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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證 노정남 사장, ELW 특혜 ‘무죄’ 후폭풍은?

스캘퍼 편의 사실상 용인…ELW ‘개미의 무덤’ 되나

이수영 기자 기자  2011.11.29 07: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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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주식워런트증권(ELW) 특혜 논란을 둘러싸고 법원이 28일 증권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이날 스캘퍼(초단타투자자)에게 전용선 제공 등 특혜를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대신증권 노정남 대표이사와 김병철 전무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선고인데다 아직 시비에 휘말린 증권사들 다수 선고를 기다리고 있지만 먼저 승기를 잡았다는 점에서 증권가 분위기는 잔뜩 고조돼 있다. 반면 일반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ELW 시장이 자본과 신속성을 갖춘 ‘슈퍼메뚜기’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증권사가 스캘퍼에게 전용선 특혜를 줬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전용선은 이미 증권사들이 다른 기관투자자에게 제공해왔던 것”이라며 “이를 불법으로 규정할만한 법률이 없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전용선으로 인해 개인들이 손실을 보지는 않았지만 ELW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막대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정책적이고 행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며 정책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첫 타자’ 대신證, 후속타자 선례될 듯

업계는 이번 판결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나머지 증권사들의 잇따른 무죄 선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미 무죄 쪽으로 확신을 갖고 있었다”며 “기소 이유가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들도 무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6월 ELW 거래 과정에서 스캘퍼에게 전용선 등 불법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12개 증권사 전·현직 대표이사를 기소했다. 당시 실무 담당자를 비롯해 스캘퍼 등도 함께 재판에 넘겨져 총 48명이 법정에 섰다. 앞서 이달 4일 검찰은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결심공판 이후에도 재판부에 스캘퍼 거래 내역 등이 담긴 동영상 등을 제출하면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부 증권사의 경우 개인 비리혐의가 얽힌 만큼 유죄 취지의 판결이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2개 증권사의 경우는 개인 비리 혐의도 포함돼있어 유죄를 받을 수도 있다”며 “앞으로 재판부의 입장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기소된 증권사는 첫 선고공판이 마무리된 대신증권을 비롯해 현대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HMC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LIG투자증권, 한맥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12곳이다. 이들 증권사의 ELW 재판은 서울중앙지법의 4개 재판부에서 나눠서 진행되고 있다.

◆4년 간 1조 날린 ‘개미’vs1800억 챙긴 ‘스캘퍼’

ELW 스캘퍼 논란은 지난해 가을 이후 가열됐다. 지난해 9월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소위 ‘스캘퍼’로 지칭되는 투기적 거래자가 ELW 시장을 교란한다”고 지적했다.

스캘퍼 논쟁은 올해 3월 검찰이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HMC투자증권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이슈화됐다. 다음날인 24일에는 현대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본사 등이 압수수색 당했고 4월에는 불공정거래 혐의로 현대증권 직원이 구속돼 검찰과 증권사 간 골이 깊어졌다.

검찰은 지난 6월 스캘퍼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증권사 대표 12명 등을 구속기소했으며 지난 4일 대신증권 결심공판에서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과 김병철 전무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지난 9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ELW 특혜 시비는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ELW 거래량이 늘면서 거래소는 지난 4년 동안 765억원의 수익을 더 올렸다”며 “증권사가 알아서 하라는 것은 감독을 안 하겠다는 뜻이냐”고 질책했다.

이 의원은 “전용선이 특혜가 아니라면 스캘퍼들이 증권사 직원들에게 왜 수억원을 줬겠느냐”고도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스캘퍼의 ‘활약’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이 9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13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지켜본 일부 투자자들은 사실상 스캘퍼의 편의를 인정한 당국에 의해 ELW 시장은 더 이상 개인 투자자가 넘볼 수 없는 투자시장이 됐다며 체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