잡음으로 외환은행이 채권단 내에서는 물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입찰 참여자에게도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잠재된 ‘고장 난 시한폭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의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당초 현대건설 조기 매각을 통해 장기간 미뤄졌던 매각이익을 챙기고 그동안 갈등을 빚어온 현대그룹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대건설 매각 문제가 이후 현대차그룹으로의 매각 쪽으로 다시 방향이 바뀌었고 매끄럽게 마무리되는 대신 현대그룹에 소송까지 당하면서, 이 문제 역시 외환은행 노조에 저항 빌미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24일, 외환은행 경영진에게 현대건설 매각 작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는데, 이 성명서는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외환은행 재매각 과정에서 론스타에게 한몫을 챙겨주기 위한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론스타가 현대건설 매각 대금을 배당으로 챙겨갈 경우 외환은행 전직원은 경영진 퇴진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론스타의 배당 저지에 주로 목적을 둔 것으로 평가되는 외환은행 검사에 착수, 일부 비상임이사에 중징계 통보를 했기 때문에(임원 제재에 대한 최종 의결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이달 28일 열리는 22차 금융위 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임), 당장은 ‘현대건설 매각 변질=배당 먹튀 돕기 연걸’ 수순이 곧장 진행될 일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련한 외환은행 노조는 이 문제 제기를 하면서 “의혹을 사고 있는 현대건설 매각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하고, ‘공정성’으로 논의를 확장시켰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미 드러난 현대그룹의 자금 의혹 갖고도 현대건설 매각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큰 상처를 입었다”며 “현대상선 프랑스법인 예치금 1조2000억원의 출처와 성격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주문했다.

이러한 출처와 성격을 밝히라는 주문은 온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적잖은 부담과 부정적 영향을 주변에 끼칠 수 있다. 우선,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이번 주 내 계약 마무리를 위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가격을 깎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주(를) 한 번 지켜봐 달라”고 말해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러 문제를 다시 짚어 명확히 정리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불거질 여지가 생긴 것이다.

양측은 지난 봄 주식매각계약 연장 국면에서 현대건설 매각 대금 문제로 줄다리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때 론스타는 계약 연장을 하려면, 현대건설 매각대금 약 8000억원(세후)이 외환은행으로 유입된 만큼 매각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했고, 반면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계약 당시 외환은행 주가가 1만2000원에서 1만3000원이었으나 이 무렵 9000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맞서다 타협을 본 적이 있다.

이미 론스타는 조건 없는 주식 매각 명령을 받은 상황이고, 일각에서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논란이 있어 가격을 더 심하게(징벌적 매각론) 깎아야 한다고 논란이 붙은 데다, 이미 계약 연장에서도 저와 같은 현대건설 대금 유입 논의가 나왔었는데(이 영향을 전혀 안 받았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이번에 이 현대건설 매각 문제에 본질적으로 공정성 시비를 짚게 된 셈이다.
 
게도 구럭도 잃은 은행, 상황 이용 잘 한 노조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와 하나금융간 매각 추진 과정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데, 현대그룹으로부터 소송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현대건설 매각 문제에서의 판단 적정성 논란에 불을 지필지 주목된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 문제 역시 론스타 배당금 몰아주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비판 성명을 냈다. 사진은 지난 11월 금융위원회 앞에서 집회 중인 외환은행 노조원들.
외환은행 노조가 공정성 시비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차비를 하는 듯한 이 같은 상황은 외환은행이 현대그룹과 신경전을 여러 건 빚는 국면을 만들게 되면서, 외환은행으로서는 공신력 논란에 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얻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정치권과 연계할 여지도 생겨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외환은행은 현대그룹과는 이미 다른 문제로도 악연이 있다. 지난 4월에는 현대상선이 2009년 576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외환은행이 1년 동안 현대그룹을 상대로 재무개선 약정 체결을 시도한 점이 무위로 끝났다. 금감원이 현대그룹을 주채무계열 목록 자체에서 제외하는 판단을 당시 내렸다.


여기에 현대그룹 측에 의해 다시 현대건설 매각 관련 잡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난 번 법원에서 산업자본 여부 판단 자료 공개 결론이 난 것처럼, 현대건설 매각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문제 제기를 못 할 바 아니고, 이 경우 매각 문제에 대한 저지 효과가 생길 여지도 없지 않다.

더욱이, 1일에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추진 중인 외환은행 매각을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외환은행 노조가 공정성 논의를 제기하면서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쉬워진 형국이다.

우성 털어내려다 엎어진 제일은행 답습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 외환은행 노조의 성명 발표는 국면 흐름에서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능할 여지가 없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SC로 매각된 제일은행이 과거 우성그룹 문제를 빨리 털어내려 안달했으나 오히려 난항을 겪었던 점과 외환은행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난코스가 겹친다는 점에서 이러한 견제 가능성은 일종의 ‘최악의 시나리오’ 격으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제일은행은 과거 우성그룹의 제3자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1997년 가을까지 우성그룹의 제3자 인수를 위한 3차 공개입찰마저 무위로 끝나 이 그룹의 법정관리가 장기화되는 상황을 겪었다. 이렇게 허덕이는 상황에 각종 비리 잡음으로 행장들이 연이어 경질, 사법처리 되고, 결국 한보철강에 ‘다 걸기’식 무리수를 뒀다가 은행 자체가 외국계에 매각되는 불행을 겪은 바 있다.

결국 ‘조속한 매각 원칙’이 금융기관 자신의 존망을 가를 수 있는 화근이 될 수 있다는 전례에서, 그렇잖아도 이미 고용의 질 악화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론스타와 하나금융간 계약 자체도 탐탁찮아 하고 있는 외환 노조가 이번 문제에 반발해 움직일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은행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거나 언제나 거래 관계에서 속칭 갑이라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수조원대 예금과 대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 앞에서 이제 은행이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이고 보면, 이번 제일은행식 잘못된 단추 꿰기에 대응할 외환은행 노조와 현대그룹, 민주당 등 정치권의 움직임에 외환은행으로서는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멀다”는 푸념 밖에는 할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