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이마트와 유진그룹간의 경영권을 둘러싼 날선 대립각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유진그룹이 오는 30일 2대주주인 선종구 현 회장의 교체를 요청하는 ‘대표이사 개임(改任)’건을 안건으로 추가하면서 부터다. 유진그룹은 현재 보유중인 지분 31.34%에 하이마트 인수당시 함께 했던 재무적투자자(FI)에게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6.9%)을 행사, 지분을 38.24%로 늘릴 예정이다. 하이마트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하이마트 전국 304개 지점의 임직원 5000여명이 25일 하루 연차휴가를 내고 사실상 ‘동맹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이마트는 어떤 기업?
1987년 6월 설립한 하이마트는 지난 2000년 전국 200여개 직영점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전국 1일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 (주)하이마트를 출범했다. 이후 반년만인 같은 해 12월 하이마트 직영점 211점을 운영, 매출 1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경이적인 성장세를 이어간다.
2000년 말부터 하이마트 대표를 지낸 선종구 대표는 하이마트가 어피니티파트너스(AEP)에 매각되기 직전까지 하이마트 지분 11.40%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였다. 2005년 어피니티가 7000여억원에 하이마트 지분 81%를 사들일 당시에도 지분 13.97%(38만1000주)를 보유했었지만 2005년말에 이 지분을 AEP에 매각했다.
지난 2008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파트너스(AEP)는 하이마트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었으나 같은 해 7월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며 매각을 추진했다. 인수전에는 유진그룹과 함께 GS그룹, 사모펀드사인 MBK파트너스 등 3군데가 참여했으나 유진그룹이 유진하이마트홀딩스(SPC)를 설립해 홍콩에서 코리아CE홀딩스와 하이마트를 1조9500억원에 인수하는 지분양수도 계약을 맺으면서 마무리 된다.
당시 유진그룹은 가장 낮은 가격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현 경영진에 의한 지속적인 경영을 약속해 최종적으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진그룹의 경우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당시 유진그룹은 SPC 설립자본금 6000억원을 조달했고, 나머지 인수대금 1조4000억원은 SPC가 외부에서 차입하는 등 상당한 부채를 떠안게 된다. 주력인 건설·레미콘 사업의 수익성마저 저하되면서 2009년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어야 했다. 이후 주요자산 매각과 하이마트 상장 등의 자구책에 나서 300%를 넘던 부채비율은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이마트의 재무부담 역시 유진그룹으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났다. 유진기업은 SPC를 설립해 하이마트를 인수하고 나서 SPC를 다시 하이마트와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SPC가 외부에서 끌어온 1조4000억원의 차입금이 하이마트로 넘어가게 됐다.
◆유진 “최대주주 경영권 당연” vs 하이마트 “경영권 보장 약속”
그러나 유진그룹이 오는 30일 2대주주인 선종구 현 회장의 교체를 요청하는 ‘대표이사 개임(改任)’건을 이사회 안건으로 추가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대표이사 개임 안건을 추가하기로 한 결정은 지난 22일 선 회장이 하이마트 임직원에게 그룹 측의 경영 참여를 비판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직후에 이뤄졌다고 그룹은 설명했다.
유진그룹은 지난 4년 동안 단독대표로 회사를 이끌어왔지만 지난달 유경선 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선임되면서부터 갈등을 빚어왔고 결국 선 회장이 지난 18일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하이마트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릴 테니 21일까지 동참 여부를 알려달라”고 임원들에게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유진그룹은 “선 회장은 당시 유 회장의 공동대표 선임을 논의하는 이사회에 사전연락 없이 불참했다가 이후 공동대표가 아닌 각자대표를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고 최근 들어 다시 자신을 단독대표로 해달라며 문서 확답을 요청했다” 며 “최대주주의 경영 참여를 영구히 배척하겠다는 있을 수 없는 요구”라며 불쾌해했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는 어느 한 개인의 회사가 아닌 임직원들과 주주들의 회사”라며 “경영권을 누리지 못할 바에는 회사를 망가뜨리겠다는 식의 행태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주주와 회사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저버린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M&A를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했는데 정작 최대주주가 경영개입을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인수 이후 4년 동안 한 번도 배당을 받은 적이 없고 하이마트 납품업체와 거래한 적도 없어 경영권 참여가 주주들의 이익을 해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이마트 경영진과 임직원은 유진그룹의 경영권 확보에 반대하는 비대위를 구성했다.
하이마트 비대위는 이날 대치동 본사 앞에서 결의식을 열고 성명서를 통해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장악하게 될 경우 직원들이 소유한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유진그룹의 경영권 장악을 위한 대표이사 개임안을 반대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장악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사회에서 선종구 회장이 해임되고 유진이 경영하게 될 경우 경영진과 우리사주 조합원 모두는 소중한 재산을 부실한 유진에 맡길 수 없어 전량 매각할 것”을 선언했다.
유진기업과 하이마트 간 분쟁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가 개최에서 지분대결의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