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서울지검 북부지청 특수부(부장검사 김영채)는 7일 신문.잡지 등에 가짜 구인광고를 내거나 유흥가 등에서 강제납치하는 수법으로 10대 소녀 120여명을 전국의 사창가에 팔아넘긴 인신매매 조직 5개파 24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포주 정모씨(47)와 이모씨(38) 등 11명을 영리유인 및 윤락행위방지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포주 정씨는 직원 7명을 고용해 충남 온영 등지에서 납치해 온 이모양(18) 등 10대 소녀 22명을 수원시 모 여인숙에 묵게하면서 수원시내 여관에 보내 윤락행위를 시켜 화대의 절반을 가로챈 혐의다.(중략)...또 이씨는 87년 6월께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카페를 차리고 주간지 등에 경양식집 종업원을 구하는 것처럼 허위 구인광고를 낸 뒤 이를보고 찾아온 10대 소녀들에게 "더 좋은 직장을 소개시켜주겠다"고 속여 40여명을 미아리 텍사스촌 등 윤락가에 팔아넘긴 혐의다.(한겨레 1988년 12월8일자 사회면)
# 서울 마포경찰서는 27일 주점을 경영하는 박모씨(45.평택) 부부에게 10대 소녀들을 팔아넘긴 고모씨(20) 등 4명을 인신매매 및 윤락행위방지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중략) 박씨 부부는 지난달 15일 청주시 석교동 유흥주점 종업원 장모양(17) 자매를 1인당 184만원에 사서 자신들이 경영하는 평택 미군기지촌 주변 클럽에 미군들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시키는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10대소녀 17명을 사서 윤락행위를 시키고 화대를 가로챈 혐의다. (경향신문 1988년 12월27일자 사회면)
# 치안본부 수사2대는 역전이나 심야다방 등지에서 "취직시켜주겠다"고 소녀들을 속여 윤락가 포주들에게 팔아넘기고 웃돈을 붙여 전매까지 해온 남모씨(24) 등 3명을 윤락행위방지법 등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인신매매 업자들로부터 돈을 주고 소녀들을 데려와 감금폭행하고 윤락을 시키고 돈을 가로채온 이모씨(33) 등 포주 2명과 포주들로부터 돈을 받고 도망치려는 윤락여성들을 감시해온 강모씨(34) 등 12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동아일보 1985년3월18일자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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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된뒤 장기가 적출된 시신 3구가 발견됐다고 네티즌 사이에서 언급된 순천 조례호수공원. 소문이 흉흉해서인지 날이 추워서인지 평소에 비해 산책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사진은 조례동 독자 제공. |
#1980년대 후반 온 나라를 벌집 쑤시듯 공포의 도가니로 몰았던 추악한 인신매매 사건을 보도한 주요 신문 기사들이다. 살벌한 인신매매단들이 대놓고 활개치는 바람에 신문 사회면은 늘 인신매매 기사로 도배되기 일쑤였다.
당시 드라마와 교양 할 것없이도 온통 인신매매를 소재로 방영되던 때였다. 요즘처럼 종편도 케이블도 스마트폰도 없어 국민들은 오로지 9시뉴스와 신문보도를 보며 인신매매범들의 잔혹범죄에 치를 떨기도 했다.
인신매매단들은 여자 혼자서 길을 걷고 있으면 봉고차가 순식간에 납치해 사창가에 팔아넘기는 것이 다반사였고, 남자들 또한 예외가 없었다.
노숙자나 장애인 등을 꾀여 원양어선 선원으로 팔아넘기는가 하면 외딴섬 염전 인부로 헐값에 팔아넘기는 등 사람을 사고파는 범죄가 전국에 들끓어 당시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였다.
이전에도 인신매매는 간혹 발생했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이 인신매매 악당들의 최고 전성기였다.
이 시기는 전두환(1981-1987)에서 노태우(1988-1992)로 정권이 이양되며 노조설립과 전교조, 시민단체 태동 등의 억압된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던 사회 격변기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인신매매 소문이 20여 년이 지난 시점에 새삼스럽게 IT기반 인터넷 SNS를 타고 확산되고 있어 사회불안이 자극되고 있다.
이번 소문의 진원지는 전남 순천이라는데 특성이 있다. 순천은 교통과 교육의 도시라는 점에서 특이한 진앙양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3자가 읽거나 들었을 때면 마치 사실인것 처럼 변곡된 인신매매 소문은 '~카더라'로 인용돼 인터넷 포털과 트위터 등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돼 급기야 경찰이 수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순천발(發) 인신매매 괴담은 수능시험철인 11월에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는 점과 선거시즌을 앞두고 특정지역 치안불안이 과도하게 언급된 점, 사창가에 팔아넘긴 과거와는 달리 장기적출용으로 인신매매가 묘사된 점 등이 예년과는 다른 형태다.
주요 포털사이트와 SNS에는 조례호수공원에서 안구가 적출된 시신을 목격했다거나 연향동에서 할머니가 여고생을 차에 태워 인신매매하는 것을 봤다는 등의 미확인 괴담이 학생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일부 포털에서는 자신이 인신매매를 당할 뻔 했다가 간신히 빠져나와 십년 감수했다거나, 넘어진 할머니를 도와주고 받은 귤에서 아세톤냄새가 나서 겁이나 택시를 타고 겨우 빠져나왔다는 등의 경험담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는 이달 초에는 순천 조례호수공원에서 안구와 장기가 적출된 여고생 시신 3구를 목격했고, 이들은 인근 K여고 학생들이라는 적나라한 소문이 퍼지고 있어 학생들이 동요하고 있다. 괴담이 사실처럼 묘사되면서 "밤길이 무섭다"는 네티즌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인신매매(人身賣買)가 뭐냐', '왜 안구가 적출되느냐' 는 등의 한자에 무지한 덧글도 올라오는 등 11월 흉흉한 괴담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인신매매를 예방키 위해서는 길을 물어보는 노인이 답례로 건네는 음료를 마시지 말 것, 음료에는 마취제가 들어있어 기절시킨 다음 인신매매나 장기적출용으로 팔아넘긴다는 등 황당한 글이 올라오고 있어 각박한 인심을 조장한다는 비판글도 나오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성 괴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유포되자 보다못한 경찰이 진앙지 파악에 팔소매를 걷어부쳤다.
순천경찰서 양병우 형사과장은 "조례호수공원에서 여고생 사망사고는 일체 없으며, 인신매매 신고도 한건이 없다"며 "악성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자를 찾아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성기 순천경찰서장도 최근 트위터에 "현재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순천 인신매매 관련 글은 사실무근의 유언비어임을 말씀드리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서 이 글의 유포자를 찾고 있으며 사법처리까지 검토 중에 있음을 고지한다"며 "네티즌 여러분도 같이 동요하여 이러한 악성 루머가 더이상 확산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리며, 근거없는 악성루머에 현혹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사법당국은 연향동과 금당, 가곡동, 조례동까지 친구와 후배동생 등의 '봤다더라'를 인용해 인신매매 사건을 집요하게 올린 점,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점 등을 근거로 최초로 괴담을 올린 네티즌과 여기다 살을 보태 가공글을 작성한 네티즌 IP를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