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건설현장에선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죠.”(싱가포르 A 건설현장 관계자)
“공정, 공기단축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제일 우선입니다.”(국내 수도권 B건설현장 관계자)
얼마 전 기자는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3박4일 동안 머물면서 가장 많이 가본 곳은 다름 아닌 공사현장. 서울만한 크기의 땅덩어리에서 각종 인프라 시설 공사가 도심, 섬, 외곽지역을 가리지 않고 진행 중인 까닭에 어딜 가도 높게 솟아 오른 크레인을 쉽게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적지 않았다.
싱가포르에는 세계 유수의 건설사도 마다한 공사를 우리 건설업체가 최고의 기술력으로 공사를 완벽하게 수행중이다. 그런데도 싱가포르에 다녀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초고난이도 대규모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세계가 부러워할 기술력도 아니다. 공사 현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안전관리였다.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국가만 다를 뿐 같은 공사 현장임과 동시에 서로 안전을 가장 중요시 한다는 데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 그런데 안전문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공사현장 산업재해. 즉 인명사고 발생률이 낮아서다.
싱가포르의 경우, 공사 현장 안전관리는 철저하고 투명하게 이뤄진다. 발주처에서 당근과 채찍을 공사현장에 적절하게 배합했다. 일단 공사 현장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그날로 공사는 중단된다. 동시에 발주처와 약속한 공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공사비에도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싱가포르 한 공사현장 관계자는 “발주처와 약속한 공기를 지키지 못하면 5000만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피해볼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대부분의 우리건설업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안전교육을 ‘빡세게’ 실시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공기를 단축시킬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발주처로부터 나오는 각종 인센티브는 물론 발주처에게 시공능력에 대한 신뢰까지 심어줄 수 있다. 돈도 벌고 추가 물량에 대한 일종의 보험도 들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를 보자. 공사 물량 수주 전부터 싱가포르와는 다르다.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발주 물량은 서서히 줄어들고 건설사들의 과당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너도나도 저가입찰의 꼼수를 부리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여기에 지금 정부와 건설업계간에는 최저가낙찰제 시행을 두고 줄다리기 중이다. 최저가낙찰제 확대범위를 기존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사실상 결론이 난 상태지만, 이에 대해 건설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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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싱가포르의 보면, 일례로 공사 현장 근로자가 안전과 관련된 라이센스가 없으면 현장에 발도 못 내밀 정도로 안전에는 엄격한 나라다. 지킬 것만 잘 지키면 싱가포르는 우리 건설업체들에겐 일하기 편한 수주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장 안전을 가장 중요시 여기지만 정작 안전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기반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현장 사고사망자 수는 1383명이다. 이 중 건설업에서 전체의 40%인 556명이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10명 중 4명은 건설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대부분의 공사현장 산재는 추락, 붕괴, 낙하, 충돌, 끼임 등의 안전사고라고 한다. 그러나 매번 건설 현장사고 때면 지적당하는 안전불감증 문제는 나중 일이다. 현장 안전관리를 엄격하게 실시할 수 있도록 발주·입찰·낙찰 과정 등 건설 제도를 확립하는 과정이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