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1.11.16 08:38:36
[프라임경제] A씨는 SC제일은행에서 날아온 SMS메시지를 받았다. ‘우수고객’으로 ‘무담보·무보증’으로 대출을 제공하며 필요한 것은 오로지 ‘신분증’이기 때문에 가까운 영업점에 내방하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서울 ○○지점에 방문해 신분증을 제시했는데, 간단한 조회만으로 ‘680만원에 금리는 CD금리+6.5%’라는 조건을 제시받았다고 한다. 이 경우 A씨는 우수고객일까, 아니면 호객(‘호구’인 고객을 말하는 속어)일까? 제일은행이 14일 시작한 ‘우수고객을 위한 신용대출 이벤트’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은행이 특정한 이른바 우수고객에게 간편하게 부가조건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게 기본 골자다. 하지만 이 ‘우수고객’이라는 마케팅 타깃과 관련, 뒷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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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이 이른바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대출 이벤트가 실상은 고금리 대출을 유인하기 위한 낚시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다른 은행계 신용카드를 쓰던 A씨는 또 신용카드 대금을 제때 결제하지 않아 곤란해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드림결제론’을 신청하고 주거래 신용카드를 새로 신청해(제일은행 ‘타임카드’) 쓰려고 했다. 드림결제론을 신청해 두면, 제일은행의 자체 상품(신용카드와 대출)과 아파트 관리비 등에 한해 잔고 부족시 대출을 일으켜 이를 미리 메우게 되는 등 편리하다. 하지만, A씨는 ○○지점에서 드림결제론을 신청하려다 거절당한 적이 있다. 거래 실적이 거의 없는 등 제반 요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수고객’ 대체 그 기준 뭘까?
그렇다고 계절이 몇 번 바뀐 새 A씨의 거래 요건이 확실히 좋아진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평소 중국 경제에 관심이 많았던 A씨는 지난 4일 제일은행 ‘더불어정기예금 중국 위안화 연동 11-41호’에 들기는 했다. 이는 일종의 정기예금이지만(1년 만기), 특정 조건의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가 변동되는(이 상품의 경우 위안화 절상폭에 따라 금리가 0일 수도 있다) 이른바 ‘구조화예금’이다(최하예금 규모 100만원).
때문에 A씨는 이미 자기 은행 카드 대금의 돌려 막기 정도에나 쓰이는 상품에도 특별히 대출 매력 포인트가 없는 고객으로 평가받은 바 있고, 약 6개월간 잔고가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구조화예금(정기예금)을 새로 들기는 했지만, 통상 은행권에 따르면 일명 은행고객점수를 평할 때에는 잔고 규모보다는 수익 창출에 큰 도움이 되는가를 평한다고 한다. 그래서 정기예금 고객보다 적은 금리로 예금을 유치할 수 있는 보통예금(요구불예금)이 오히려 점수가 높다고 한다.
그러면 A씨는 왜 갑자기 우수고객에 ‘임명된’ 것일까?
이에 대해 ‘허울(간판)뿐’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4대 금융지주 산하 시중은행인 B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CD금리+6.5%에 해당하는 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은 결코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10% 금리를 적용받는 경우는 담보 대출은 아니고, 자사에서 유사한 상품과 적용군을 굳이 찾자면 CD6개월물 기준으로 생각할 적에, △B은행에 거래 관계가 거의 없고 △직장인이라든지 특별히 조건이 없는 사람이 CS 대출을 받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일부 비약하자면, 아무 은행에 가서 담보나 보증 없이 대출을 받으려 해도 이 정도는 조달이 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수고객이라는 표현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낚시질 홍보지만 ‘잡아내기가 애매한데…’
실제 유사 사례를 들어 보자. 2006년 2월 문제 사례를 보면,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내실은 우수고객이 아닌데도 우수고객을 위한 할인권이라는 명목으로 상품권을 뿌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 측은 영업 전략상 이용 실적이 전혀 없는 고객들을 포함, 우수고객이 될 수 있는 후보군에게 우수고객을 위한 할인권이라 명시된 상품권을 발송했으니, 희망사항을 반영한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언론 보도 등을 참조하면, 공정거래위원회 광주사무소측은 롯데백화점의 이 같은 행위는 시장 질서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공정거래법에 우수고객의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는 등 마땅히 제재할 규정이 없다고 유권해석을 했다고 한다. 법 위반 사항은 아니지만 편법적인 방법으로 시민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줄타기를 한 사례로, 제일은행 사례도 이와 유사하게 볼 수 있다.
물론 ‘표시·광고공정화에관한법률’이 있고, 이 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규율하는 ‘은행등의금융상품표시·광고에관한심사지침’이 있기는 하다.
다만, 이 모법(공정화법)의 시행령을 분석해 보면, 시행령이 규정한 광고의 범위가 문제가 된다. 즉 대출 이벤트로 우수고객 운운한 사안에서 SMS를 광고 범주에 넣어 그 내용이 적절한지 심사받을 대상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A씨의 경우 기존 거래가 있는 고객으로서 상품 등 정보를 수신 동의를 한 경우라 광고로 볼 여지가 있는가에 관련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적 미비점을 십분 활용해(혹은 악용해) 이러한 우수고객 마케팅을 하는 것은 위의 롯데백화점 사안처럼 상도의적 논란은 남기게 된다. 특히나 제일은행은 근래에 구조조정 논란을 빚고 있는 데다, 고금리 대출 문제로 늘상 화제의 중심에 서는 외국계 은행이다.
국회에서 지난 10월11일 열린 ‘외국계 자본의 국내은행 지배, 무엇이 문제인가’ 공청회에서도 SC제일은행 김재율 노조위원장이 “SCB는 한국에 진출한 이후 상장폐지에 이어 가계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 등 단기수익 위주 영업에 치중했으며 지점 및 연수원 등 3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매각했다”고 주장한 바처럼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논란의 중심에서 굳이 낚시성 캠페인을 꺼내든 점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