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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년전 쉐보레 리튬배터리 화재사건의 ‘여파’

서영준 기자 기자  2011.11.17 15: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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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5월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에 대한 측면충돌 실험을 했을 때 일이다.

실험이 끝난 뒤 3주 후, NHTSA의 한 시설에 주차된 볼트 차량에 불이 났다. 당시 NHTSA는 충돌실험 과정에서 볼트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훼손돼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정확한 사고원인은 반년이 지나도록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NHTSA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했다. GM을 비롯해 닛산, 포드 등 전기차를 생산 중이거나 출시 계획이 있는 업체들을 겨냥해 한마디 한 것이다. 유사시 리튬이온 배터리 처리법과 화재 위험 최소화 방안을 제시하라는 내용이었다. 

현재 쉐보레 볼트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국내 A기업이 공급하고 있다. 기자의 걱정은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사에게로 쏠렸다. 현대·기아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에도 이 기업이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가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폭발 사고 등의 문제가 없었던 현대·기아차를 왜 걸고넘어지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NHTSA의 이번 당부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 볼 수는 없는 일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자동차’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각오가 매우 뜨겁다.  

국내 대표 하이브리드차로 꼽히는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이들 두 차종은 지난 10월까지 각각 5506대, 3986대가 팔리며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엔 하이브리드차의 배터리·모터·하이브리드 전력제어모듈(HPCU) 등에 대한 보증기간을 10년, 20만km로 확대하며 품질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화재사고를 기억하는 소비자들 생각은 어떨까.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폭발사고를 심심찮게 접해온 우리 고객들로선 ‘차량 배터리도 터지는 거구나’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까. 이 배터리를 사용하는 현대·기아차도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현대·기아차 역시 NHTSA가 권고한 ‘최소한의 방안’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준비가 있어야 한다. 경쟁사들이 미처 하지 못하고 있는 독특하고 야무진 대책 말이다. 한발 앞선, 누구도 생각 못한 안전대책. 이런 것이 시장을 매료시키는 차별화 아닐까.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한국원자력연구원 손준영 선임연구원은 “볼트 사고의 경우엔 배터리 자체의 문제라기 보단 배터리를 보호하는 시스템의 문제인 것 같다”며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 향상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도 리튬이온 배터리에 관한 안전성은 100% 장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도 “반복적인 측면충돌 실험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형상에 변형이 생기고, 이에 따라 발생한 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실험 후 배터리의 방전이나 제거 과정이 없었던 점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들의 주장대로라면 배터리 안전이 1차적으로 중요하지만 배터리를 보호하는 시스템, 즉 자동차사도 사고방지 대응 마련에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한다.

현대·기아차 측은 “현재까지 자사 하이브리드 배터리와 관련한 문제가 신고 된 적이 없다”고 한다. ‘문제 된 적도 문제 될 것도 없다’는 자신감처럼 보인다. 여태껏 사고가 없었으니 당연히 자신할 만하다. 하지만 더 열심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자동차’는 ‘전자’와 함께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대표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차세대 자동차의 핵심 동력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이 부문 기술력은 세계 최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과 리튬이온 배터리 산업은 매우 부러운 대상임과 동시에 시기질투의 표적이기도 하다.

자신만만한 모습도 좋지만, 차량 배터리 관련 사고가 우리 자동차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양사 측의 긴밀한 협력과 대처 방안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