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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한미FTA 비준안 표결처리 강행”…여야 충돌 예고

野 “결사저지”…여야 협상파 전면에 나설까?

최봉석 기자 기자  2011.11.17 14: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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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나라당이 17일 사실상 ‘국회법’ 절차에 따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에 대한 표결처리 입장을 ‘공식화’함에 따라 여야간 대충돌 가능성이 여의도 국회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국회를 방문, “한미 FTA 처리 후 3개월 내에 ISD 재협상을 하겠다”는 제안에 대해 민주당이 전날 의총에서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며, 이 같은 표결처리 입장을 시사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공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면서 국회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 여당의 일방적인 비준안 단독처리 가능성에 맞불을 놨다.

특히 홍준표 대표의 ‘아구통’ 발언과 관련, “홍준표 대표께서 강행처리할 때가 왔다고 큰 소리 치면서 기자들에게 아구통 날릴 생각일랑 아예 접으시라고 고언을 드린다”며 단독처리시 커다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ISD 폐기 및 유보를 위한 재협상을 받아오되, 한미 양국 장관급 이상의 서면합의서를 받아와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외교적 관례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모욕에 가까운 그런 억지 요구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와 억지 요구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이제는 설득할 만큼 했고, 민주당의 요구를 이제는 100% 받아들인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다”면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확정한 뒤 그 절차에 따라서 FTA 비준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협상파인 황우여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이후에 내놓은 제안에 대해서, 다시 내놓은 안을 볼 때에는 과연 협상의 원칙이 양당 간에 있는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아무리 민주당의 정치 일정을 존중하고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최소한 토론의 마당에 나오겠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보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연 민주당은 우리 정치를 파국으로 몰고 가려고 하는 것인지, 그리하여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회복하려는, 신뢰회복에 대한 아무런 화답도 없이 18대 국회를 마치려고 하는지 분명한 대답을 당 지도부가 해줘야 될 것”이라며 “이제 고뇌와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인내와 고뇌의 깊은 의미를 되새기며 화답을 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중지를 모아 그 결론대로 하나가 되어서 나아가야 된다”고 말했고, 원희룡 최고위원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최대한 국민의 동의와 국민적인 명분을 세울 수 있는 그런 마지막 노력을 거쳐서 FTA를 통과시켜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단 비준안 처리와 관련, ‘디데이’(D-day)는 오는 24일이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마지막 결단의 순간까지는 작은 불씨를 살려나가기 위한 협상의 끈도 놓지 않고 계속 대화해야 된다”는 ‘냉온’ 의견들이 여전히 충돌하고 있어, 24일 이전과 이후 모두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ISD폐기 재협상을 제안하고, 미국도 한국 측이 제기하는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한국과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화답한 것은 양측 모두 한국에 ISD를 요구하는 것이 문제가 많다고 인정한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국가간 정치적 약속은 반드시 그 약속을 담보할 수 있는 문서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의원들께 당부한다. 지금까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대화와 타협을 잘 이어왔는데 국회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한나라당이 국민이 가장 싫어하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몸싸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속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커다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미국 통상관계자의 답변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다. 요지는 미국입장이 공식적인 것이냐, 그리고 민주당이 요구했던 새로운 입장이 확실하게 포한된 것이냐에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밤 사이 외신을 보면, 미국 통상관계자의 말을 그 어느 곳에도 인용하거나 보도한 곳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만약 이것이 미국의 공식 입장이라면 외신을 타고 보도가 들어오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한 것이고, 좀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립서비스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제1야당 입장에서 서면요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가간 약속을 서면, 문서로 남기는 것은 지금까지 국가 대 국가간에 지켜온 관례이다”면서 “우리 국민이 누가 이야기 했는지도 불투명한 USTR당국자인지 통상관계자인지를 밝히기 꺼려하는 통상관계자의 말 한마디를 듣고 이를 미국의 공식입장인 것처럼 인식하게 된다면 이는 우리 국민이 모욕을 당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철 외통위 간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얘기한 ISD 재협상이라는 것은 한미 FTA의 22장에 나와 있는 협정의 개정에 관한 일반론적 이야기다. 이것은 통상적인 협정의 개정에 관한 일반론적인 것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ISD의 유지를 전제로 한 운영 과정상의 문제점이 있을 때 이것을 다루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 협정문 22장을 근거로 한 이 대통령의 재협상에 관한 것은 우선 효과에 있어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재협상하겠다는데 무엇을 재협상 하겠다는 것인가.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 좁혀서 말씀드리면 ISD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국민이 우려하는 ISD제도 문제에 대해서 명쾌한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효과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양국 통상 장관급의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여야 지도부가 ‘마이 웨이’를 강조하며 충돌 직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홍정욱, 민주당 김성곤 의원 등 여야 협상파들은 이날 오후 모임을 갖고 ‘타협점’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앞서 ‘협상파’에 가까운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같은 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한미 FTA 비준안의 합의처리를 주장하는 여야 의원 모임인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명의로 민주당 지도부에 ‘입장 전환’을 촉구하는 서신을 전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