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박지영 기자 기자 2011.11.23 08:49:38
[프라임경제] 15일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비좁은 이코노미석에 몸을 싣고 내리 6시간 반을 날아 드디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그런 우리를 반긴 건 ‘웰 컴 투 싱가포르’라고 적힌 플래카드도, 뭣도 아닌, 습한 공기를 잔뜩 담은 바닷바람이었다. 공항 밖 실외로 나오자 저절로 ‘후욱’ 숨이 턱 막혀왔다. ‘아무리 금융의 허브 싱가포르라지만 이런 아열대지방에서 어떻게 한국사람이 일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기우일 뿐이었다. 한국인 특유의 억센 잡초근성은 여기 싱가포르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17일 싱가포르에 온지 어느덧 이틀째를 맞았다. 현지인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입에 맞았지만 단 하나, 날씨만은 전혀 적응이 안됐다. 인터뷰 하나만 끝내도 물에 젖은 솜이불처럼 몸이 한없이 무거웠다. 게다가 현지사무소 주소만 갖고 인터뷰 장소로 찾아가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환전해간 200싱달러 중 상당부분을 택시비로 날린 것도 습한 날씨와 함께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날도 한창 뙤약볕이 내리쬐는 낮 12시 약속 하나가 잡혀있었다. 올 3월 싱가포르 재보험시장에 진출한 현대해상 해외업무 담당자와의 인터뷰였다. 다가올 인터뷰 시간을 기대하며 ‘설레임반 걱정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전화한통이 걸려왔다. 인터뷰이 하정환 차장이었다. 내용인 즉, 싱가포르 지리를 잘 모르니 묵고 있는 호텔로 데리러 오겠다는 얘기였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눈물이 핑 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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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해외업무부 하정환 차장이 싱가포르 사무소 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을 찍기 전 꽤 쑥쓰러워 하던 하 차장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
하 차장을 통해 싱가포르 경제와 이곳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의 위상, 그리고 현대해상의 현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하 차장과의 일문일답.
-싱가포르 날씨 적응이 안 되던데 어떤가.
▲어제 한국에서 지인이 오셨다가 가셨는데 그분한테 제가 이런 얘길 했어요. 밖에 나와서 같이 걸어다니는데 ‘나 너무 행복하다’고요. 제가 여기 싱가포르에 4월에 왔는데 6월이 제일 덥더라고요.
-애초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려고 구글서 위치를 뽑아봤다. 시간상 15~20분 거리길래 걸어가려 했더니 여기선 3분 이상 못 걷는다더라.
▲걸어오셨으면 목욕을 한번 제대로 했을 겁니다. 여기는 웬만하면 로컬층도 택시를 타요. 또 특이한 점은 건물들도 건물끼리 연결돼 있어요, 안 그러면 땀이 나니까요.
-다들 싱가포르를 ‘금융 허브’라고 하는데, 실제 이곳 상황은 어떤가.
▲5일날 여기에 총선이 있었어요. 그때 보니까 외국인을 제외한 선거권을 가진 사람이 220만 밖에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노인분들을 뺀 실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현지인이 200만이 채 안 되는 거죠.
-홍콩과 함께 ‘쇼핑의 나라’라면서 이곳 물가가 너무 높다.
▲여기는 모든 게 다 비싸요. 2006년도 환율이 620원이었는데 지금은 880원, 900원까지 올라가니까 환율만 놓고 보면 원화를 쓰는 한국사람은 45%정도 부담감을 느끼게 되죠. 제가 3월에 세계 생활물가지수 순위를 봤는데 도쿄가 1위고 싱가포르가 10위더라고요. 한국은 한 30위 밖이었어요.
-한국기업의 현지 위상은 어떤가.
▲싱가포르 내에서 한국 건설사들 위상이 높죠. 자긍심도 대단합니다. 여기에 현대건설 지사가 있거든요. 그런데 지사장님이 그러더라고요. ‘싱가포르 땅 우리가 다 넓혔다’고요. 싱가포르가, 역사적으로 아시겠지만 1965년도에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떨어져 나와 옛날에는 땅덩어리가 좁았는데 지금은 서울보다 넓답니다.
-현지법인 소개를 간략하게 해달라.
점심식사를 마치고 현지 법인인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하정환 차장과 인터뷰를 이어갔다.
▲정식 회사이름은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입니다. 기사에도 많이 났었는데 홍콩에 소재한 브로커사 코스모스와 조인트 벤처를 론칭한 거죠. 코스모스는 일본 이토추그룹 계열이고요.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은 재보험사인가.
▲아니요. 이곳은 브로킹컴퍼니고, 전 브로커입니다. 그러니까 보험 쪽으로 보면 현대해상과 같은 원보험사가 있고, 코리안리 같은 전업 재보험사가 있죠. 우리는 그 두 개사를 연결해 서비스하는 브로킹컴퍼니입니다.
-현대해상 해외지사는 이곳뿐인가.
▲우선 일본지점이 있고요, 미국 뉴저지에 지점이 있고, 중국엔 법인 보험사가 있습니다. 여기는 법인이면서 브로킹을 하는, 한국 원보험사 중에서 브로킹을 하는 회사는 현대해상이 처음입니다.
-직접 영업도 하나.
▲브로킹 영업을 하죠. 현대해상 본사에서 언더라이팅과 해외영업 관련 업무를 16년하다가 브로킹 법인이 세워지면서 이곳 법인으로 옮기게 된 겁니다. 한국기업이 외국에 가면 그게 프로젝트를 하던 뭘하던 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자동차보험 들어야 하죠, 직원들 산재보험 근재보험 들어야 하죠, 프로젝트하면 PI보험과 공사목적물에 대한 공사보험 들어야 하죠, 이게 다 의무보험이에요. 그런데 외국에 처음 진출한 회사 같은 경우 보험사가 어디있는지 주소도 모르고 어떤 보상한도로 가입해야 하는 지 법규도 모르잖아요. 그럼 제가 그걸 다 조사해서 보험사를 만나고 알아보고 어레인지(처리)하는 겁니다.
-각 나라별 보험법규를 다 알고 있다는 말인가.
▲개인으로 하기에는 어렵고요. 각 나라마다 보험환경도 바뀌고 법규, 시장도 바뀌지 않습니까. 그거를 써베이(조사) 해서 리포트를 작성하는 회사가 따로 있어요. 악스코라고요, 런던에 있는 회사입니다. 그게 기본자료가 되는 거죠.
-따로 영업노하우가 있다면.
▲어려운 질문인데요. 원래 보험산업이 인지사업이라고 하잖아요. 기자님을 만나게 된 것도 원래는 모르는 사이였지만 한국본사와 연락이 돼서 인사를 하게 된 거잖아요. 그것과 똑같아요. 회사에 대한 간단한 안내서를 만들어서 사람이나 조직을 만나 얘기도하고 비즈니스도 하죠. 한국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지 정확히 상대가 뭘 원하는 지 빨리 판단해야 합니다.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이라고 하면 신생회사라 영업하기 힘들지 않나.
▲현대해상이 결코 작은 회사가 아닙니다. 기존에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유럽에 있는 파트너들과 몇십년간 비즈니스를 해왔고요, 지금도 물론 데일리하고 있고. 인지도나 이런 점은 현대해상과 코스모스 이야기만 하면 영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하진 않아요.
-하루에 몇 명정도 만나나.
▲여기에 4월에 왔는데 4월부터 7월 초 넉달간은 하루에 5번씩 미팅을 했죠. 주로 방문을 했는데 가서 인사하고 명함주고 집중해서 만났다면, 지금은 비즈니스하면서 인사하고 협의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현대’라는 타이틀이 있으니 영업하기 편리하겠다.
▲그런 것도 있고요, 저는 아직 현대해상 직원이며 한국 본사에 대한 위상이 크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예를 들어 한국 손배보험시장 규모가 45조인데 말레이시아는 3조 밖에 안돼요. 한국보험시장이 굉장히 큰 시장이죠.
-굳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운 이유는.
▲싱가포르 재보험시장이 서구화된 까닭이죠.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재보험마켓이 미비했는데 아시아쪽 시장이 커지면서 재보험사들이 싱가포르로 많이 진출했어요. 홍콩과 싱가포르가 재보험시장 헤드오피스 경쟁을 하다가 싱가폴로 넘어오게 된 거죠. 거의 모든 재보험사들이 거진 다 여기에 나와 있다고 보면 되요. 싱가포르에 플레이어들이 많으니까 우리도 이쪽에 법인을 설립한 거고요.
-그렇다면 코리안리와 삼성화재는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관계인가.
▲어떻게 보면 코리안리는 저한테 클라이언트가 될 수 있고요, 파트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삼성화재는 한국 원수보험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어 아무래도 경쟁관계죠. 다만 해외 비즈니스의 경우 한국처럼 매일매일 경쟁하는 관계는 아니에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정보도 공유하고 그런 일들이 많죠.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는 코리안리, 삼성화재, 현대해상은 자주 만나나.
▲일단 (코리안리) 이영배 지점장 (삼성화재) 주해연 소장님 두 분은 많이 바쁘시고요. 특히 주 소장님은 법인을 론칭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도 뽑아야 하고 플랜도 세워야해서 자주 뵙고 있지 못 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무실 위치가 가까워서 가끔 점심때 식사도 하고, 얼굴은 뵙고 있습니다.
-바쁘신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