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계 입문이 가시화 됐다는 관측 속에 그가 설립한 안철수연구소(이하 안랩)와 주변 인물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프라임경제>가 김홍선 대표이사 등 안랩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주가급등 시기에 맞춰 대부분 현금화한 사실을 지적한 데 이어 18일 주요 언론이 2대주주인 원종호(39)씨가 공시의무를 위반, 금융감독원 조사 선상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했다.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도덕성 검증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승승장구하던 안랩 주가가 18일 12.11%나 밀리며 8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이날 언론이 ‘800억원 투자 대박’으로 묘사하며 집중 조명한 안랩 2대주주 원종호씨에 대해 금감원이 공시의무 위반 사실을 포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였다.
◆“단순실수 가능성 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원씨는 9월26일 기준으로 108만4994주, 총 10.8%의 안랩 지분을 갖고 있다. 문제는 5% 이상의 지분을 갖게 될 경우 당국에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를 해야 함에도 원씨가 이를 일부 누락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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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원씨는 9월26일 기준으로 108만4994주, 총 10.8%의 안랩 지분을 갖고 있다. 원씨는 5% 이상의 지분을 갖게 될 경우 당국에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를 해야 함에도 원씨가 이를 일부 누락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보유 비중이 변하면 금융감독원에 변동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위반 주식 등에 대한 처분명령 △조사 및 정정요구 △고발, 수사기관통보, 경고, 주의 등 △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허위기재)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은 원씨가 의도적으로 신고내역을 누락했는지 여부다. 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인 원씨가 공시의무를 잘 숙지하지 않은 탓에 벌어진 ‘실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마 개인투자자들 중 이번 보도 때문에 처음 관련 규정을 안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이 공시규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신고내용을 빠트리는 일은 드물지 않다”고 귀띔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일단 원씨의 해명을 들어봐야겠지만 최초 9.2% 지분에 대해서는 보고를 한 만큼 추가 보유지분에 대한 규정위반으로 볼 수 있으나 수사기관에 의뢰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스톡옵션까지 도덕성 운운 지나쳐”
재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정치인 안철수’ 흔들기 혹은 도덕성 검증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박근혜 대세론’을 침몰 직전까지 몰고 간 안 원장의 위세를 내년 총선 전 억누르기 위한 작업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원들의 개인적인 주식 처분과 2대주주의 ‘사소한’ 위반을 안철수라는 간판과 엮어 연일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속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처분한 것까지 꼬투리를 잡은 것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하며 “경영권과 전혀 상관없이 실적 보너스로 받은 주식을 팔았다고 비도덕적인 행태로 몰아붙이는 것은 업계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동정론에도 불구하고 안랩 입장에서는 원씨의 책임 있는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주가는 안 원장의 지분 기부 과정에서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인 이유로 회사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불필요한 의혹은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원씨는 순수 개인투자자, 회사도 누군지 몰라”
현재 금감원 측은 원씨의 소명을 듣기 위해 수소문하고 있으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 내역 안에 기재된 원씨의 연락처는 ‘결번’이다. 안랩 측도 원씨에 대해 “단순 개인투자자라는 것만 알 뿐, 연락처나 개인적인 신상은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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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감원 측은 원씨의 소명을 듣기 위해 수소문하고 있으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 내역 안에 기재된 원씨의 연락처는 ‘결번’이다. 안랩 측도 원씨에 대해 “단순 개인투자자라는 것만 알 뿐, 연락처나 개인적인 신상은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
한편 금융감독원과 안랩 등에 따르면 원씨는 지난 2008년 2월29일 안랩 주식 51만여주를 처음 사들인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지분율을 불렸다. 현재까지 원씨의 투자금은 18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9월 이후 안랩 주가가 급등하자 원씨의 지분가치는 100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또 최근 3년 간 매년 주당 400원씩 총 12억원의 적잖은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