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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르포] 싱가포르서 쌍용은 ‘불가사의 건설사’ 그 이유가…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공사현장 등 초고난도 프로젝트 오차범위 ‘제로’

김관식 기자 기자  2011.11.23 0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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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싱가포르에서 쌍용건설의 맹주는 토목공사 실적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 내 최대 규모 프로젝트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공사현장을 한치 오차도 허용치 않고 수행 중이다. 이 사업들은 세계 각국에서 ‘토목공사를 좀 한다’는 건설사들도 시공이 까다로워 혀를 내둘렀을 정도. 쌍용건설만이 보유한 독창적인 기술력이 싱가포르 토목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쌍용건설의 기술력을 두고 현지에선 “언빌리버블”이라고 감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장을 찾아갔다.  

쌍용건설은 1980년 싱가포르에 진출한 이래 지난 30여년간 총 39건 48억달러 규모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초대형 지하 고속도로와 지하철 등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난이도 토목공사다. 쌍용건설의 기술력은 향후 싱가포르 인프라 조성에 대한 청사진의 밑거름으로 이미 세계에서 주시하는 핵심 공사현장이다.

◆“한발짝에 10억 투입”

“One step is one million dollar.”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난 김동진 쌍용건설 현장소장(상무)은 ‘마리나해안고속도로’ 프로젝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482공구는 0.67㎞의 지하고속도로와 0.33㎞의 지하 진입도로 등 총 연장 1㎞, 왕복 10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싱가포르에서 쌍용건설의 기술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세계 유수의 건설사들도 마다한 초고난이도 프로젝트들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마리나해안지하고속도로 프로젝트 현장.

공사비만 약 8200억원. 1m당 공사비가 약 8억2000만원이 든다. 한걸음 나가는 데 10억원 가까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비싸다고 알려진 성남판교지구 8차선 지하도로의 1m 당 공사비(7200만원)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비싸다.

이처럼 공사비가 비싼 이유는 불안정한 매립지 지하에 난이도가 높은 각종 최첨단 공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마리나 해안 일대는 매립지기 때문에 연약한 해상 점토를 보강하는 지반 보강 공법이 이번 프로젝트 수주의 관건이었다”며 “이를 보강하기 위해 지표면 15m 아래에 시멘트를 주입해 10~19.5m두께로 약 81만㎡의 연약지반을 지반 구조체로 계량했다”고 말했다.

마리나 해안고속도로가 난공사로 꼽히는 이유는 쌍용건설이 뚫을 고속도로 터널 아래로 지하철 개통이 예정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시공과 함께 박스형 터널 구조체인 지하철도 함께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공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터널 구조물의 기초에는 직경 1.0~2.0m, 최대 깊이 75m의 파일(대구경 현장 타설 말뚝)을 무려 1350여개를 설치했다. 연약한 지반을 보강하기 위해 들어간 시멘트와 터널 구조물에 사용한 철근을 합하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3개 정도 지을 수 있는 양이 땅 속에 들어가는 셈이다.

   
마리나해안고속도로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동진 쌍용건설 현장소장(상무).
김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난이도가 가장 높았던 부분으로 최대 굴착폭이 140m에 달하는 곡선 구간 시공을 꼽았다.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도로를 따라 파이프 파일(흙막이 벽체)을 설치하고 벽체에는 수직방향으로 버팀목을 가설해 흙막이 벽체를 지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정형의 굴착면으로 이뤄진 곡선 구간에 설치된 버팀보가 토압을 제어할 수 없게 되는 약점이 발생한다.

쌍용건설은 이를 보완키 위해 ‘슈퍼빔’ 공법이라는 방법을 도입했다. 슈퍼빔은 철근과 시멘트가 섞인 가시설로 좌우 벽체 중간에 슈퍼빔을 설치해 버팀보를 양쪽에 가설함으로써 벽체의 토압을 버팀보에 수직으로 작용하도록 했다. 좌우에 전해지는 힘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고 안정적으로 흙막이 벽체를 지지하면서 굴착 공사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소장은 “도로 시공에 슈퍼빔 공법이 도입된 것은 처음으로 가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며 “수많은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해 시공현장과 잘 맞아 떨어져 굉장히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시켰다”고 말했다.

◆“안전 또 안전”…현장소장 직속 직원관리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프로젝트와 동시에 싱가포르 최중심지에선 또 다른 초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중심지인 리틀 인디아와 부기스를 잇는 총 연장 1.065㎞의 지하철과 2개 역사를 건설하는 ‘도심 지하철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09년 약 7000억원에 디자인&빌드 방식으로 단독 수주한 프로젝트로 수주 당시 해외건설 40여년 동안 국내 기업이 수주한 해외 철도·지하철 프로젝트 중에서는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총 10구간 중 최대 규모인 이 프로젝트는 다른 구간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구간에는 번잡한 도로와 폭 25m의 로처 운하가 지나고 있다. 지하에는 기존 지하철 노선이 3.7m 위로 통과하며, 공사구간 아래 연약지반에는 향후 들어설 10차선 규모의 지하 차도를 위한 167m 길이의 박스형 터널 구조체도 미리 건설해야 한다. 위로는 한강을 머리에 이고 공사를 해야 하는 격으로 발밑에 들어설 터널도 미리 감안해야 한다.

   
도심지하철2단계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남현 쌍용건설 현장소장(상무).
싱가포르 도심지하철 2단계 김남현 쌍용건설 현장소장(상무)은 “이번 프로젝트는 도로와 수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고난도 공사”라며 “50m의 수로 및 도로 이설을 50여차례나 해야 할 만큼 시공과 교통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높은 건물에서 공사 현장을 내려다보면 공정은 물론 교통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현장에 나온 쌍용건설 관계자는 “지금 왼쪽(사진)도로는 공사현장 오른쪽에 있던 도로였다”며 위치를 손끝으로 가리켰다.

이 같이 난이도가 높은 공사를 진행 할 수 있었던 것은 난공사에 시공경험이 많은 현장 소장과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쌍용건설에 몸담은 34년 동안 23년을 해외현장에서 보냈다. 현지 직원들은 자국인 23명과 11개국으로 구성된 내국인 등을 포함해 114명으로 지하철 공사에 베테랑들만 골라서 직원을 구성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공사에는 지하철 공사와 함께 지하철 역사 2개를 지어야 한다. 타 구간에 비해 소음, 먼지, 진동 등이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도심지하철 2단계 사업현장은 발주처 건물 바로 옆에서 시공하고 있다. 발주처 직원이 약 2300명으로 약 5000여개의 눈이 공사현장에 집중되는 셈이다.

김 소장은 “발주처 건물이 옆에 있어서 부담감도 없진 않지만, 발주처에서 직접 타 구간 건설사 관계자들을 데리고 우리(쌍용건설) 현장을 소개하는 것을 보면 내심 뿌듯하다”고 말했다.

혼잡하고 바쁜 공사현장에서는 김 소장 직속으로 직원 안전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안전문제와 공기 관리를 위해 현지 직원들에게 팀장 업무도 맡겨서 운영하고 있다.

김 소장은 “품질, 안전, 공정 세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 중 안전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며 “매주 현장소장 주관으로 현장 안정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