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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들에겐 ‘과잉공급 우려’ 안중에 없다

김관식 기자 기자  2011.11.10 16: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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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저희(건설사) 입장에선 (아파트·오피스텔)분양 잘 돼서 팔리기만 하면 끝나는 거죠. 솔직히 그 다음 문제는 신경 안 써요.”(A건설사 관계자)

성공적인 분양과 높은 계약률.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는 주택시장에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이 같이 좋은 성적은 일부 지방 아파트 시장과 수도권 수익형부동산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분양 현장에서 간간히 볼 수 있다.

사실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가 여간해선 힘들다. 인지도가 높은 아파트 브랜드에 우수한 입지라고 할지언정 투자가치가 예전만큼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거시장 트렌드가 바뀌어 버렸다. 주택시장이 침체기를 겪는 동안 1~2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중대형아파트→중소형, 아파트→오피스텔 등으로 수요 이동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또 바뀐 것은 주택공급에 대한 중심축이다. 아파트에 몇억씩 웃돈이 붙던 과거에는 아파트를 사자는 수요가 넘쳐 분양만 하면 잘 팔리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택거래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어지간한 중대형아파트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실제로 한 건설사가 서울 성북구, 중구, 종로구에 쌓여있는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비중이 80~100%였다. 한 아파트 단지에 중대형 아파트는 한 채도 안 팔렸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전문가를 따라 잡고 있다. 아파트 시장에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림에 따라 분양가, 입지, 주변환경 등 철저하게 분석하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택공급시장은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뀐 지 오래다. 소비자들의 니즈(need)를 파악하는 것은 이미 기본이 돼 버렸고 분양가도 주변시세보다 싸지 않으면 관심조차 받을 수 없는 세상이 돼 버린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 중심의 주택공급을 이어가고 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과잉공급이다. 물론 수요와 공급이 잘 맞아 떨어지면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미 공급량이 넘치는 상황이라면 공급자(건설사)에서 조절이 필요하다.

지금 주택시장 분위기는 소형주택이 대세다. 여기에 매달 수익이 고정돼 있는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에 대한 과잉공급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의 공급자(건설사)는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소형 주택에 대한 열기가 사그라지기 전에 물량을 쏟아내야 하는 것 마냥 물량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찌됐건 간에 공급자는 분양만 잘 돼도 계약금은 챙길 수 있다. 중도금, 잔금은 그 뒤에 일이다. 하지만 수요자들은 소형주택에 대한 과잉 공급 현상이 나타나게 될 때 중도금, 잔금을 내야하는 시점을 맞이한다.

   
 
과잉공급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면 지금까지 쏟아낸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정수익을 기대한 계약자들의 수익률 악화는 불 보듯 뻔하며 주택시장은 또 다른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시장 열기를 틈타 ‘무조건 팔면 된다는 식’의 주택공급은 몇 년 후 주택시장에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을 공급자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