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금융중심지 직접 뛰어 보니…"결국 언어가 경쟁력"

[싱가포르의 한국금융인④] 하나은행 서지수 싱가포르 지점장

싱가포르=노현승 기자 기자  2011.11.28 14:31:1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물류의 중심지로 번영을 구가해 온 싱가포르(星港)는 또 다른 주요 항구인 홍콩과 여러 모로 비교되며 경쟁해 왔다. 이제 단순히 항구도시로서만이 아니라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금융 허브로서 비상하고 있는 점 또한 유사하다.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려는 우리나라는 출발에서는 공식적인 출발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이미 우리 금융인들은 싱가포르에 나가 부딪히고 배우며 내공을 쌓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근래까지 싱가포르 테마섹의 투자를 받았던 인연이 있는 데다, 한국에서 이미 여러 차례 M&A를 통해 성장해 온 만큼 싱가포르 현지에서도 저돌성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금융 중심가인 레플즈 플레이스(Raffles Place)에 위치한 하나은행 지점. 이곳에 들어서면 한국 시중은행 지점에 비해서 조금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다. 흔히 상상했던 국제 금융 중심지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다소 멀었다.

이곳에서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이 해외 유수 금융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금년 초 요직으로 통하는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부임한 서지수 지점장에게 "(한국은 혹은 한국인은) 영어 못 해서 안 된다"는 현지인들의 일침은 가장 큰 자극제였다.
   
싱가포르 금융가인 래플즈 플레이스(Raffles Place)에 위치한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 사무실 전경.

서 지점장은 현지 영업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근무하면서 느낀 바를 장래 지점 운영 방침 더 나아가 우리나라 금융의 역량 강화에 더해 나갈 포부를 밝혔다.

◆나쁘지 않은 조달금리가 밑천…신디케이트 시장에 야망

서 지점장은 "싱가포르 금융당국(MAS)으로부터 역외은행(Offshore Banking)의 자격을 취득해 싱가포르 소재 한국계 (기업의) 현지법인에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 주요 업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신용등급이 은행 본점과 같아 조달금리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현지에 지점 형태로 진출한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캄보디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주변국 역외기업 금융 지원에도 주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해외지점으로서, 언어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데 초점을 두고 노력 중이다.

서 지점장은 "외국계 은행들을 상대로 규모가 큰 신디케이트론을 주관하려면 영어 실력이 모국어 수준으로 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글로벌 은행들이 큰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주도하고 있어 일정 부분 남은 부분에 한국계 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영어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서 지점장은 "현지화에 성공해 글로벌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영어 안 된다' 핀잔에 자극

   
하나은행 서지수 싱가포르 지점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은행 서비스 못지않게 서 지점장이 놀란 부분은 교통 문제. 싱가포르의 대중교통은 불규칙하고 편하지 않다는 점은 서 지점장에게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이에 싱가포리언들에게 "우리나라 대중교통이 편리하다고 말했다"는 서 지점장은 "그러면 뭐하냐 영어(인프라)가 없잖냐?"라고 반격을 당했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글로벌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꼈다는 고백이다.

앞서 말한 신디케이트론 영업 강화 문제뿐 아니라, 서 지점장이 현지에서 느끼는 외국어 구사에 관련한 소회는 상당히 강하고, 이를 가다듬기 위한 노력 역시 치열하다.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에는 본국 직원을 포함해 싱가포르는 물론 말레이시아와 라오스·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다국적으로 총 1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영어가 모국어 수준이지만, 글로벌 은행들에 비해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분명 한계는 있다.

싱가포르 지점에서는 글로벌 은행과 경쟁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사내 어학 강좌를 개설해 영어 및 중국어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서 지점장은 "이를 통해 현지화에 성공해 글로벌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 지점장은 영어발음을 떠나(실제로 싱가포르인들은 영어가 통했으나 발음이 부정확해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있었다는 게 이번 취재 일정에서 느낀 기자의 생각이다) 외국 사람들과 언어가 '통한다'는 사람이 많은 것이 싱가포르의 강점이라고 서 지점장의 설명했다.

서 지점장은 아울러 "홍콩만 하더라도 요새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영어가 통해서 전 세계 사람들이 들어온다"며 "이것이 바로 싱가포르가 금융 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단점을 보강하면 홍콩과 싱가포르 사이를 파고 들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읽힌다.

◆뛰어난 금융시스템 보며 나날이 배우는 게 많아

서 지점장은 또한 장기적인 안목과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꾸준히 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싱가포르 금융 정책 콘트롤 시스템이 인상적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서 지점장은 "우리나라는 사공이 많다. 금융이나 감독원이 일관되게 정책을 해줘야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면서 "싱가포르는 MAS(금융당국)가서 (판단)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장점을 언급했다.

다만 서 지점장은 "싱가포르가 (전적으로 우리 금융의) 모델이 되기는 어렵다"고도 평가했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적은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서 지점장은 길지 않은 근무 기간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를 오래 거쳐 서구화되어 왔고, 금융 중심지로서 이름도 높지만, 오리엔트 특성의 경향이 묘하게 뒤섞여 의외의 구석도 있다는 점도 간파해 냈다. 서 지점장은 "계좌를 하나 트는데 2시간이 걸리더라"라고 현지 금융이 의외로 우리보다 뒤떨어진 부분도 있다는 점을 예시하면서 "효율성을 보장해 주면서 한국의 정서를 가미하면 울트라(급 평가)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싱가포르의 장단점을 널리 보고 배운 서 지점장이 친절하고 빠른 한국적 금융 영업을 접목하는 데 성공할지,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의 앞날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