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오전에 내리던 가을비가 그치고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 18일 오후 2시, 서울의 중심부 장충체육관에는 전국에서 모인 1만명의 제약인들로 가득 채워졌다.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제약협회(이하 제약협회)가 8만 제약인을 대표해 ‘전국 제약인 생존투쟁 총 궐기대회(이하 궐기대회)’를 연 것이다.
1만 제약인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궐기대회는 110년 제약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특히 궐기대회가 열린 18일은 제15차 약의날로 제약산업 수호라는 궐기대회의 의미를 더했다.
궐기대회 예정시간인 오후 2시 전부터 장충체육관 부근은 전국 제약인들이 속속 집결하면서 교통경찰이 나서 통제를 해야 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장충체육관 내 4618석과 1층에 임시로 설치한 이동식 의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각 좌석 통로와 계단에도 제약인들로 가득 차 일괄 약가인하 정책에 대한 강력한 투쟁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제약협회 추산 총 1만명이 참석했다. 동아제약 임직원 680명(총직원의 30%)과 녹십자 430(30%), 한미약품 400명(20%), JW중외제약 200명(20%) 등 당초 제약협회가 각 회원사에 할당한 인원 대부분이 자리를 지켰다. 서울 외 수도권 소재 일부 제약사는 회사 차원에서 버스를 대절하는 등 직원들의 궐기대회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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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괄 약가인하를 저지하기 위한 ‘전국 제약인 생존투쟁 총 궐기대회’가 18일 오후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제약인 1만명이 참석해 단계적 약가인하를 요구했다. |
이를 시작으로 제약인들은 MB정부와 보건복지부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에 대해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 비논리적 약가인하 정책”이라며 중단할 것을 성토했다. 또 “일괄 약가인하 파급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10년 후 살아남는 국내 제약사는 단 두 곳뿐이라며 정책 시행이 제약산업의 몰살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일괄 약가인하 정책 시행 이유로 건강보험재정(이하 건보재정) 안정과 리베이트 근절, 국내 의약품 사용량 감소를 들고 있는데 대해 이와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값 단계적으로 내리자는 것”
이경호 회장은 “보험재정 어려움을 외면하고 제약업계의 이익만 주장하며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산업 수용 가능성을 고려하고 고용 안정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약가인하 시행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1만 제약인들은 2시간 가량 진행된 궐기대회 중간 중간 일괄 약가인하 반대 플래카드를 들며 구호를 외쳤다. 또 제약협회 소속 제약사 대표들은 직접 일괄 약가인하 반대 퍼포먼스를 펼치며 정부에 정책 중단을 적극 요구하며 제약인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대한약사회 김구 회장과 한국의약품도매협회 이한우 회장, 한국의약품수출의협회 이윤우 회장, 대한약학회 전세영 회장 등 관련 단체가 참석해 제약인들에게 힘을 보탰다.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제약인들과 관련 단체의 지지에 힘입어 “정부가 제약인들의 진정성을 받아들여 단계적 약가인하 등 지혜로운 결단을 바란다”며 “우리의 뜻을 받아드릴 때까지 투쟁을 계속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궐기대회는 결연한 분위기 속에서 일괄 약가인하 정책 철회 등을 내용으로 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의지와 결의를 이어나간다는 뜻의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