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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다들 겁먹고 포기했던 공사’ 싱가포르 MBS호텔 가보니…

쌍용건설의 초고층·첨단기술 결정체…‘숙박율 95%’ 경이적 기록

싱가포르=김관식 기자 기자  2011.11.21 13: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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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1월15일 싱가포르 현지시각 오후 11시, 싱가포르 공항에서 도심가로 이동하는 중 멀리서부터 시야를 사로잡은 마리나베이샌즈호텔(MBS). 이미 자정을 코앞에 둔 시간이었지만 마리나베이를 따라 펼쳐진 수많은 건축물 등에서 쏴대는 조명이 MBS호텔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오픈한 지 1년5개월. 싱가포르의 떠오르는 랜드마크로 자리잡기까지의 스토리를 훑어봤다.   
 
쌍용건설이 총 27개월에 걸쳐 시공한 MBS호텔은 지난 2010년 6월 오픈 이후 1년을 훌쩍 넘겼다. 현지에서 본 MBS호텔은 이미 싱가포르의 명실상부한 명물이나 다름없었다.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의 포토존은 MBS호텔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현지 로컬 택시기사도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로 MBS호텔을 꼽을 정도다.

   
사진은 싱가포르 도심 한 호텔에서 내려다 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MBS) 전경. 싱가포르 로컬 주민과 건설 관계자들은 MBS호텔을 21세기 현대 건축의 기적이라고 평가한다.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 이 호텔은 100%에 육박하는 숙박율을 기록 중이다.

마리나베이를 사이에 두고 본 MBS호텔 모습은 두 장의 카드가 서로 기댄 모습과 흡사하다. 3개의 건물과 지상 200m의 높이를 연결하는 거대한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구조물이다.

오픈 1년이 지난 MBS호텔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한가할 날이 없다. MBS호텔을 시공했던 한 관계자는 “MBS호텔의 숙박율은 현재 95%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현지 호텔 숙박율이 평균 75~85%정도면 성공적인 것을 감안하면 MBS호텔에 하룻밤 자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기술력으로 완성한 ‘52도 기운 3개동 2511객실’

3개의 건물을 잇는 거대한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에도 올라가봤다. 이곳에는 수영장 3개와 전망대, 정원, 산책로, 레스토랑, 스파 등이 조성돼 있다. 스카이파크의 길이는 343m, 너비 38m로 9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보잉 747 여객기 전장과 맞먹는 길이다.

건물 3개가 이어진 가장 우측 전망대에 들어선 레스토랑, 바에는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이는 등 연일 파티를 여는 분위기다.

싱가포르 최고의 명물로 자리 잡은 MBS호텔도 시공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지하 3층 지상 57층(스카이파크 포함) 3개동 총 2511객실 규모의 호텔은 지상에서 최고 52도가 기울어져 올라가는 독특한 구조다. 들 입(入)자형으로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시공공법을 결정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MBS호텔 시공 당시 현장에서 근무했던 쌍용건설의 한 간부는 “입찰에 참여한 경쟁업체가 모두 다 포기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공사였다”며 “52도로 기울어진 상태로 건물을 올리는 과정에서 내부에 와이어를 인장, 건물의 기울어짐을 방지하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이후 쌍용건설은 모든 공사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몇 달이 걸리던 1개층 시공에 3~4일만에 시공을 완료하고 골조공사도 예정보다 한 달 이상 빠른 18개월만에 끝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야경.
이렇게 가속도가 붙은 공정으로 인해 쌍용건설은 적정 공사를 27개월만에 수행할 수 있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벌어진 유명한 일화도 현지에서 들을 수 있었다.

앞서 MBS호텔의 설계대로 건축물을 시공해야하는 것을 두고 발주처는 물론 그 누구도 공사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컸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쌍용건설이 적용한 경사구조 시공으로 인해 공정이 빨라지자 오히려 발주처에서 제동을 걸 만큼 입장이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고난도 공사 27개월만에 완벽시공…‘기적’ 평가 

현지 머물고 있는 쌍용건설 관계자는 “호텔 공정이 빨라진 것과는 달리 내부와 주변에 들어설 카지노와 극장 등 기반시설 등의 공정이 다소 늦어 호텔 공정을 기반시설 공정에 맞춰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MBS 호텔 시공과정에서 수많은 기록들이 탄생했다. 호텔 시공에만 일일 최대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등 10여 개국 6000명의 근로자가 현장에 투입됐다. 다국적 근로자들이 2교대로 24시간 공사를 수행했음에도 1200만 시간 무재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안국진 쌍용건설 상무(당시 현장소장)는 “고난도 공사를 불과 27개월 만에 수행함으로써 기술력과 시공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