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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나흘만에 긴급조정권…노동부 뭐했나”

노동계 분노 “향후 협상서 사측 전혀 양보안할 것 전망”

최봉석 기자 기자  2005.12.12 12: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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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여름 아시아나항공 파업에 이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에도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자 노동계를 비롯한 진보진영은 충격에 휩싸였다.

노동계는 사상 네 번째,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인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회사측은 (앞으로)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한 기대가 커져 향후 전개될 노사 협상 과정에서 한치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 한 쪽에서도 이미 “파업 이전부터 적극적인 중재를 했어야 했는데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며 책임의 한쪽은 정부에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직권중재회부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인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직권중재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직권중재의 문제점을 거듭 지적하며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노동계 망연자실 = 정부가 총파업 하루 전인 7일, 파업으로 국민경제와 국민생활에 미치는 큰 피해를 고려해 긴급조정권 발동 등 특단의 대책을 적극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힐 때만해도 파업 당사자들과 노동계를 비롯한 진보진영은 “혹시나”하는 마음이었다.

아시아나항공 파업 때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노동계로부터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불과 파업 나흘째 만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자 “역시나”를 외치며 큰 충격에 빠져있다.

언제나 그렇듯 정부는 줄곧 언론을 통해 ‘노사간 자율교섭’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강제적으로 파업을 중단시켰다. 사상 네 번째, 노무현 정부 출범 뒤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이에 따라 사용자들은 앞으로 노조측과의 교섭보다는 정부의 압력에 기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사측도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검토하자 곧바로 (협상에) 경직된 태도로 일관한 바 있다”며 “임금협상은 노사간 힘겨루기 인데 정부가 개입해 일방적으로 중재명령을 내린다면 노조의 파업권은 앞으로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극약처방으로, 앞으로 사측은 긴급조정권 발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향후 공기업에 대해서는 임금가이드라인으로,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임금협상 자체를 유명무실케 할 수 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노조 상급단체인 공공연맹은 “사측은 조종사들이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11차 교섭까지 동결 주장으로 일관해 임금협상을 결렬로 이르게 했으며,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된 이후 두 차례 교섭에서 기존 입장만 반복했고, 파업에 돌입한 뒤 일절 전화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측이 협상을 노사 간에 풀려는 노력 대신, 노동부의 긴급조정만 기다리면서 노조에 대한 악선전에만 열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측은 총파업이 시작되자 언론을 통해 “조종사들의 파업 목적은 임금이 아닌 해고자 복직에 있다”고 색다른 주장을 꺼내들었다. 노조측이 “해고자 복직 문제는 지난 11월1일 1차 ‘노사협의회’에서 안건을 다뤘고 이번 파업의 목적은 임금인상과 임금협약서 개선”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언론은 이를 외면했다.

진보진영측은 “고임금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국민들이 긍정적은 눈길을 보내지 않았지만, 정부는 노사관계 발전 측면에서 정부가 좀 더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와의 협상에 미온적이었던 사측의 태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파업 초기와 달리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긴급조정권 위헌 여부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승되고 있다.

앞서 민주노동당은 지난 5월께 아시아나 항공 파업에 강행 발동된 긴급조정권에 대한 위헌 여부 법률 검토 작업에 착수,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개정 또는 폐지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노사간 자율교섭으로 인한 타결 가능성이 없어 더 이상 ‘긴급조정권 발동’을 늦추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총파업에 돌입하기 직전부터 ‘긴급조정권’ 발동을 공개적으로 언론에 발표하는 등 노사간 자율교섭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노출해왔다.

▲ 대한항공 정말 손해를 봤을까?= < /STRONG> 대한항공측은 11일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파업까지 이르게 된 점과 국민 편익을 해치고 국가경제에 손실을 초래하게 돼 깊이 반성하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언급하고 파업에 따른 피해 추정 손실액(여객 12만9000명, 화물 9700톤)은 67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그러나 파업을 통해 회사는 적자노선부터 감편, 회사의 손익은 파업으로 오히려 나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한 관계자는 '프라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사가 적자노선을 얼마나 감편했는지 정확한 파악은 불가능하다”면서 “하지만 회사가 주장하는 피해액보다는 훨씬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을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KTX 등의 대체수단이 있기 때문에 회사측은 적자노선의 운행을 파업 기간 동안 중단했고 이에 따라 운항을 위한 비용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계산이다.

관계자는 “이번 파업에서 사측은 서울과 제주, 부산과 제주간의 비행 등 (돈이 되는) 운항은 멈추지 않았다”면서 “회사측의 주장대로 손실이 있긴 하겠지만, 사측이 발표한 피해액은 사실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노조측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파업 기간 동안 대한항공측의 적자노선의 비운행은 노조의 파업 속에서 사측이 왜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하지 않고 부동의 자세를 취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는 대목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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