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현지 한국기업 위한 '일당백式 금융지원 특명' 수행

[싱가포르 한국금융인들①] '동남아본부' 목표삼은 신한은행 정종민 지점장

싱가포르=노현승 기자 기자  2011.11.21 17:49:4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싱가포르, 성항(星港)이라고도 불리는 동남아시아지역의 이 작은 나라는 보잘 것 없는 작은 섬임에도 불구하고 번영을 구가하면서 세계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과거에는 물류 등 실물 경제면에서 '무역 중개항'으로 부각돼 왔다면, 근래에는 특히 '금융 허브 국가'로서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이 나갈 바를 보여주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한국계 기업은 물론 세계 각국의 유수한 기업들이 진출해 국제적인 비즈니스센터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현지기업의 주거래은행으로서의 역할이 우리나라 은행들에게 요구되고 있으며 향후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는 신한은행 지점은 가장 자부심이 강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금융의 대표 주자인 신한지주에서도 중요한 공략처인 금융 중심지로 파견된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당백으로 하면 된다'는 정신을 발휘하고 시험하기 좋은 조건인 셈이다.

싱가포르는 외국계 은행에 대해 △역외(Offshore) △도매(Wholesale) △종합금융(Full Banks) 등으로 자격을 차별화한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은행은 다섯 군데로 그 중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은 역외은행(Offshore Bank)이며 외환은행만이 도매은행(Wholesale Bank)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렇게 제한된 자격으로는 현지 은행과의 경쟁력 한계는 단번에 뛰어넘기 힘들다. 신한은행 정종민 싱가포르 지점장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일본 은행인 SMBC(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경우 지점 형태임에도 직원수가 250여명을 웃돌며 동남아 본부 역할을 하는 등 그 역량이 크다"며 지속적으로 직원들을 고용하는 등의 투자를 하지 않으면 현지화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런 일본 금융권의 사례와 굳이 비교해 보지 않더라도, 신한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은 모두 12명. 본국 직원은 3명, 9명은 현지직원으로 이들 열둘이 한 데 어울려 언어적 장벽과 다른 나라에서 굴러들어온 은행이라는 한계, 규모의 열세를 극복하며 영업력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기자가 싱가포르를 직접 방문해 취재한 결과, 국내 은행 해외지점은 주로 한국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거나 신디케이트론(Syndication loan)을 하고 있단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디케이트론이란 두 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 또는 은행단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금액을 융자해주는 중장기 대출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리테일 업무를 다루지 않아 수익성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조심스럽게 나타낸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정 지점장의 설명이다.

   
신한은행 정종민 싱가포르 지점장.
정 지점장은 "사실상 리테일 영업은 한국으로의 송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큰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먼허에 따른 영업상 어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먼허를 받지 못해 손댈 수 없는 영역은 과감하게 잊고 다른 시장을 개척한다는 진취적인 태도다. 결국 대부분의 수익성은 기업으로부터 창출된다는 설명인데, 이는 국내기업의 동남아 진출에 따른 영업활동 뿐 아니라 현지 기업과의 거래도 활발해지면서 수익성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입 직원 시절부터 '맹패'를 거치며 진취성과 적극성을 강조해 온 신한의 기업 문화를 해외에서 고기가 물 만난 듯 발휘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이 싱가포르에 나온 신한인들은 금융 중심지에서 다른 금융기관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자체의 역량 확대를 밑거름 삼아 동남아 지역, 특히 인도네시아 등 진출에 후방 지원 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은행 싱가포르 지점 로비. 싱가포르 금융가인 래플즈 플레이스(Raffles Place)에 위치해 있다.

동남아는 베트남,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등 인구도 많고 자원도 풍부한 국가들이 포진한 지역이라 국내 은행계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각 국가별로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신한은행 싱가포르 지점에서는 금융 허브를 중심으로 주변국 시장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일찍부터 주목하고 있다. 근래 신한은행의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 추진설 등도 있는 바, 만일 이 건이 성사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협업에 즉시 나설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정 지점장은 "최근 싱가포르 주변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한국계 기업들과 협력업체들의 진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싱가포르 내 기업뿐 아니라 주변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 여신 및 무역금융 등을 할 수 있는 동남아 지역 본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8일 지식경제부가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경제 협력을 전담하는 한-인도네시아 경제협력 사무국 설치를 위한 운영지침을 확정했다고 발표하는 등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경제 협력을 전담하는 기구가 생겨 국내 기업들이 신흥시장 개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와 산업이 결합된 대형 프로젝트 등 그동안 두 나라가 추진해온 프로젝트들 역시 본격화되면서 또 다른 수익원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가스전 개발과 운송·저장설비 투자, CNG발전소 건설 등 대규모 사업을 연계한 'CNG 패키지 사업'에 대한 협의도 진척되면서 은행업무의 활동폭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

즉, 국내은행 해외지점들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에 대해 무역금융 등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정 지점장 역시 싱가포르 주변국에 진출한 지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동남아 지역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한편,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신한은행의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 추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신한은행 싱가포르 지점 사무실 전경.

금융허브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동남아지역에 신한은행 네트워크가 없는 지역, 동시에 한국계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지역에 네트워크를 늘려가는 것이 미션인만큼, 인도네시아 은행 추진을 통해 터전을 넓히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 지점장은 "현지법인의 경우 본점과는 별개로 신용등급을 부여받게 돼 본점의 등급을 그대로 적용받는 지점보다는 자금조달비용이 더 든다"며 "주변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싱가포르 지점에서 보다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중심지(Money Market Center)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지점장은 "새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분기별로 한 번씩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국계 기업을 방문한다"면서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인도네시아에 네트워크가 형성이 된다면 싱가포르 지점과 협업(co-work)을 통해 분명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