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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종시 건설현장에 기자들 5~6명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현장 사진을 찍어 금품을 요구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세종시 부지조성 공사 현장. |
[프라임경제] 며칠 전 취재차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를 찾았습니다. 그곳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는 지인을 만나 첫마을 아파트 단지로 이동하면서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최근 건설현장에 기자들 5~6명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현장 사진을 찍어 금품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일명 ‘사이비 기자’라고 불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그렇게 근거리에서 들어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지인에 따르면, 그들은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면서 폐기물이 쌓여있는 현장 사진을 찍고 현장별 감독관 및 현장소장을 만나 금품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놀라운 점은 상황별로 그들만의 단가를 정해 금품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산을 깎아 벌목을 한 뒤 비닐 등이 제때 처리되지 않았으면 300만원, 암석을 잘게 부숴 처리하지 않으면 500만원, 폐기름을 모아두면 800만원선으로 껑충 뜁니다. 건설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폐기물을 그날그날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통상 모아뒀다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 기자들이 이를 악용, 사진을 찍어 금품을 요구하는 모양새입니다.
때문에 건설현장 관계자들은 행여 이 같은 사실이 기사화 되어 건설사 명예에 먹칠을 하거나 공사가 늦어지는 등 문제가 커질까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들이 원하는 금액을 주고 있다 합니다.
이들이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건설현장 관계자들과 ‘흥정’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 합니다. 건설현장을 돌 때마다 관계자들이 기자를 왜 그렇게 냉담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궁금한 게 있으면 건설청으로 가보라”고 싸늘하게 말했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건설청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곳 역시 가시방석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그것도 여기자가 찾아온 이유가 여간 탐탁치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자 그제서야 조금은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던 건설청 관계자는 “아직 건설되지도 않은 도시의 건설청 출입기자가 100명”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대전, 공주, 충북, 연기 지역 크고 작은 신문사 기자들이 모두 출입기자로 신청을 해 놓은 터라 관리가 쉽지 않을 뿐더러 실제로 올해 초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관계자의 목소리에도 한숨이 섞였습니다.
“홈페이지 하나 만들어놓고 기자 행세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진짜 기자인지 사칭을 사람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나마 내년부터는 언론재단 등록기자만 출입하도록 시스템을 바꿀 예정이니 사정이 조금 나아지길 바랄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현재 세종시의 건설현장은 50여개에 이릅니다. 이 같은 일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 건설청은 공사 중인 현장사무소 전화번호를 기자들에게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10번 전화통화보다 한번 찾아가 사진을 들이미는 쪽이 훨씬 약발(?)이 좋다는 사실을 그들 기자들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보다 많이 사그러들었다고는 하는데요, 세종시 건설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미스러운 흥정’이 없어지려면 건설사들이 먼저 트집 잡힐 일을 피하는 게 순서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