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글날은 몰라도 이 날만은 잊지 않는다. 바로 11월11일 빼빼로데이를 보며 든 생각이다.
지난 6월 문화관광체육부 조사에서 국민의 37%가 한글날을 모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이 조사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한다는 의도에서 진행됐지만 그 결과 자체만으로도 씁쓸했다.
반면, 발렌타인데이 다음으로 많이 챙긴다는 빼빼로데이는 어떤가. 빼빼로데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빼빼로데이가 무슨 날이냐고, 언제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것도 모르냐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이에 지인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한글날은 몰라도 빼빼로데이는 안다. 기가 막힌 상술이다’는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이 같은 빼빼로데이는 수능시즌과 맞물려 식품업계에서는 대목으로 통하고 있다. 빼빼로데이가 대목이라는 것은 빼빼로의 매출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빼빼로데이의 대표 제품은 롯데제과의 ‘빼빼로’인데, 이 회사의 빼빼로 연간매출 중 80% 가량이 이날을 전후해 이뤄진다.
물론 롯데제과의 독주를 지켜만 볼 수 없는 다른 제과업체들도 빼빼로와 비슷한 형태의 과자를, 베이커리업계 등도 빼빼로 관련 상품들을 쏟아내며 빼빼로데이 대목을 누리고 있다. 이에 해마다 이르면 10월말부터 늦어도 11월초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편의점을 들리거나 길거리를 걷다보면 빼빼로데이 제품 전용 매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 보며 이전에도 식품업계의 지나친 상술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올해는 해도 너무한 것 같다.
식품업계는 올해 빼빼로데이(11년 11월11일)를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혹은 ‘천 년에 한번 오는 빼빼로데이’라며 의미를 부여하는 고도의 심리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단순한 빼빼로데이가 아닌 ‘천년에 한번’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기존의 빼빼로데이를 챙기지 않던 소비자들마저도 이 ‘특별한’ 올해 빼빼로데이만은 챙기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 실제 식품업계는 올해 새로운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빼빼로데이 관련 제품 물량을 지난해 대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마저도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는 광고와 사람들의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빼빼로데이 전용매대를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상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하나쯤 사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손을 뻗기도 했다. 이후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는 심리 마케팅에 넘어갔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한편으론 식품업계가 더 이상 빼빼로데이가 자신들이 만들어낸 상술이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 수 없게 됐다는 생각을 했다.
앞서 식품업계는 매년 빼빼로데이와 관련해 과도한 상술 논란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만든 날이 아니다. 빼빼로데이는 부산의 한 중학생에 의해 시작됐다’며 빼빼로 판촉을 위해 만들어진 날이 아니라고 발뺌해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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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빼빼로데이를 빼빼로가 많이 팔리는 ‘빼빼로 기념일’로 지정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지나친 상술로 빼빼로데이를 맞아 주위사람들이나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한다는 좋은 의미가 퇴색해버린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