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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불패’ 증권사, 3년 연속 2조원 넘게 벌었다

작년 당기순익 2조8051억…전체수익 49.6%는 ‘위탁매매’

이수영 기자 기자  2011.11.21 15: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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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3년 연속 2조원대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의 주수익 창구였던 위탁매매 수익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져 수익구조도 점차 다양화되는 추세다.

한국금융투자협회(회장 황건호)가 21일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 증권사의 수익을 분석한 결과 국내 증권사들은 금융위기에도 미국, 일본에 비해 견조한 당기순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2008년부터 3년 연속 2조원 이상을 순이익으로 남겼다. 2006년 2조6016억원에서 2008년 4조4098억원까지 수익이 치솟았던 증권업계는 리먼 사태 이후 2008년 2조201억원으로 순익이 반 토막 났으나 2009년 2조9477억원, 2010년 2조8051억원으로 비교적 꾸준한 성과를 이어갔다.

◆국내 증권사 주수익원 ‘개미들의 힘’

미국이 2008년 28조2815억(약 247억 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09년 56조6775억원, 지난해 28조3960억원(약 248억 달러)의 이익을 올려 부침이 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증권업계는 2008년 금융위기로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09년 양적완화 등에 힘입어 회복된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해 수익성이 다소 둔화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위탁매매와 자기매매가 각각 전체 수익원의 49.6%, 23.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수·주선 7.5%, 펀드판매 5.5%, 자산관리 2.3%로 다른 수익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역시 2008년 4조8135억원(약 3463억엔)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3조7627억원(약 2707억엔)의 손해를 봤다. 일본은 엔화약세 및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순이익을 기록한 2009년을 제외하고는 경기침체 장기화와 엔화강세 영향으로 2007년 이후 지속적인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위탁매매 수익 비중이 높음에도 안정적인 순익을 거둔 이유는 수익구조에서 파생상품 등 위험자산에 대한 자기매매 손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미국과 일본 증권사들은 수익원은 다양하지만 장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자기매매와 인수·주선 수익 비중이 높아 순이익 변화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자기매매 전체수익비중 70% 넘어

수익구조별로 살펴보면 국내 증권사의 ‘위탁매매’ 의존도는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익비중은 49.6%로 앞서 2008년 59.7%, 2009년 50.3%에 이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익 다변화 구조를 갖춘 미국(20.1%), 일본(18.6%)에 비해서는 여전히 위탁매매 비중이 높은 편이다. 미국과 일본은 위탁매매 외에도 펀드판매, 자산관리, 기타 수수수료 등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위탁매매와 자기매매가 각각 전체 수익원의 49.6%, 23.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수·주선 7.5%, 펀드판매 5.5%, 자산관리 2.3%로 다른 수익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위탁매매 수수료가 2009년 이후 크게 하락해 20% 내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2006년부터 점차 감소세를 보이며 현재 20% 미만에 불과하다.

자기매매 수익비중은 2010년 들어 3개국이 모두 감소추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로 자기매매 부문에서 큰 손실을 봤으며 이후 도드-프랭크법 등 금융개혁 조치가 도입되며 금융투자회사의 자기매매 규제가 강화돼 지난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해외 M&A는 필수과제”

한편 국내 증권사의 펀드판매 수익 비중은 5.5%로 미국의 8.1%, 일본 16.8% 보다 상당히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 등 펀드판매 채널이 다양화됨에 따라 증권사 창구를 통한 펀드판매가 감소하고 있으며 최근 수탁고 또한 감소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투협 백명현 본부장은 “우리나라 금융투자회사의 수익구조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 위탁매매 비중이 여전히 높은 만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백 본부장은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다”며 “레버리지투자, 위험헤지 등 투자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고려해 실물, 부동산, 신용, 외환 등 새로운 금융투자 상품을 개발하고 다른 금융업권 업무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작업 등이 수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