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1년 밥상을 책임지는 김장을 앞두고 최씨(60세 여)는 몸살기운을 느꼈다. 이틀 전부터 재료 준비에 시장터를 헤맨데다 절인 배추를 새벽에 일어나 뒤집느라 찬바람을 쇤 탓이다. 아파도 일을 다 하고 아프자는 심사로 30포기나 되는 배추를 씻고 나르다 급기야 허리를 삐끗했다. 예전부터 가끔 허리에 통증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는데, 겨우 김장을 마친 최씨는 누워서 꼼짝 할 수가 없었다.
김장철에는 요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증가한다. 절인 배추나 양념 등 한꺼번에 많은 양을 장만하다 보니 무거운 재료를 들고 나르는 작업으로 허리에 부담이 많이 되고, 구부정한 자세로 장시간 재료를 다듬고 버무리다 보면 척추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김장은 겨울철 쌀쌀한 날씨에 베란다나 야외서 하는 경우가 많아 척추 주변 근육이나 인대가 경직되면서 질환이 발병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므로 주의를 요한다.
이렇게 김장 후 요통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사람 중에는 요추염좌가 대다수이다. 급하게 일어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다가 통증을 느끼면 흔히 허리를 삐끗했다고 하는데, 이를 요추염좌라고 한다. 허리를 지탱해주고 허리 주변을 단단히 고정해 주는 인대와 주변 근육 등이 늘어나거나 파열되는 질환으로, 왼쪽이나 오른쪽 어느 한 쪽이 더 아픈 것이 특징이다. 요추염좌가 발생하면 소염제와 물리치료로 2-3일 내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치료 없이 통증을 참거나 파스 등으로 자가치료 하는 경우 약해진 인대와 근육이 허리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해 만성 요통을 유발하고 습관성 염좌로 이어질 수 있다.
김장 후 요통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거나, 평소 척추질환이 있다가 악화된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단순 염좌가 아니라 충격으로 인해 디스크가 돌출되면 급성허리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빠져나온 디스크가 근처 신경을 압박하면서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며, 하지가 저린 방사통이 생긴다. X-ray 검사로는 알 수 없으므로 보통 MRI 검사를 시행하는데, 이렇게 초기 디스크로 판명되면 침상 안정 및 약물 요법(진통소염제, 근육이완제), 물리 치료 등을 시행함으로써 대부분 상태가 호전된다. 이것으로도 회복되지 않으면 무중력 디스크 감압치료, 신경근 차단술 등의 비 수술 치료법을 적용하고, 이후에도 호전이 없으면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장철 허리통증을 예방하려면 우선 여럿이 김장을 도와가며 할 것을 권한다. 무거운 것을 혼자 들기 보다는 최소 두 명 이상이 무거운 것을 들면 허리 부담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양념을 버무릴 때는 허리와 엉덩이 근육이 장시간 긴장하지 않도록 작은 의자에 앉아서 하고, 허리를 세운 채 낮은 협탁이나 식탁에서 재료를 다듬거나 작업을 하면 허리에 주는 무리를 훨씬 덜 수 있다. 허리를 굽힌 자세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면 서 있을 때보다 디스크가 받는 하중이 급격히 커지기 때문에 되도록 피하고, 김장을 하는 도중 1시간에 한번은 스트레칭을 통해 허리 통증을 예방하자.
부평 힘찬병원 백경일 과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