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국내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세 곳뿐이다. 이 가운데 국내 증권사 서열에서 항상 수위권을 지키고 있는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한국에서의 영업 노하우를 해외까지 확장, 싱가포르 현지에서도 한국시장과 필적할 정도의 위상을 쌓는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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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위치한 래플스 플레이스(Raffles place) 인근 핀레이슨 그린 거리(Finlayson green)의 조형물. |
실제 우리투자증권 싱가포르 현지법인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상하이사무소 등 동남아 투자은행(IB) 업무의 통합관제탑이며 한국투자증권 싱가포르법인도 '아시아 톱5 IB 진입'을 목표로 한 해외시장 공략 마스터플랜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인적 인프라 구성’ 초점 두고 해외전략 구상
우리투자증권(대표 황성호)은 지난 2007년 9월 아시아 이머징마켓을 포괄적으로 살피기에는 싱가포르가 적합하다는 판단 아래 5000만달러의 자본금을 들여 아시아권 해외영업의 거점으로 이곳에 새 살림을 꾸렸다.
지난 16일 싱가포르 금융중심가인 래플스시티에 위치한 원래플스플레이스빌딩 OUB센터 54층(현지법인사무실)에서 만난 우리투자증권 박병호 현지법인장은 “싱가포르의 장점은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 외에도 인종의 다양성과 지역 접근성이 뛰어나 허브로서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법인장의 말처럼 싱가포르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무장한 채 세계 시장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국적과 인종은 물론 거래 조건과 구성까지 광범위해 글로벌 커버리지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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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 박병호 싱가포르 현지법인장. |
이 결과 2009년 10월 말레이시아 호텔리조트 그룹인 버자야(Berjaya) 그룹의 제주도 휴양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의 금융 주관사로 선정됐고 지난해 초엔 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파키스탄 YB사의 풍력발전단지 조성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까지 주선했다.
2009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주식·채권 거래서비스 외에도 기업 인수합병(M&A) 및 상장 자문 등의 어드바이저리 업무를 주로 수행하며 흑자로 전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재 현지법인의 수익을 책임지는 주식·채권 브로커리지는 최근 한국 국채가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면서 성장세에 탄력을 받고 있다.
박 법인장은 “우리투자증권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 금융투자업체 중 유일한 흑자법인으로 2~3년간 꾸준한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며 “내년에는 25~30%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싱가포르는 개별 라이선스를 따야하는데 현재 어드바이저리와 주식중개 관련 라이선스만 취득한 상태”라며 “현재 집중하고 있는 펀드비지니스 관련 라이선스와 싱가포르 상장 주관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이익 증가가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법인장은 “현재 몇몇 한국 증권사들이 싱가포르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며 “말 그대로 현지화 맞춤전략으로 승부수를 건 상태에서 고객 확보를 위해 좀 더 빨리 움직여야 현지 추세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금융투자업계는 한국과 관련한 업무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해 충분한 분석과 자금력이 동반돼야 싱가포르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
한편, 지난 9월29일 프랑스 헤지펀드 시딩 전문 운용사인 뉴알파(New Alpha)와 협약으로 관심을 받은 ‘우리앱솔루트파트너스(WAP)’도 우투 싱가포르 현지법인 사무실과 같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WAP는 현재 직접운용부터 재간접헤지펀드, 헤지펀드 시딩까지 헤지펀드 전 영역에 대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최근 관심은 역시 국내 금융투자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헤지펀드 시딩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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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앱솔루트파트너스 신남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리스크관리임원(CRO). |
아울러 신남 CFO는 싱가포르 진출 계획을 갖고 있는 국내 금융투자업체에 대한 조언으로 인프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신남 CFO는 “현지 인력을 확보하고 시스템을 정비해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며 “한국 금융투자업계에서 헤지펀드 운용 전략을 묻기 위한 연락이 오곤 하지만 헤지펀드 운용과 관련한 방법론보다는 항상 인적 구성의 중요성을 먼저 얘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역량 바탕으로 해외 영역 확장
한국투자운용지주와 KIARA 등의 잇단 선전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 IB부문 1위와 주식자본시장(ECM) 주관부문 1위의 영예를 안은 바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형 헤지펀드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008년 싱가포르 현지법인으로 설립된 헤지펀드 운용사 KIARA는 1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형 헤지펀드 구상에 힘을 싣는 모멘텀이 되고 있다.
이 증권사는 지난 9월15일 세계 5대 재간접 헤지펀드 전문운용사인 퍼멀그룹(Permal Group)과 한국 헤지펀드 사업의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우량 헤지펀드를 기반으로 한 자산배분계획까지 수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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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남궁성 싱가포르 현지법인장. |
이어 “퍼멀그룹과의 협력관계 조성은 한국형 헤지펀드 상품을 투자자에게 공급하는 것은 물론 싱가포르 내에서 한국을 낮게 바라보는 시선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수많은 국가에서 인프라를 구축한 외국계에 비해 우리 금융투자업계는 아직 여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남궁 법인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우리투자증권 박병호 법인장과 마찬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인프라 구축은 ‘사람’이 핵심이라는 것.
그는 “우리 싱가포르현지법인은 해외 인프라 구축의 선봉에 서있다는 사명을 갖고 인력 조성에 초점을 둔 영업활동을 펼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 진출을 노리는 국내 증권사가 이곳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전문인력 확보와 기업 간 네트워크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 줘 말했다.
남궁 법인장의 말은 근거가 있었다. 이렇듯 올 한해 인력풀을 꾸려 고객 확보에 주력한 결과 2009년 6곳에 불과했던 클라이언트가 현재 60여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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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플스 플레이스(Raffles place) 노스타워에 설치된 야외 시황판. |
남궁 법인장은 “한국의 연구원들은 우수한 리서치능력을 보유한 편”이라며 “개별 커버리지 능력도 수준급이며 이와 맞물려 한국 상품들 역시 자랑할 만하다”고 말했다. 또 “브로커리지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내년부터 한국 상품을 운용할까도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소통하고 주도하는 색깔 있는 리서치’를 기치로 70여명의 연구원이 밸런스를 갖춘 차별화한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2009년부터 홍콩,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 글로벌 금융허브에서 총 5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KIS 투자자 포럼’과 국경을 초월한 폭 넓은 시장분석은 금융 실크로드를 꿈꾸는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만의 강점이다.
마지막으로 남궁 법인장은 영역 확장에 주력할 방침임을 거듭 강조했다. 아시아 이머징마켓에서 브로커리지 사업의 성장성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는 진단에서다.
남궁 법인장은 “현재 말레이시아와 호주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한 상태지만 의뢰인 확보에 더욱 주력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는 물론, 중동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내년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