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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 1위 신화’ 동양종금…최적의 인수·합병 작품

[대기업 해부] 동양종합금융증권…ⓛ 태동과 성장

이정하 기자 기자  2011.11.22 08: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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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대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동양종금증권을 조명한다. 그룹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분구조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증권업계의 양대산맥인 대우와 삼성증권 속에서도 동양종금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1위를 고수하고 있다. CMA 열풍을 타고 2010년 1000억원이 훌쩍 넘는 순이익을 내기도 했다.

◆일국증권 인수로 증권업 도전

   
을지로에 위치한 동양종금증권 본사 전경.
동양종금의 뿌리는 1964년 설립된 일국증권이다. 일국증권이 횡령과 경영부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1984년 동양시멘트는 177만7000주(88.85%)를 23억1000만원에 인수,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이듬해 6월18일 동양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동양그룹 내 계열사로 거듭나게 된다.

동양은 이후 그룹 금융사인 동양증권에 증자금으로 60억 이상을 쏟는 등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넓혀 나갔다. 동양증권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며 업계의 다크호스로 성장했다. 동양증권으로 변경 다음해인 1986년 주식거래 실적은 95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하며 업계 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동양증권 조경호 사장은 당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룹에서 증권을 주력 기업으로 육성할 강한 의지를 지닌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크다”며 “90년대까지는 25개 증권사 가운데 2~3위가 될 수 있도록 전력투구 하겠다”고 말했다.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이 정식 취임한 다음해인 1990년, 동양증권은 덩치 키우기에 본격 나서게 된다. 동양투금을 인수, 선물 팩토링(매출채권을 바탕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 금융에 적극 뛰어들게 된다. 금융 분야의 수직 계열화는 이때 이뤄졌다.

당시 산업계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이 대세로 굳어져 있었으나 현 회장은 금융 산업에 집중했고, 1993년 금융 부분의 매출이 비금융 부분을 앞지르는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여줬다.

◆종금업으로 새 도약

동양종금은 1990년 동양그룹이 인수한 동양투자금융에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 투자금융업들이 업무 확장 등의 이유로 종금으로 대거 변신한다. 동양투금도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1996년 종금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양투금의 대주주인 현재현 회장이 동양투금의 주식을 대거 취득, 대주주 지분율을 높이기도 했다. 이후 업계 최초로 뮤추얼펀드(Mutual Fund)를 판매하는 등 활발한 개방형 뮤추얼펀드의 성공적 정착을 이끌었다.

2000년대 들어 현대울산종합금융을 흡수합병하면서 동양현대종합금융으로 변경했고, 같은 해 6월 리젠트종합금융 인수함으로써 대형 종금회사로 발돋움한다. 이듬해 12월 초우량 금융기관으로 거듭난다는 취지에서 다시 동양증권이 합병, 종금업 라이센스를 취득하게 된다. 일국증권 인수로 시작된 동양종금은 끊임없는 M&A(인수합병)로 몸집을 불리면 대형 증권사로 성장하게 된다.

종금은 일반 증권사와 달리 기업 여신 업무가 가능하다. 리테일 중심의 일반 증권사들 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가 가능해 수익성이 높다. 실제 동양종금은 2005년 자기자본이익률(ROE) 29%를 달성했다. 일반 증권사의 ROE는 10%를 넘기 힘든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높은 수치다.

메리츠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동양현대종합금융과 합병으로 금융투자업과 종합금융업을 함께 영위할 수 있어, 타 증권사와 달리 종금업무로 인해 수익구조가 다변화 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이익의 안정성이 높은 편”이라며 “주식시장의 약세로 업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종금업무 관련 대출 등의 수익원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양현대종합금융과의 합병으로 종합금융업을 영위했으나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시행령에 따라 지배회사가 종금업을 겸하는 기간 만료(10년)로 내달 1일 동양증권으로 컴백하게 된다.

◆"CMA, 날개를 달다"

여수신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비교우위로 활용해 동양종금은 2004년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출시한다.

CMA는 편리한 서비스와 높은 수익률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동양종금은 업계 최초로 지급결제 서비스를 도입, CMA 계좌로 이체 및 입금을 가능토록 했으며,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 및 인터넷 뱅킹과 공과금 납부도 할 수 있도록 등 은행에서 가능한 서비스를 최대한 제공했다. 특히 종금형 CMA는 예금자보호 대상 상품이라는 점도 적극 어필했다.

현재 동양종금의 CMA 운용계좌는 390만으로 업계 1위다. 2위인 미래에셋증권(120만)에 비해서도 3배 이상 많다. 2004년 CMA 출시 이후 연속 1위라는 불멸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유준열 사장.

CMA 열풍의 선봉에는 오리지널 동양맨 유준열 사장이 있다. 동양에 입사해, 줄곧 동양을 위해 일해온 유 사장은 2007년 이후 CMA 1위를 굳건히 지켰왔다. 취임 이듬해인 2008년에는 당기순이익 1807억원, 전년 대비 184.2% 늘리는 등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CMA로 승승장부하던 동양종금이지만 낮은 금리와 기업대출 불가, 종금형 CMA의 종료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고 10조원에 이르렀던 동양종금의 CMA 잔고는 현재 8조5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 가량 줄었다.

동양종금은 종금업 만료에 따른 부담에 대해 “오랫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에 큰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난 9월 1000억원의 청약이 미달 사태로 이어지는 등 종금업 종료에 따른 투자재원 마련에 차질이 빚어졌다.

KTB 조성경 연구원은 “당사 및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이나 향후 종금 라이센스 만료에 따른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그룹사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고, 흑자로 전환한 실적임에도 불구 향후 주가 모멘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양&동양종금 앞길은?

동양종금은 동양그룹의 자회사로써 동양그룹 54개 계열사 중 하나다. 동양그룹 내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는 동양종금을 포함해 동양생명보험, 동양인베스트먼트, 동양캐피탈대부, 동양파이낸셜대부, 동양자산운용, 동양밸류오션기업인수목적, 티와이머니대부 등 총 9개다. 이중 동양인베스트먼트와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종금의 종속회사로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동양그룹은 지난 17일 동양생명보험을 포기한다는 풍문에 시달렸다. 동양그룹이 동양시멘트와 동양메이저 등 제조·건설업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자 자금 조달 목적으로 동양생명 지분 49.5%를 콜옵션 조건(30%)으로 매각했으나 콜옵션을 포기, 매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동양종금은 조회공시에서 “동양생명보험 콜옵션(주식매입권리) 포기 및 보유지분 매각을 보고인베스트먼트와 협의 중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며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계열사 매수를 고려할 만큼 동양그룹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동양생명은 총자산은  11조4000억원, 전년 순이익 1051억원이다. 그룹 알짜배기 노른자 계열사의 매각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동양그룹 전체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동양종금의 미래도 미지수다. 내달 1일부터 종금업 만료와 증권업계의 불황 등 내외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전략적 제휴 및 해외진출도 적극 나서고 있지만 그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