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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음성인식 ARS, ‘문화파악’이 성공열쇠

원하는 서비스 바로 연결…비용 절감 효과↑

이지숙 기자 기자  2011.11.15 0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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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상담사와 통화하려면 지겨운 안내멘트를 1~2분 동안 듣고 있어야 하는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음성으로 고객의 목적을 파악, 해당 서비스에 바로 연결해주는 방법으로 컨택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모든 설명을 듣고 해당서비스 버튼을 눌러야 했던 예전과 달리 듣고, 말하고, 누르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택센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요즘 TV 스마트폰 CF를 보면 유독 음성인식 서비스를 광고하는 것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손을 사용하기 힘들 때 말만 하면 근처 맛집을 찾아주고, 운전 중 길 찾기, 전화 받기도 ‘말 한마디’면 모두 해결된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며 음성인식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이는 컨택센터에도 적용돼 긴급 상황일 때 혹은 신속하게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거나 입력할 때 사용된다. 특히 컨택센터, 병원 등에서는 다단계 메뉴를 검색하는 불편함을 해소시켜주고 있다는 평이다.

◆15년전 실패작, 다시 세상으로

음성인식의 시작은 꽤 오래전인 15년 전으로 돌아간다. 당시 LG 휴대폰 브랜드 ‘프리웨어’의 광고모델이었던 배우 김혜수가 CF에서 “우리집”이라고 외쳤던 광고는 무척이나 신선하게 고객들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당시 크게 주목받았던 음성인식 시스템은 낮은 인식률 등으로 고객들에게 외면 받았다.

프리웨어가 나온 뒤 몇 년이 지나 컨택센터에서도 음성인식 서비스를 도입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대용량 시스템이 개발되고 음성인식에 필요한 단어의 저장이 가능해지며 서비스가 실시된 것이다. ‘말하는 ARS’라는 컨셉으로 진행된 서비스는 큰 주목을 받으며 시장이 급성장 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역시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데 실패했다. 당시 증권회사, 농협 등 여러 곳에서 음성인식 ARS를 도입했으나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간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음성인식 기술을 공급하고 있는 예스피치 김종엽 팀장은 “인식률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기술적 접근이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연구가 부족했다”고 전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부족했다. 김 팀장은 “고객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 음성인지에 대한 연구가 없었고, 발성을 강요하고 서비스제약이 큰 부분도 시장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의 등장, 고객센터도 ‘활기’

한동안 침체기를 겪은 컨택센터 음성인식 ARS는 2008년 KT가 도입하며 활기를 되찾았다. KT는 예전 서비스 실패를 감안해 2006년부터 음성인식 시스템을 연구ㆍ개발해 2년만에 도입에 성공했다. 서비스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자연어 음성인식’이다. KT에 최초 공급된 이 서비스는 이전 ‘분실’, ‘요금’ 등 단어로 발성했던 것을 자연스럽게 문장을 이야기 하도록 유도했다.

   
음성인식 ARS는 현재 현대카드, 삼성전자 서비스 등에서 사용중이며 이후 은행, 보험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안병현 상무는 “발음만 정확하다면 사투리 등도 음성인식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상담사 멘트도 기계음이 아닌 부드럽게 유도하는 형식”이라며 “단어보다 문장이 인식률 또한 높다”고 전했다.

KT가 음성인식 ARS를 도입하고 이후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컨택센터의 음성인식 ARS 도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서 음성인식 서비스를 광고하며 사람들에게 익숙해졌고 컨택센터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의 기술적인 장점으로 ‘듣고, 말하고, 보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김 팀장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고객센터를 이용할 시 자료를 화면으로 받아볼 수 있는 등 멀티 서비스가 가능해 졌다”며 “음성인식 ARS도 원하는 서비스를 찾은 뒤 내용을 음성이 아닌 화면으로 보고 싶을 땐 전환이 가능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보고, 말하고, 누르는 서비스를 ARS에 적용시켜 최대한 고객이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성인식 ARS의 효과 또한 탁월하다. 지난해 3월 카드업계 최초로 음성인식 ARS를 도입한 현대카드는 서비스 개발에 14억원을 투자했지만 매달 1억5000만원의 비용절감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4~5단계에 걸쳐 안내 음성 듣기와 메뉴선택을 반복해야 하는 이전 서비스와 달리 한 문장을 말하는 것으로 해당 메뉴로 연결될 수 있어 짧은 시간에 많은 상담 전화를 성공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고객 상담 넘어 니즈파악 가능

음성인식 ARS의 빠른 시장정책에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무리 인식률이 좋아도 지하철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전화기에 ‘내 신용카드를 해지하고 싶은데요’라고 혼자 중얼거릴 용기가 없다면 사용률은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스피치 김 팀장은 “음성인식 ARS의 첫 시장 진입 시 실패 이유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인 만큼 ‘고객이 기분 좋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ARS 통화 시 안내 목소리 또한 딱딱한 기계음에서 자연스러운 대화형으로 바꿨으며, 고객으로부터 원하는 문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안내 멘트 또한 많은 개발 과정을 거쳤다.

인식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뉘앙스 안 상무는 “버전이 올라갈 때마다 음향모델을 크게 업그레이드 한다”며 “많은 고객의 목소리를 수집해 작고 가벼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장 근접한 발음기호를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며 우린 이 분야에서 10년 전부터 연구ㆍ개발한 만큼 서비스에 자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음성인식 ARS는 통신, 카드분야에서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교통, 은행, 보험 쪽으로 비즈니스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계는 외국의 음성인식 시장이 국내보다 크게 확장돼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에서도 사업 확장이 크게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뉘앙스 안 상무는 “외국은 의료, 헬스케어, 스크립트정리 등에 익숙하게 음성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음성인식 ARS는 교통 분야에서 예약ㆍ취소 등에 많이 사용 된다”고 전했다.

예스피치 김 팀장은 “지난 10년간 개발이 계속된 만큼 앞으로는 기술보다 서비스로 승부가 날 것”이라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단순 음성인식 ARS가 아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의 장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