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싱가포르 처치 스트리트에 위치한 30층 높이의 삼성 허브빌딩. 이곳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제일기획 등 삼성그룹의 ‘아시아 최전방 사단’이 줄줄이 입주해 있다. 물론, 법인 설립을 코앞에 둔 삼성화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8일 오후 2시, 이곳 16층 3호에서 삼성화재 주해연 사무소장을 만나 사업진행 과정과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민국 보험산업의 자존심, 삼성화재가 ‘세계 재보험시장의 허브’ 싱가포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를 두고 업계는 ‘1위의 아집’이라고 수근거리곤 했다. 이미 국내외 내로라하는 보험사들이 싱가포르 재보험시장을 꽉 움켜쥐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업계 판단대로 싱가포르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2009년 4월 기준, 싱가포르 보험시장에 진출한 보험사는 △원보험사 59곳을 비롯해 △재보험사 28곳 △캡티브사 62곳 등 총 149개사에 달한다.
그렇지만 ‘천하의 삼성’이, 무턱대고 일을 저질렀을 리 만무하다. 삼성화재가 작성한 A4용지 11매 분량의 ‘싱가포르 사무소 개소식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이미 2001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싱가포르 사무소 설립을 추진해 왔다.
◆3년의 준비기간, 붙어볼만하다
‘돌다리’라는 것을 확신한 뒤에도 삼성화재의 ‘두드림’은 멈추지 않았다. 2008년에는 현지 시장분석을 위해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냉철하다 못해 냉혹하기까지 한 삼성화재의 ‘확인사살’은 2008년 말에나 끝났다.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도 견실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화재 싱가포르 법인은 이미 ‘코스트센터’에서 ‘프라핏센터’로의 단계적 전환 순서도 꾀한 상태다. 재보험사로 시작한 싱가포르 법인은 향후 캡티브사, 원수사, 브로커사를 계열사로 둔 보험지주회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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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중심가 한복판에 위치한 삼성 허브빌딩. 이곳 16층에는 올 연말 법인승인을 앞두고 있는 삼성화재가 입주해 있다. |
다음은 올 연말 법인 승인을 앞둔 삼성화재 싱가포르사무소 주해연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법인인가가 아직 안 난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쯤 받을 수 있나.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 다만, 현재 예상으로는 올해 안에 싱가포르 금융감독인 MAS 측으로부터 재보험 라이센스를 받을 것 같다.
-사업은 언제부터 가능한가.
▲연말쯤 인가를 받으면 내년부터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한국계 재보험기업으로서는 코리안리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코리안리는 여기가 본사지점 형식이고, 우리는 이와 별도로 단독 법인이 되는 셈이다.
-재보험사업을 선택한 까닭은.
▲2008년 12월 싱가포르로부터 사무소 인가를 받고 나서 지금까지 약 3년간 사업기회를 찾는 데 주력했다. 싱가포르는 홍콩과 더불어 아시아 최대 금융시장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싱가포르는 재보험사업 쪽에서 아시아 최고의 사업 비즈니스 센터다. 재보험사업을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굳이 싱가포르에 진출한 이유는 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싱가포르 정부에서 이곳을 보험산업, 특히 재보험산업의 금융허브로 키우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 덕분에 전 세계 유수 재보험사인 뮌헨리 라던지 스위스리, 알리안츠리 라는 다수의 재보험사들이 다 여기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비즈니스를 해오고 있다. 그러던 차에 우리도 아시아 쪽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사업 준비는 잘돼가나.
▲알다시피 법인 설립을 위해 3년 전부터 사무소를 개소해 차질 없이 준비를 해왔다. 여기 금융당국 청으로부터 인가를 받게 된 것도, 에이엠베스트로부터 ‘A등급’을 받은 것도, 다 이런 노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신설 법인 중 ‘A’를 받는 곳이 흔한가.
“이곳 날씨를 두고 한 사람은 덥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춥다고 하죠. 춥다고 하는 사람은 현지사람이에요. 모든 건물이 24시간 에어컨을 틀고있기 때문이죠.”= 싱가포르에 온 지 어느덧 3년이 훌쩍 넘은 주해연 소장, 긴팔 와이셔츠에 가디건까지…, 그는 어느새 싱가포르 현지인이 다돼있었다.
▲굉장히 드문 일이다. 한국계 회사가 새로 시작하면서 ‘A등급’을 받은 것은 전해 듣기로 극히 드문 경우라고 한다.
-3년 전부터 준비했다던데, 원래 라이센스 받는 게 오래 걸리나.
▲우리가 3년 전부터 라이센스 신청서류를 다 집어넣었다고 하면 오래 걸리는 거겠지만 그렇지 않다. 신청은 올 하반기 초쯤에 했다. 과거 2년 동안은 소위말해서 시장조사 라던지, 고객조사 그리고 우리가 어떤 방법의 엔터티(독립체)를 가질 것인가 고민하고 노력하고 기회를 찾으려 했다. 여기서 원보험업을 할 수도 있고, 브로커 관련 일을 할 수도 있고, 지금처럼 재보험사를 운영할 수도 있다. 그중에서 우리는 재보험사업 모델을 찾은 것이다.
-전세계 유수 재보험사들이 이곳,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후발주자인 만큼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최근 우리가 세계최대 보험회사 전문신용평가 기관인 미국 에이엠베스트(A.M.Best)로부터 ‘A등급’을 받았다. ‘A’라고 하면 웬만한 재보험사들 보다 신용등급이 좋다는 거다. 우리 재무건전성이 여타 재보험사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충분한 매력을 갖춘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코리안리도 내가 알기론 ‘A’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하지만 우리 본사의 경우 ‘A+’다. 다만, 이곳 싱가포르 사무소는 새로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에 ‘A’를 받은 것이다. (귀국 직후인 22일, 에이엠베스트는 삼성화재 신용등급을 평가체계상 최고등급인 ‘A++’로 상승시켰다.)
-뮌헨리나 스위스리 같은 경우 삼성화재보다 높지 않나. (2010년 기준, 뮌헨리와 스위스리 신용등급은 ‘AA’이다)
▲우리보다 조금 높긴 하다. 하지만 싱가포르계 재보험사 중 ‘아시아 캐피털리(ACR)’는 ‘A-’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매출규모로 보면 ACR이 싱가포르계 재보험사 중에서 넘버원 넘버투를 다툰다. 그곳보다 우리가 높다. 세계적 재보험회사인 뮌헨리나 스위스리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A등급)도 결코 뒤지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만 그곳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있다.
▲그런 부문에 대해서는 우리가 극복해야 될 과제고, 처음 시작하는 기업인만큼 열세를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물건(거래물량)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알다시피 그룹사 물건도 있고, 본사에서 개척해 놓은 동남아 주변 한국계 물건들도 있다. 각 나라별 파트너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쪽 회사를 통해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상하는 물량은 어느 정도인가.
▲구체적으로 확정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어느 정도 될 것 같다 예상했기 때문에 이 사업을 하는 거다. 만약, 전혀 안된다고 판단했다면 이 사업을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
-인수종목은 다 짜여져 있나.
▲포트폴리오 같은 경우 우리가 잘 아는 전통적인 보험들이다. 예를 들어 재물이나 기술, 일반배상 또는 적하보험 정도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