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코스피를 하루 만에 하락장으로 반전시켰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18.66포인트 밀린 1776.40으로 마감했다.
최근 3대 신용평가사의 잇따른 신용경색 경고로 글로벌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 컸다. 24일 피치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한데 이어 무디스도 25일 헝가리의 국가신용등급을 Ba1에서 Baa3로 강등했다. S&P 역시 23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머지않았다고 경고했고 유로존에 대한 추가 강등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말 연기금 매수여력 돋보여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고조되자 25일 코스피는 1% 가까운 하락세로 출발했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 매물에 밀려 장중 1774.43까지 밀렸으나 연기금을 중심으로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며 치열한 매매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3648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7거래일 연속 ‘셀코리아’를 고수했다. 개인이 362억원, 기관이 3020억원어치 물량을 흡수하며 선방했지만 약세장을 뒤집지는 못했다.
프로그램매매 역시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물량 부담을 키웠다. 차익거래는 1425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했으며 비차익거래는 50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대부분 업종에 ‘파란불’이 켜진 가운데 전기가스업종이 전기요금 인상 소식에 탄력을 받아 3% 넘게 치솟았다. 이날 한국전력은 전일대비 4.20% 오른 2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한국가스안전공사도 5% 넘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밖에 은행업이 연말 배당기대감에 기관의 매수세가 이어지며 1%대 상승했고 음식료업은 강보합세를 보였다.
반면 운수장비업종과 섬유의복, 화학, 철강금속업종이 2% 이상 밀리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어제 국내에 시판된 일부 차종에서 일산화탄소가 실내로 유입됐다는 지적이 나와 자동차 관련주의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기아차가 4.62%, 현대차도 3% 넘게 급락했고 FTA 수혜주로 분류됐던 에스엘도 5.85%나 주저앉았다.
◆주식비중 확대vs보수적 접근 ‘정답은…’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연구원은 “오늘 자동차 관련주의 하락은 일산화탄소 실내유입 문제와 주간 2교대 체제 실시로 생산량이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며 “일산화탄소 유입 문제는 개선책이 이미 제시됐고 생산량 감소와 관련한 우려는 현실화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가운데서는 삼성전자가 0.42%, 신한지주가 3.21%의 상승세를 탔지만 나머지 주요 종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대주주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하이마트는 나흘째 하락하며 이날도 5.14%나 주가가 빠졌다. 장중 한 때 상승 반전했던 주가는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일괄 사직서 제출 소식에 다시 주저앉았다. 라면값 인상을 발표한 농심은 1%대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최근 코스피 대응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의 조언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짧은 트레이딩을 추천하는 입장과 저점매수로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제기됐다.
하나대투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우려감 속에 국내 증시가 바닥을 다지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실적이 양호한 종목 중심으로 단기적인 트레이딩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현대증권 오은수 연구원은 “모든 업종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이 도래하는 만큼 크리스마스까지는 상승 모멘텀이 어느 정도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심리적으로 지쳐있지만 악제는 이미 나올 만큼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주에는 유럽에서 본격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주식 비중을 높여 저가 메리트 전략을 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4개 종목을 비롯해 238개 종목이 상승했으며 하한가 12개 종목, 592개 종목이 내렸다. 63개 종목은 보합을 유지했다.
◆‘제일 잘 나가던’ 엔터株 폭락
이날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보다 낙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사흘째 하락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코스닥 지수는 전일보다 9.93포인트(2.03%) 빠진 479.55로 장을 마쳤다.
특히 그간 강세를 보였던 엔터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에스엠이 9% 밀렸고 YG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사흘 만에 11% 급락세로 돌아섰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약세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파란불이 켜졌다. 특히 엔터주들이 소속된 출판매체복제업종과 오락문화업종이 각각 7%, 4%대의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운송업종도 5%대의 하락세로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대장주’ 셀트리온이 1%대 하락에 그치며 선방했고 다음, CJ오쇼핑도 약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반면 안철수연구소가 5%대 상승했으며 팅크웨어 인수를 선언한 유비벨록스도 10% 이상 올랐다. 반면 코스닥 새내기인 이엠넷은 하루 동안 14.91%나 급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상한가 13개 종목을 비롯해 254개 종목이 올랐으며 하한가는 11개 종목, 712개 종목이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68개 종목은 보합이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이날 1개월 반 만에 1160원대로 치솟았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3원(0.54%) 오른 116.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12일 이후 한 달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3개국 정상회담이 원론적인 합의에 그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