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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팝업스토어’ 활용법…눈길 끄는 이유

[심층진단] 영업 상관없는 봉사 오히려 활발, 패션업계 ‘팝업마케팅’ 연상

임혜현 기자 기자  2011.11.14 08: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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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비싼 땅값의 대명사, 서울 중구 명동1가. 이곳에 자리 잡은 하나은행 플래그십 스토어는 여느 은행 점포 이미지와 달리 샤프한 금융 이미지가 없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디자인된 가운데, ‘그리니’라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만 눈에 띌 뿐이다.

‘그리니’는 하나은행의 슬로건 중 하나인 나눔을 표방, 단순한 기부에 그치는 것이 아닌 방문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돕기 위해 구성된 게임이다. 게임이 끝나면 기부를 통해 베트남의 ‘맹그로브 숲’을 보존하는 데 쓰일 것이라는 문구가 뜬다. 특히 고객 자신의 사진이 나뭇잎이 돼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의 잎사귀로 달렸기 때문에 자발적 참여 유발 효과가 높다.

   
서울 명동 번화가에 위치한 하나은행 플래그십 스토어는 환경보호라는 특이한 소재로 꾸린 공간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나은행은 당초 이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신규고객을 발굴,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과제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맹그로브 나무를 키우는 플래그십 스토어와 자산을 키우는 나무(하나은행 명동영업소)를 곧바로 연결하지는 않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요약하자면, 직접적 영업 효과는 ‘0’으로 수렴하는 ‘점포’를 굴리고 게임을 하는 고객들을 돕기 위해 로비 매니저와 (쇼핑을 위해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편의를 위한) 환전 작업을 위한 직원을 두고 있다.

#2. 서울의 심장인 시청 부근 하나은행 서소문지점. M 팀장은 고객이 가져온 책과 문구류를 받아 짐꾸러미를 꾸리고 있다. 11일부터 시작된 하나금융그룹 ‘1111 행사’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1월11일을 D-day로 삼아 12월 중순까지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데, 여기에는 단순히 연인끼리 과자를 나누는 빼빼로데이 대신 너와 내가 하나(1)가 되는 날로 승화시키자는 뜻이 담겨 있다.

문제는 이 활동 중에는 하나금융그룹을 대표해, 전국에 뻗어있는 하나은행 일선 점포들을 총동원하는 행사들이 끼여 있다는 데 있다. 11일 열리는 천일염 제공 행사는 단 하루만 진행되니 그렇다 치더라도, ‘Sharing Hana’ 행사와 ‘사랑의 책 기부하기’는 거의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일정이 짜여 있다.

한편, 부하직원들 대신 간부들이 몸소 나서서 궂은 일을 하는 것은, 부하 직원들이 창구 업무에 매여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M 팀장처럼 솔선수범하는 일선 간부들이 있어서다. 이는 하나은행이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점장, 팀장급을 공모제로 뽑는 실험을 하는 등 일선 지휘자급에게 많은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 온 전통이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하나은행 지점에 다문화가정이나 제3세계 저개발국가 아동들에게 선물로 갈 책이나 학용품을 기부하러 찾은 시민들은 간부 행원이 반갑게 맞이하는 경험을 당분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나은행이 이른바, 점포의 ‘팝업(Pop-up) 스토어’식 활용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팝업식 점포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갑자기 튀어 나와 눈길을 끄는, 그리고 특정한 행사 기간에만 잠시 뜨고 사용 기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팝업처럼 운영되는 게릴라성 점포 운영 방식을 말한다. 이미 패션 브랜드 등에서는 낯설지 않은 마케팅 기법이다.

플래그십 스토어, 눈길끌기 성공

위의 사례에서 언급했듯, 하나은행 스스로가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기도 할뿐더러, 특징 있는 운영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플래그십 스토어와 팝업식 영업이 일정 부분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를 보여주는 매장이라는 점에서, 눈길끌기의 대상이 된다. 브랜드의 성격과 특징을 극대화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하지만 라인별 상품을 분류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트렌드 제시 효과가 큰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팝업 스토어는 이벤트성과 한시성이라는 점에 보다 특징이 맞춰져 있다. 일시적으로 점포를 열었다가 사라지는 경우다.

이 같은 팝업 스토어,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이른바 하이브리드 공간 활용은 잠시의 눈길 끌기를 넘어선 고도의 마케팅 공간 연출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디자인 쪽에서의 연구 성과들과 마케팅 분야의 논의를 종합하면, 이러한 하이브리드식 공간 활용으로 고객에게 눈길을 끌고 감동을 주려면, 여러 복합적 성격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즉, △예술 문화를 적용한 감성적 공간 △문화양식을 적용한 유대감 형성과 가상 현실적 공간 △정신적 문화를 적용한 상징적이고 광장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공간 등이 그것이고, ‘가치의 소비’ 공간이라는 의의가 중요하다고 한다(예를 들어, 김률화, ‘복합문화공간에 나타난 하이브리드개념을 적용한 사례조사연구’, 국민대학교 대학원, 2010년).

호기심을 자극하고, 희소성을 극대화해야 하며, 싸구려 홍보라는 느낌 대신 소비자 머릿속에 브랜드 가치를 새겨야 한다는 점으로 요약하기도 한다.

◆지역거점별 천편일률적 봉사활동 틀 깰까?

이런 점에서 보면, 하나은행의 플래그십 스토어나 1111 이벤트의 일선 점포 동원은 그간 은행(및 일반 산업 재벌 회사)에서 제시돼 온 사회공헌 활동이 고객들에게는 베일에 싸여 있거나, 천편일률적인 미담 소개 기사 등 올드 미디어를 통한 간접적 정보 형태로 제시된 점과 비교해 신선함을 강조하는 데에는 이미 일정 부분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본점과 지역거점별로 인원을 동원해 봉사 지점을 찾아가거나, 혹은 물품 접수 같은 경우에도 ‘기업의 홈페이지를 통한 고객으로부터의 동참 접수(내용 확인)+택배로 물품 이동’이라는 방식에 비해 한층 유용하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은행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우 그리니 게임을 위해 찾은 시민(내지 단순 환전 고객)이 매니저 등 상주 직원을 통해 카드 가입 등을 문의하는 에가 목격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하나은행의 1111 이벤트 중 특히 셰어하나 이벤트는 전국 각 일선영업지점들을 팝업 스토어로 활용한다는 해석을 낳고 있어 주목된다.
더욱이 자주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적잖은 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패션 브랜드 ‘프라다’가 우리나라 궁궐이나 스페인 수산물 시장 등 다소 엉뚱한 곳에서 이슈 만들기성으로 팝업 스토어 개념 카드를 꺼내 들었던 전례를 보더라도 충분히 입증된다고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일선 점포들을 책이나 문구류 접수창구로 활용한다는 경험은 유레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하나은행(하나금융그룹) 스스로도 1997년 무렵에는 다문화가정 돕기 방편으로 PC 전달과 문구류 선물을 병행한 것이고, 그 다음 단계로는 2010년에 이르러서야 서울시자원봉사센터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간접 진행을 한 바 있다. 이때 해외로 전달될 문구류 선물 등을 꾸리는 것(혹은 그 선물 가방 자체)을 ‘드림켓’이라고 했는데, 하나금융에서는 주머니와 선물용 문구류 등을 지원하고, 그 제작에는 플래시몹 방식으로 자발적으로 모인 봉사자들에게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소량 자선 지원에서 플래시몹(팝업식 사람 모으기)을 활용한 대규모 행사 진행으로 발전한 형태에서, 아예 일시적으로 전체 점포를 사회공헌에 관련한 팝업 스토어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1111 이벤트의 일부 구성 내용은 눈길을 끄는 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보통 급격한 매상 올리기라는 단발성 방식의 영업 형태에 친숙했던 하이브리드 공간 활용(팝업식 스토어,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라는 문제를 사회공헌이라는 문제와 참여 유발이라는 점에 접목시켰다는 점에서도 하나은행의 근래 공간 활용 정책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