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대한민국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이 3.5%에 불과한 것으로 OECD 조사 결과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 IMF 이전까지 저축률은 줄곧 20%가 넘었고 일본과 더불어 대표적인 저축강국으로 꼽혔다. 하지만 구제금융 이후 경제구조 자체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저축률은 극적으로 낮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낮아진 저축률의 직접적인 원인은 가계소득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 탓이었다.
IMF 이후 새롭게 등장한 용어가 바로 ‘재테크’다. 이전까지 재테크란 그저 은행에 예금을 맡기거나 적금, 보험 등을 가입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이후 부동산, 주식, 펀드 등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며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 특히 주식투자는 2000년대 초반 코스닥 열풍으로 확산됐고 높은 환금성과 자기 책임으로 이뤄지는 투자운용, 투명한 가격절정과 신속한 거래 등 다른 자산투자와 대비되는 뚜렷한 매력으로 재테크의 총아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작 객장에서 만나는 고객들은 주식투자의 이 같은 매력에만 눈을 빛낼 뿐 증시의 가격결정 메카니즘과 요인 등 핵심적인 원리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심지어 주변의 누군가가 일러준 정보라며 덜컥 해당 종목을 사들인 뒤에야 뒤늦게 그 회사에 대해 묻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또 온갖 기술적 이론과 현란한 차트분석을 자랑하는 투자자 중에도 정작 주가가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등락하는지 등의 핵심원리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간혹 상담이나 강연회 등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의 핵심원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이런 답이 돌아온다. “자동차 운전만 잘하면 되지 굳이 자동차의 구동원리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식이다.
증시에서 이런 식의 반응은 일부분만 맞고 많은 부분은 틀리다. 여유롭고 한가한 도로 위에서 잘 정비된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굳이 자동차의 작동원리를 알 필요가 없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신속하게 목표지점에 도달할 것인가에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시골길을 고물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어떨까. 만약 자동차가 멈추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까. 이때는 자동차의 작동원리를 알고 있어야 곤란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핵심원리를 숙지하고 있다는 것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같은 관점에서 주식시장을 보자.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주식시장보다 더 자주 일어나는 곳이 있을까. 하루가 아니, 매 순간이 변화무쌍한 곳이 주식시장이다. 흔히 듣는 ‘변동성’이라는 말은 바로 주식시장의 예측 불가능함을 이르는 말이 아니다.
그간 예측이 불가능한 지수의 움직임을 예측하고자 무수한 시도가 있었다.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면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비기와 공식이 널렸다. 만약 주가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비결이 다면 우리 주변에는 주식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널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주가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왕도’는 없다고 봐야 한다.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변동성’이라는 험하고 어지러운 파도 위에 띄워진 조각배에 스스로 올라탄 것과 같다. 멀리 희뿌옇게 육지가 보이기는 하지만 노 젓는 팔은 떨리고 파도는 사납다. 변동성으로 들끓는 주식시장에서 마침내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얄팍한 기술이 아니라 핵심원리에 대한 철저한 이해다.
우리투자증권 원주지점 이강률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