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가 아파트 첫 입주민을 맞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공한 첫마을 1단계 아파트 1572가구가 12월26일 입주를 시작하는 것. 현재 세종시는 첫마을 아파트는 물론 민간아파트들도 인기리에 분양을 마쳤고, 이 같은 분양열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갈등과 대립을 견뎌내고 태어난 세종시로 직접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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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6일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가운데 세종시 정부청사는 공정률 85%를 마쳤다. 사진은 지난 4월 정부청사 공사현장 모습. |
세종시 첫마을 1단계 아파트 주민 입주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 9일 현장을 찾아갔다. 서울에서 약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세종시는 내달 입주를 앞둔 첫마을 아파트만 우뚝 솟은 모습이었다.
내년 4월 입주를 앞둔 국무총리실 청사는 공정률이 85%에 이른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그 외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공사가 한창인 민간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종시에 첫발을 내딛은 첫 느낌은 그저 ‘넓다’와 ‘허허하다’ 두 가지 뿐이었다.
자동차가 없으면 건설현장에서 다른 현장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지인의 충고를 농담처럼 흘려들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세종시 도착 후 기자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내달 첫 입주를 앞둔 첫마을 아파트 단지.
◆1572가구 입주? 걱정스러운 입주율
멀리서 바라본 첫마을 아파트는 제법 그럴듯했다. 국제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아파트 단지를 디자인해서 인지 성냥갑처럼 답답한 평면 구조가 아니라 높낮이와 앞뒤에 변화를 준 입체적 조형미가 제법이었다. 또 아파트 단지 앞으로 흐르는 금강은 운치를 더했다.
하지만 어렵사리 단지 내로 들어가 보니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입주를 앞둔 첫마을 1단지 아파트조차 공사를 완전히 마친 상태가 아니었고, 2단지 아파트는 아직도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대형 덤프트럭이 쉴새 없이 공사장을 누볐고, 작업 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아파트 건물 외에는 작은 편의점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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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공한 첫마을 1단계 아파트 1572가구가 12월26일 입주를 시작한다. 사진은 지난 9일 기자가 찾아간 세종시 첫마을 1단계 아파트 전경. |
입주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한달 남짓…. 입주가 시작된다고 해도 정부청사 입주는 내년부터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실입주는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이고, 그 이후에도 문화·편의시설이 입점하지 않으면 생활의 불편은 불 보듯 뻔 해 보였다.
이와 관련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입주날짜가 돌아와도 입주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공무원들의 입주일은 청사가 입주한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여 당연히 미뤄질 것이고 편의시설이 없다보니 분양받은 공무원들이 전세를 내놓아도 쉽게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낮은 분양가에 미리 구입해 놓은 것이지 앞으로 2~3년간 실거주자는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세종시는 크게 중앙행정, 문화국제교류, 도시행정, 첨단지식기반, 의료복지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개발된다. 하지만 문화국제교류권역의 백화점, 컨벤션센터 등의 부지는 연말에나 토지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고, 병원도 아직 들어오겠다는 곳이 없다.
우체국과 소방서, 파출소, 주민센터 등은 첫마을 입주에 맞춰 들어올 예정이지만 이조차 공무원 정원을 확보하지 못해 입주율이 높더라도 행정불편이 예상된다.
실제 연기군은 행정안전부에 첫마을 주민센터에 공무원 정원 30명을 요청했지만 행안부는 세종시 출범 전이라는 이유로 주민지원센터를 연기군 남면 출장소로 봐야 한다며 7명만 인가 했다.
119 안전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연기소방서는 충남소방본부에 정원 40명을 요청했지만 12명만 인정했고, 경찰 지구대는 경찰인력 30명을 요청했지만 연기경찰서는 첫마을 지구대에 자체 인력으로 15명을 배치하고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유아 보육시설 2개와 유치원 2개, 초등학교 2개, 중·고등학교 1개씩은 내년에 개교할 예정이다.
◆아파트상가 분양도 놀라워…입점 상가는?
내달 실제 입주율을 점칠 수는 없지만 세종시 아파트 분양이 ‘대박’을 친 것은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첫마을 아파트 내 상가 분양율 역시 덩달아 올라갔다. LH가 지난 8~9일 분양한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단지 내 상가 108개가 평균 낙찰가율 158%를 기록하며 모두 팔린 것. 이번에 낙찰된 상가의 낙찰 총액만 총 323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성과다.
하지만 상가전문가들은 고낙찰 상가에 대해 염려를 표하기도 한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세종시에 대한 관심이 이번 상가 입찰에서도 반영되기는 했지만 입주시기가 도래하면서 소비세대의 입주율과 입점 업종의 매출 안정성, 전반적인 상가 공급율 등을 고려해 볼때 일부 고낙찰 상가에 대한 수익보전은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아파트 단지 분양이 그렇듯 소비자 형성이 먼저 된 후에 상가가 입점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세종시 역시 상가가 먼저 입점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슈퍼든 세탁소든 부동산이든 소비자가 형성된 이후 수익보전 가능성이 있어야 상가가 이를 분석, 입점하는 것이 수순이라는 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종시 전역에 자리 잡고 있는 공인중개소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첫마을 인근에는 중개업소가 몇 개 없었지만 지난해 12월 세종시특별법 통과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공인중개업소가 50~60개에 이르는 이유에서다.
아파트 입주율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전세나 매매가 이뤄지려면 다른 편의시설이나 점포보다 공인중개소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고, 때문에 첫마을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부동산이 가장 먼저 입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조차 낙찰율이 높아 확신하기는 힘들다.
결국, 빠른 입주로 인한 아파트 상권 활성화가 상가도 살리고 지역 분위기도 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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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첫마을 아파트는 성냥갑처럼 답답한 평면 구조가 아니라 높낮이와 앞뒤에 변화를 준 입체적 조형미가 매력이다. 또 아파트 단지 앞으로 흐르는 금강은 운치를 더한다. |
◆세종시 이전 공무원 70% 아파트 분양 못 받아?
그런가 하면 지난 2일 눈길을 끄는 자료가 공개됐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이 “세종시 이주공무원 70%가 아파트 분양을 받지 못했다”고 밝힌 것.
행복도시건설청이 지난 1일 권 의원에게 제출한 ‘2012년 이전 공무원 분양현황’ 자료에 따르면 내년 세종시에 이전하는 공공기관 6곳의 공무원 4518명 가운데 첫마을 아파트는 828이 당첨됐고, 대우(루프지오)는 552명이 당첨되 총 1380명(30.5%)만이 아파트 분양에 성공했다.
공공기관 이전이 내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주 공무원의 약 70% 이상은 전·월세를 구해야 하거나 서울에서 출퇴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행복청의 조사 시점과 앞으로도 민간아파트 분양이 계속 될 것임을 감안하면 이같은 조사 결과는 아직 기우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권 의원이 발표한 내용은 ‘2010년 이전공무원 분양현황’에만 근거하기 때문.
또 일각에서는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행복청 한 관계자는 세종시 분양율이 낮은 이유를 서울시 공무원들의 눈높이에서 찾았다.
그는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LH공사의 첫마을 아파트와 대우건설의 세종시 푸르지오에 국한되어 있다”면서 “서울에서 지내던 공무원들은 눈이 높다. 첫마을 아파트의 경우 10년 임대아파트로 과거 ‘주공아파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서울지역 공무원들이 입주를 꺼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민간 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들이 분양을 속속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빠른 입주만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장인부들 방 부족 아랑곳…땅값은 껑충
이번 세종시를 방문하면서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첫마을 아파트 혹은 건설현장 인근마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원룸 혹은 모텔 홍보 플래카드였다.
세종시에 ‘숙소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 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
인근 몇 개 되지 않는 모텔은 이미 방이 찬지 오래, 현장을 벗어난 공주와 대전에서도 펜션이나 원룸을 ‘달방’으로 제공한다는 플래카드가 가득했다.
신축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 기본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을 경우 한달 70~80만원선이라는 게 건설현장 인부들의 설명이다.
모텔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지어진 지 오래돼 외관만 보더라도 시설이 가히 짐작되는 업소임에도 매일 청소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한달 숙박료가 1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편, 껑충 뛰었다는 세종시 땅값은 기자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뛰었다, 뛰었다” 말만 들었지 시세 밝히기를 꺼려하는 지역 부동산 관계업자들의 텃세(?) 탓에 치솟은 땅값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만 갔다.
행복청 관계자가 슬쩍 귀띔을 해줬다. 세종시 조성 예정지는 이미 LH가 용지를 매입했기 때문에 더 이상 땅값이 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예정지를 벗어나는 기점에서부터 땅값은 천정부지라는 게 행복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행복청 인근 예정지를 구분하는 작은 냇물을 기점으로 예정지는 평당 25만원 선에 LH공사에서 구입했지만 현재 예정지 밖의 냇물 건너편 땅값은 1200만원에 이른다고. 무려 48배 가량이 껑충 뛴 가격이다.
또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평당 2만원에 불과했던 자투리 땅 역시 150만~200만원으로 최대 100배 부풀었다.
해당 관계자는 “물론 LH에서 용지를 매입할 때 중심가의 경우 평당 300만원 이상 주고 매입한 땅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매입한 용지 평균을 내보니 24만~26만원 선이었다”면서 “이를 기준으로 현재 오른 땅값을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아직 건설되지 않은 도시이기 때문에 수많은 리스크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세종시 르포 과정에서 만난 주민들은 상기된 표정이 만연했다. “외지인들이 유입되고 땅값이 올라가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던 식당 주인아주머니와 “앞으로 경기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세종시는 제2의 서울이 될 것”이라던 택시기사의 말마따나 진정한 행복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