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민주당은 1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과 관련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선(先) ISD 폐기, 후(後) 비준동의안 처리’, 그러니까 ‘선 비준, 후 재협상’이 아니라 ‘선 재협상, 후비준’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사실상 이 대통령과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 대표는 “어제 이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서 ISD와 관련해서 발효 3개월 이내에 미국에 재협상요구를 약속했다. 이명박 정부가 ISD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재협상 요구를 약속한 것은 그동안 우리 민주당이 꾸준히 FTA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폐기를 요구한데 대한 최소한의 반응이라는 점으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그동안 정부에서 꾸준히 강조해온 재협상은 ‘안된다’는 입장에서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입장이 바뀌었고, 미국에서도 한미 FTA 발효 후에 ISD논의를 할 수 있다는 공식적인 논평이 나왔다”면서 “그러면 우리 국회에서 아직 비준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국이 문제를 인정했다고 하면 비준 전에 재협상을 통해서 ISD를 폐기하고 문제의 근원을 없애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우리 당에서 그동안 꾸준히 주장해 온 ‘재협상 후에 비준하자’, ‘ISD는 폐기되어야 한다’, ‘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는 기본적인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다시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묻고 싶은 것은 비록 발효 후 3개월 내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ISD폐기 재협상을 제안하겠다고 하는 것은 ISD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최소한 여야 협상파 의원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지금 즉시 실무협의를 시작해서 발효와 동시에 ISD폐기 재협상을 하겠다는 정도의 수준은 만족시켰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재협상을 미국에 요구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청와대 당국자의 얘기는 우리를 경악케 한다”면서 “미국에 제안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면 한국 국민과 우리 주권 앞에 예의를 지켜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주장이 무엇인가. ‘독만두’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독만두’라는 표현은 일본의 교토대학교 교수가 후지TV에 나와서 ‘한국은 독만두를 먹었다’고 발언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인 일단은 비준발효하자는 것은 독만두를 먹고 나서 3개월 후 위장을 세척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인데 독이 든 것을 알면 독을 빼고 먹어야지 어떻게 독이 든 독만두를 먹는단 말인가. 우리 국민에게 독만두를 먹여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어떻게 이 대통령은 ISD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라고 정무수석을 시킨 편지에서 말할 수 있는가. 이것이 어떻게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인가. 독이 든 만두를 국민에게 먹이려고 하는 대통령이 어떻게 있을 수 있나”라면서 “우리는 당론을 바꿀 털끝만큼의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이 비준을 해주면 한미 FTA의 ISD조항과 관련된 재협상을 미국에 요청하겠다는 발언이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한결같이 재협상은 불가하고 미국의 반응은 노라고 했는데 어떻게 대통령은 재협상을 할 수 있고, 하겠다고 이야기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이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ISD폐지 문제가 민주당의 주장에 옳고 동의한다는 취지로 해석한다”면서 “만일 그런 취지가 아니라고 한다면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국민을 우롱하는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선비준, 후재협상’이 아니라 ‘선재협상, 후비준’이 돼야 한다”면서 “만일 우리 국회마저 한미 FTA 비준을 해버리면 양국의 행정부는 FTA에 대한 재협상을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법이 되고 이미 이행법률로서 한-미FTA를 비준했기 때문에 의회의 권한이고, 재협상이 아닌 법개정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의총에서 협상파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와 전향적 제안을 했고, 미국에서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포함해 모든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 만큼 당론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무기명 투표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