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미 FTA 비준안 처리의 시기와 방법을 지도부에 일임한다고 결론을 낸 한나라당이 18일 민주당에 대해 “의회주의 확립에 같이 동참하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등 FTA 처리를 위한 수순밟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전날 열린 의총과 관련, “한미 FTA가 대한민국의 장래에 우리 국민의 국익을 위하여 필요하다는데 대해서 이론이 없었고, 4년 6개월 이상 끌어온 한미 FTA가 이제는 결실을 맺어야한다는 점에 모두 일치된 목소리를 내주셨다”며 “의총에서 조속한 처리를 당론으로 의결한 만큼 조속한 비준처리를 위해 원내대표로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민주당은 원내대표의 의회 안에서의 대표회담합의를 번번이 묵살하고 당론을 앞세우고 있다. 과연 우리가 이러한 의회주의와 당권주의에 어떠한 방향이 옳을지, 한나라당은 당원의 분명한 원내와 당과를 분리해서 원내의 문제를 원내대표부에 일임하고 있다”며 “민주당도 이제는 대한민국의 의회주의 확립에 같이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원내대표 간의 교섭단체합의를 존중하는 기풍이 의회주의의 출발”이라면서 “따라서 토론과 협상, 그에 따라는 타협의 정치의 기대에 마지막으로 호소 드린다”며 민주당의 동참을 당부했다.
황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민주당 내 강경파인 손학규 대표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자, 협상파에 가까운 김진표 원내대표에 대한 이른바 ‘지원사격’ 쯤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황 원내대표가 민주당 협상파의 손을 들어주는 형국이라면,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지난 2008년 8월 27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화마을 사저에서 가졌던 생애 마지막 인터뷰내용을 소개하며 민주당 강경파를 겨냥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대화하는 진보, 타협하는 진보가 되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은 민주주의의 모체이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을 예로 들며 “한나라당은 이제까지 민주당이 해달라는 대로, 원하는 대로 모두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반대구실만 찾기에 골몰하는 민주당을 상대로 해서 ‘노무현 대통령 정신 계승해라, 국민을 바라보면서 국익을 챙기는 정치를 해라, 이성을 회복해라’ 이렇게 충고하고 촉구해본들 이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면서 “이제 한나라당은 역사 앞에 책임지는 자세로 당당하게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러한 고충을 우리 국민께서는 이제는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정권 사무총장도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4월부터 체결하기 시작한 한미 FTA를 비준하기 위해서 여야 합의의 바탕 위에서 또 의회민주주의 절차에 따라서 처리하기 위해서 최대한 인내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왔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묻고 싶다. 도대체 민주당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와서 ISD 재협상을 약속했는데 대통령의 약속을 못 믿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미국 장관의 약속을 받아오라고 또 한다”면서 “주권국가인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을 못 믿겠다고 미국 장관의 말을 믿겠다고 이게 도대체 야당이 할 소리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표결처리’ 시간이 다가오면서 민주당의 협상파와 강경파를 골고루 자극하는 데는 극한 대치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한미 FTA 정국에서 한나라당이 그만큼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후 본회의에서 ‘최후의 결정’을 하기 위한 명분쌓기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