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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 한·미FTA ‘영향 미미’, 농업 ‘최대 타격’

원재료 절감효과 크지 않은 반면 국산 농축수산물 가격경쟁력 없어져

조민경 기자 기자  2011.11.23 11: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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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로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이 가운데 식품과 농축수산 분야가 최대 피해업종으로 꼽히면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쇠고기와 과일의 관세 인하∙철폐로 국내 수입량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밀가루와 설탕, 대두유 등 관세도 인하되거나 철폐돼 이들을 원재료로 하는 가공식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할당관세 적용으로 무관세인 밀가루 관세율은 내년 3%가 되며, 현재 35%의 관세율인 설탕은 15년에 걸쳐 관세가 30%로 인하된다. 때문에 이들 품목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식품업계의 원가절감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원재료 절감∙수출확대 효과 ‘글쎄’

그러나 한∙미 FTA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 식품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원재료 관세가 낮아 한∙미 FTA 효과는 미미하다”며 “한∙EU FTA의 경우 라면과 과자 등 가공식품의 관세 철폐로 수출확대라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한∙미 FTA의 경우는 조금 지켜봐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제과와 라면업체들도 “한∙미 FTA 효과는 미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곡물가는 워낙 유동적이고 유통망이 다변화돼있어 관세가 조금 인하된다고 해서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자류 수출의 경우도 관세가 인하된다 하더라도 미국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아 큰 수출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소비자 기호가 다르기 때문인데, 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네슬레가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고 덧붙였다.

라면업체들도 한∙미 FTA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현재 8% 관세가 적용되는 라면 관세가 철폐되는데, 국내시장에서 경쟁 심화는 없을 것”이라며 “국내 브랜드 제품의 경쟁력이 있고 국내 라면가격이 국제 라면가격에 비해 저렴해 가격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 농축수산물, 우리식탁 ‘점령’

한∙미 FTA 영향이 미미하다고 분석되는 가공식품업체와 달리 농축수산업계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농업은 한∙미 FTA 최대 피해업종으로 꼽혔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현재 40%인 쇠고기 관세는 15년에 걸쳐, 25% 관세의 돼지고기는 2016년에 관세가 철폐된다. 돼지고기 중 냉동 기타(목살, 갈빗살 등) 품목은 관세 철폐 기간이 2년 연장됐다.

이처럼 쇠고기, 돼지고기 수입관세가 철폐되면 소비자들은 더 낮은 가격에 미국산 쇠고기, 돼지고기를 접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국내 축산물은 미국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축산업계는 시장 개방 여파에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로 인해 향후 15년동안 국내 쇠고기 생산액이 연 평균 2002억원, 모두 3조36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 향후 15년간 연평균 1600억원, 모두 2조4000억원의 생산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체리와 자몽, 레몬 등 과일의 관세도 즉시 철폐되거나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어져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마늘과 고추, 양파 등 주요 농산물은 15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나 수입이 급증할 경우 정부가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추과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쌀과 쌀 관련 제품은 FTA 협상에서 제외됐다.

미국산 수산물 수입도 15년간 연 평균 135억원(1178만달러) 증가해 국내 수산물업계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이 최대 생산국인 명태 수입액이 연평균 53억원(459만달러) 늘고 넙치 35억원(293만달러), 아귀 11억원(96만달러) 순으로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후 15년간 농어업분야에서 발생하는 피해액은 연 평균 8445억원으로, 누적 피해액은 12조668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22조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피해대책을 마련∙이행해 한∙미 FTA 피해를 최소화하고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대책이 국내 농축수산업계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또 농축수산업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