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수험생을 둔 부모들은 이맘때가 되면 자식걱정에 애가 탄다.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한달 여 전부터 사찰을 찾아 108배로 치성을 들였던 김모씨(53세, 여)는 정작 수능 당일, 무릎통증으로 고사장에 가는 아들을 제대로 배웅하기도 힘들었다. 간헐적으로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느껴왔던 김씨는 절을 하면서 무의식 중에 왼쪽으로 힘을 많이 주었는데, 그나마 성했던 왼쪽 무릎까지 통증이 심해져 걷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검사 결과 김씨의 무릎 연골은 심하게 닳은 상태였다.
대입을 앞두고 사찰이나 명소를 찾아 108배를 드리려는 행렬이 줄을 잇는다. 그동안 고생한 자녀의 좋은 성적을 기원하는 마음이야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고3 수험생을 자녀로 둔 40~50대 중년층 여성이라면 108배와 같이 무릎에 체중 부하가 많이 가는 반복적인 동작을 할 경우 무릎관절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여성은 무릎을 보호하는 허벅지 근육이 약하고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무릎 관절염 발병률이 3배나 높다. 더욱이 40, 50대 중년 여성들은 퇴행성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연골 성분이 변화하면서 얇아진 상태로, 외부의 충격이나 외상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 108배를 드리는 등 절을 하는 동작은 무릎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충격을 주기 때문에 연골손상이 급격히 일어나거나, 악화될 수 있다. 평소에도 중년 여성들은 걸레질이나 빨래 등 가사노동으로 무릎관절이 약해져 있을 소지가 많아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연골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없어 손상 정도가 경미하면 모르고 지내다가 갑자기 증상이 심해져 치료기간도 더 많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평소 무릎에 통증을 느꼈거나, 108배를 한 이후 무릎에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소리가 나는 경우 조속히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골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힘들고 손상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40~50대 중년층의 경우 연골손상을 조기 발견하면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30분 내외의 간단한 치료로 자기 관절을 살릴 수 있다.
치료는 손상 정도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연골 손상 부위가 2cm²이하일 때는 연골 밑에 구멍을 뚫어 치료하는 미세천공술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상처에서 나온 혈액 성분을 연골로 분화시켜 손상된 부위를 덮는 방식으로, 재생된 연골의 강도가 정상 연골의 60% 정도이기 때문에 재활 치료가 중요하다. 연골 손상 부위가 5cm²이하일 때는 잘 사용하지 않는 골연골을 채취해 손상된 연골을 복원시켜주는 자가골연골이식술을, 연골 손상 부위가 5cm² 이상인 경우 무릎에서 연골을 소량 채취해 배양시켜 자신의 연골세포를 이식해 재생시키는 자가연골배양이식술을 시행한다.
연골 손상 부위가 심한 경우, 자신의 관절연골을 살리고 재생시키는 연골성형술을 시행한다. 관절내시경으로 손상된 연골을 다듬은 후 40~70도의 고주파 에너지를 손상된 부위에 쏘여 손상부위를 다듬으면 관절경만 이용했을 때보다 무릎관절을 더욱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수능이 끝났어도 결과가 나오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부모의 정성은 계속된다. 만약 향후에도 108배를 드린다면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관절 주변 근육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108배 전 스트레칭으로 굳은 관절을 풀어주며 끝나고 집에 가서도 충분한 휴식과 찜질로 관절 피로도를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손발이 다 닳도록 자식 뒷바라지에 고생해온 우리 어머님들. 자식들 걱정에 자신의 건강은 뒷전으로 두다가는 후에 관절마저 다 닳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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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힘찬병원 이광원 부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