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대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하이트진로를 조명한다. 하이트진로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분구조와 후계구도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2011년 9월1일 국내 최대 주류기업 하이트진로가 공식 출범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주류기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하이트맥주와 소주 업계 일인자로 군림하던 진로가 합병을 통해 단일회사로 거듭난 결정체다.
‘하이트 신화’와 ‘참이슬 신화’가 결합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업계 최대 화제였지만, 이들의 시너지가 가져올 ‘제3의 신화창조’에 관심이 더 쏠린다.
◆세계시장, 하이트맥주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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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이남수 대표. |
대한민국 최초의 맥주회사인 하이트맥주는 1933년 경기도 시흥군 영등포읍(현재 영등포) 10만평 부지에서 회사명 ‘조선맥주주식회사’로 출발했다.
하이트맥주는 1973년 8월 기업을 공개했고 1977년에는 마산에서 ‘이젠벡’ 맥주를 생산하던 한독맥주를 인수해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1989년에는 전주공장, 1997년에는 연간 총 123만㎘(1억2300만 상자)의 생산능력을 갖춘 강원공장을 건립했다.
하이트맥주는 1993년 신제품 ‘하이트’를 출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맥주시장에 ‘하이트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3년 만에 맥주시장 1위의 자리에 올랐으며 그 이후부터 지금껏 18년째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93년 30%에 불과했던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1996년 43%, 2000년에는 5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절반까지 넘어섰다. 또 지난해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55.8%를 차지하며 매년 기록갱신 중이다.
업계는 하이트맥주의 성공비결에 대해 ‘차별화된 품질경쟁력’을 손꼽는다. 국내 최초의 비열처리맥주로 생산 공정을 차별화한 하이트맥주는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2006년에는 신선도유지시스템(Fresh Taste Keeping System)을 도입해 맥주의 품질경쟁력을 높였다.
이에 머물지 않고 2008년에는 이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콜드존(Cold Zone) 여과공법과 산소차단 시스템(Air Blocking System) 등을 새롭게 도입해 신선도유지시스템을 연구 보강했다. 또 ‘음용권장기한 표시제’를 2006년 업계 최초로 도입, 유통과정상의 품질관리에도 만전을 기하는 세심함까지 선보였다.
하이트맥주는 다양한 신제품 개발에도 앞장서 왔다. 2006년에는 100% 보리맥주 ‘맥스’, 2007년에는 식이섬유함유 맥주 ‘에스’, 2010년에는 드라이타입 맥주 ‘드라이피니시d’를 출시했다.
수출 시장에서도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62년 조선맥주 크라운(병맥주)으로 첫 수출을 시작했고, 1993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중국, 미국, 일본, 몽골, 이라크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해외시장에서도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2011년 9월 기준 수출실적은 1억715만달러로 전년대비 30.3% 증가하며, 1억708만달러였던 지난해 연간 실적을 갱신했다.
맥아가 사용되지 않은 맥주맛 음료와 리큐르를 통칭하는 제3맥주의 인기로 하이트맥주는 최근 3년간 4배 가까운 급성장세를 달성했다. 지난 8월에는 일본 최대 유통업체에 연간 400억원(500만 상자) 규모의 맥주수출계약을 체결해, 향후 대일본 수출 성장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진로’ 브랜드만으로 세계시장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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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예전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개시할 당시 두꺼비 라벨. |
진로 관계자는 “창업 당시 진로 상표에는 원숭이를 사용했다”며 “이는 서북지방에서 원숭이가 복을 상징하는 영특한 동물로 여겨졌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 원숭이 상표는 진로가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개시한 신길동 시대에 두꺼비로 바뀌게 된다. 진로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1951년에는 부산에서 ‘금련(金蓮)’으로, 1952년에는 ‘낙동강(洛東江)’이란 이름으로 생산되기도 했다.
진로는 2005년 국내 최고의 주류업체인 하이트맥주와 한 가족으로 거듭나면서 글로벌 주류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진로는 지난 196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동남아를 출발점으로 1973년 서독에, 1975년 미국에 이어 1977년 일본에 진출했으며, 현재 세계 60여개 국가에 진로 및 참이슬 브랜드로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진로의 해외수출액은 5340만달러에 이르며 총 377만 상자의 소주를 수출했다. 특히 일본시장에서 진로는 최고의 브랜드로 위명을 떨치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는 위스키, 보드카, 럼, 진 등의 판매량을 훨씬 앞질러 지난 2001년부터 세계 증류주(Distilled Spirits) 판매량 연속 9년 1위에 랭크되고 있다.
진로는 1977년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해 1986년 도쿄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1988년에는 진로재팬을 설립했다. 일본인의 입맛과 디자인 감각에 맞춘 현지화 전략은 매년 꾸준한 매출증가로 이어져 1990년대 중반부터 판매량 100만 상자를 넘기며 일본 주류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김치, 불고기 등의 한류열풍에 더불어 인지도를 확대한 진로는 일본 주류시장에서 1993년 8위, 1994년 6위, 1996년 2위로 시장을 급속히 확대해 했으며, 1998년에 난공불락으로 불리는 일본시장의 장벽을 뚫고 진로는 톱 브랜드 등극에 성공했다.
일본에 진출 20년 만에, 단일품목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첫 한국 상품으로 기록된 것. 이는 현지법인 설립 10년 만에 거둔 성과로, 이후 2004년까지 7년 연속 일본시장 1위를 차지하며 한국 브랜드의 자부심을 드높이고 있다.
진로 소주의 이러한 성공신화의 비결은 품질, 유통, 마케팅 측면에서 현지화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진로는 맛이 순수해 칵테일을 통해 술을 마시는 일본인의 음주습관에 적합한 품질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세련된 감각과 이국적인 분위기로 소주라는 주종을 떠나 진로라는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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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진로 '참이슬' 라벨과 지난 1993년도 하이트맥주의 라벨. |
진로는 마케팅 전략에서도 ‘고가전략’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극상시켰다. 진로는 ‘제품의 이미지 극복 및 경쟁력이 높은 제품으로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취지하에 처음부터 ‘최고품질에 최고가격’으로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웬만한 술집에서 팔리는 700㎖ 진로 한병 가격은 원화 3만원 안팎이나 된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먹다 남은 진로소주에 이름표가 붙어 보관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여세를 몰아 진로는 지난 2003년 7월 신감각소주 ‘참이슬(Chamisul)’을 일본 전역에 동시 발매, 또 한번의 진로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참이슬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일본의 식·음주 문화를 고려한 주질과 고급스런 패키지로 종전의 진로와 다른 이미지를 선보이며 진로 두 번째 브랜드로 시장 정착에 성공했다.
일본 현지화를 이뤄 낸 진로 재팬은 외자계 동양기업으론 유일하게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96명(주재원 7명 포함)에 불과한 직원들이 산토리사를 비롯한 일본의 거대 주류사들과 경쟁해 이룩한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가진다.
한편, 지난해 3월에는 일본 전역에 출시한 ‘진로 막걸리’는 젊은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성장세를 더하고 있다. 출시 2개월 만에 5만 상자 판매를 돌파했고, 지난 12월까지 70만 상자를 판매해 올해 판매 목표 10만 상자의 7배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현재 올 3분기까지 114만만 상자를 수출했으며 총 수출 목표량은 120만 상자다.
◆글로벌 시장 합병 시너지 ‘맥주와 막걸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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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조감도. |
하이트진로는 연평균 17.4%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수출비중도 2007년 3.5%에서 지난해 두 배에 달하는 7%로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해외법인의 매출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규모는 4352억원을 기록했다.
오는 2015년에는 수출 2억달러를 돌파해 수출비중을 10% 이상으로 늘리고 글로벌 사업규모 또한 8000억원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공격적인 시장 개척, 사업모델 개발, 현지화 전략 등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더욱 강화해 수출 품목뿐만 아니라, 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지역을 다변화하는 등 해외시장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가령, 하이트진로의 최대 수출국인 일본에서 1등 공신은 맥주와 막걸리로 분석되고 있다. 3분기까지 일본 수출실적은 맥주 4468만달러, 막걸리 1041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59.3%, 137.6%의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8월에는 싱하맥주(Singha Beer)를 제조·판매하는 태국 대표 맥주기업 분럿그룹과의 소주수출 계약을 맺는 등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