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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국채금리 쇼크, 국내 투자자 대응법은?

“원화국채 반사이익, 저가매수 속 플래트너 포지션 유지”

이수영 기자 기자  2011.11.10 17: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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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탈리아 국고채 10년 금리가 9일(현지시간) 심리적 마지노선인 7%를 훌쩍 넘겨 7.21%까지 치솟았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유로존 3위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에도 구제금융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는 공포가 밀려왔다. 충격은 고스란히 10일 코스피와 환율시장을 덮쳤다.

10일 ‘수능한파’는 피했지만 주식시장은 ‘유럽한파’에 몸서리쳤다. 이탈리아의 CDS 프리미엄이 572bp까지 치솟는 등 디폴트 우려가 증폭되며 코스피는 하루에만 94.28포인트 주저앉아 1813.25까지 밀렸다. 환율도 전일대비 18.56원 치솟은 1135원을 기록해 크게 요동쳤다.

◆“이탈리아, 그리스보다 상황 심각”

전문가들은 만약 이탈리아가 무너질 경우 그 충격은 그리스와 비교도 안될 만큼 크다고 입을 모았다. 유로존 내 3위 경제대국이며 국채 발행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가 최근 위기를 맞은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채권시장 수급불균형이다. 유럽최대 채권 청산기관인 LCH클리어넷(LCH Clearnet)이 이탈리아의 국채 담보금을 인상하면서 매도가 급증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 내에서 이탈리아 국채매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을 위한 유로존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주로 이탈리아 국채가 대상이 될  EFSF의 기금 확충 방안 합의가 연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이탈리아 내부 사정도 한 몫 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물러난 뒤 재정개혁안 이행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불확실성을 키운 것이다.

더구나 내년 1분기 이탈리아의 대규모 국채만기가 몰려 차환을 발행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이탈리아 국채만기는 이달 148억5000만 유로(약 22조원), 12월 224억6000만 유로(약 34조원)가 예정돼 있다. 내년에는 총 3070억 유로(약 470조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국채수익률이 7% 넘게 치솟아 자국 여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伊 ‘디폴트’ 가능성 “단기적 충격 불가피”

쟁점은 이탈리아가 최악의 상황, 즉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직면할 것인지다. 또 구제금융 신청여부와 시점도 관심사다. 앞서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등은 국채금리가 7% 이상 치솟은 지 평균 43일 만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더라도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HMC투자증권 이영원 연구원은 “당분간 단기적인 혼란은 피할 수 없겠지만 금융위기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리스와 달리 이탈리아는 충격의 강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유로존 전체에서도 이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기적인 대책과 함께 재정개혁법안 통과 등 중장기적인 해법을 찾는다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교보증권 김형렬 투자전략팀장은 “이탈리아 부채규모가 GDP대비 120%를 상회하는 만큼 그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변수인 것은 맞다”며 “그러나 이탈리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고민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최근 이탈리아의 정세불안이 계속되고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규모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1분기에 발행한 2500억 달러 규모 국채가 대부분 소화됐고 그 절반 이상은 프랑스와 독일이 흡수했다”며 “두 나라의 추가 매입의지만 확인되면 불안 심리는 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비관적인 견해도 있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노중 연구원은 “지금 이탈리아의 경기상황과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구제금융 신청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임 연구원은 “충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국제사회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리스처럼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시장 단기적 ‘훈풍’?

한편 이탈리아 쇼크는 원화채권에 단기적인 반사이익을 안길 전망이다. 앞서 지난 9월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고조된 때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불거지면서 채권수익률도 뛰었다. 그러나 한국의 외화유동성이 안정적이라는 평가와 일본·중국과 통화스왑 체결이 잇따르면서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하락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이번 충격으로 원·달러 환율이 다소 급등하더라도 직접적인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원화국채는 안전자산으로서 인식되는 상황에서 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수익률 곡선에서는 당장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 중장기물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의 금리 박스권을 하향 돌파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긴 것으로 판단되므로 저가매수 속에 플래트너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