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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그대로 서민은 줄이고…’ 우리카드 ‘혜택 잣대’는?

[심층분석] 우리금융 카드분사論이 불편한 우리은행의 카드 운용 스타일

임혜현 기자 기자  2011.11.10 14: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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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과 정도'를 강조하고, 시장과 버스 내부 등 장면을 배치해 '서민적 분위기'를 한껏 살린 우리은행 CF 장면. 하지만 카드 연계 적금 상품이 논란을 빚고, 카드 혜택의 근원적 축소에 불을 당겼다는 우려를 낳는 카드 신상품을 내놓는 등 우리은행의 카드 관련 영업에 관련해서는 이러한 정도 영업 모토가 퇴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프라임경제] ‘기본과 정도’를 강조하고 있는 우리은행. 이번 하반기 영업 대책을 서민금융과 기업금융에 맞추겠다고 천명할 정도로 해당 영역에 강한 애착을 보여 왔다. 대출 규모가 다소 꺾인 것 같다는 지적도 있지만,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중소기업의 시설자금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등 중기 금융지원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서민금융 부분에서는 미소금융 지원에 이어 주택수선 지원상품인 ‘두꺼비하우징론’에 이어 주택금융공사와 서민금융지원 상품 출시 등 ‘서민금융지원확대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은행부분의 정도 경영 마인드도 ‘카드’와 관련되면 다소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바젤Ⅲ 시대가 가까워 오면서 비이자수익에 목마른 은행계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기본 맥락에서는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아울러 우리은행 전체 수익 중 비이자부문(외환, 카드 및 방카슈랑스 등)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지난 연말 이종휘 전 행장은 퇴임 직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은행의) 비이자수익은 15% 안팎에 불과하다”며 2011년에는 비이자수익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영업의 달콤함에 스스로 매몰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카드 긁으라’ 권하는 매직7적금, 소액결제 완전배제 신상품

   
우리카드 분사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은행의 위상에 비교하면 카드의 인지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오나, 적잖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효자 영역이라는 평가도 유력하다. 최근 우리카드가 감각적인 상품 출시와 마케팅을 시도하는 징후가 여럿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영업통 이순우 행장이 행장 취임 후 첫 결제를 한 작품이라는 소리도 있는 ‘매직(Magic)7적금’은 우리은행의 카드사업부문 연계 영업의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 상품은 판매 연장 등 이슈를 뿌리기도 했지만 ‘낚시성 상품’, ‘과당경쟁 유발’ 등 달갑잖은 평가도 함께 받았다.

최대 7% 금리를 내세운 매직7적금은 카드를 소지한 예금자가 카드를 일정액 이상 사용하면 고금리 혜택이 제공되는 것을 골자로 한 상품이다. 즉 매직7적금을 통해 우리V카드 신규고객 유입이나 우리은행 신규수요 창출(기존 카드 사용 고객의 적금 유치)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기존 고객은 기존의 카드 사용액보다 500만∼1000만원을 더 써야 7%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고금리라는 판촉 키워드에 주목, 가입했지만 은행에서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으면 실속이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과소비 유발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카드발 금융 위기를 한 차례 겪은 바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일반서민대중에게는 실속이 없거나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는 평가다.

물론 적금 상품에 카드 실적을 연계해 혜택을 주는 상품은 신한은행 등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특별한 문제점으로 바로 특정짓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일선영업점에서 최고금리 부여 조건을 설명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는 평가 하에, 고위 간부가 나서 일선점 판매 상황을 점검하는 등 대응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과는 달리 본질적으로는 ‘서민이 아닌 VIP 위주의 카드 공략’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일선점포 매직7 판매 상황 점검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 10월18일, 우리은행은 UEFA 챔피언스 리그의 공식 스폰서인 마스타카드로 발급하는 ‘우리 챔스(Cham's)카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출시된 우리은행 챔스 카드는 유럽 축구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층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문제는 이 상품이 유럽축구팬을 겨냥한 마니아 위주 상품으로만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 있다. 이 ‘챔스 카드’는 각종 혜택을 부여하면서도, 1만원 미만 결제에 대해서는 포인트 적립을 원천 배제하는 등 기존의 상품설계 패턴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언급했듯, 카드와 관련한 상품으로 인한 과소비 유발 논란과 불완전한 상품 설명 발생 우려 등도 부각된 직후에 시도된 상품으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아울러, 이 상품 발표 시점(은 물론 그에 상당 부분 앞서는 개발과 검토 단계)이 카드업계에 대한 중소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격화돼 있던 무렵이라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서울 잠실에서 수수료 인하 관련 요구 대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소액결제의 거절 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러한 상황과 배경을 인식하고 오히려 우리은행의 경우 ‘돈이 안 되는’ 소액결제 시장을 각종 혜택에서 전면 배제하는 쪽으로 상품설계 스탠스에 변화를 줬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에 여신업계에서 기존에 신용카드에 주던 각종 혜택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꼼수’ 논란을 빚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혜택의 양극화 즉 VIP(우량)고객 혜택은 줄이지 않은 채 서민카드 혜택만 축소하는 기본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챔스 카드의 단서 조건에 이 같은 소액 결제 관련 혜택을 모두 부정함으로써, 더욱이 전업사가 아닌 은행계 카드로서 강수를 둠으로써, 업계가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나서는 데 사실상 ‘신호탄’을 쏜 셈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여신금융협회 등 금융권에 따르면, 1만원 이하 신용카드 결제 건수는 전체 결제건수의 3할대를 차지한다고 한다. 2008년 동일한 소액 결제 시장의 규모가 1%대에 머물렀던 점에 비하면 3년여만에 30배 성장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민금융소비의 현황과는 아랑곳없이, 돈이 크게 안 되는 시장은 과감히 손을 뗀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애시당초 전면적으로 혜택을 줄인 카드 신상품들이 출시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서민금융을 강조해 온 우리은행에서 본격적으로 실현시키고 나선 점은 아이러니로 받아들여진다.

행여 은행 비중 줄어들까, 빗나간 카드 사랑

   
최근 일부 여신업체들의 기존 신용카드 혜택의 축소 추진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가장 큰 문제는 혜택을 확실히 줄여버리는(특히 서민층 고객 수요 등에 초점을 둬 축소하는) 상품군이 새롭게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부분이다. 우리은행의 챔스 카드는 소액결제 시장의 성장과 중소가맹점의 매출에서 이 부분이 차지하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에서는 현재 카드사 분사와 매트릭스 체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문제에 관련해서는 은행 일각에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 분사 문제만 놓고 보면,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의 카드부문이 올린 수익은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은행 순익의 약 1할에 해당하는 셈이라 떼어놓기 아까울뿐더러 은행의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매트릭스와 이런 분사가 결합하면, 은행의 발언권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우리카드 분사가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일명 은행계 카드와 전업 카드사 독립을 비교하면, 마케팅 성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과열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카드사 분사는 현재 금융권 사정상 당국이 허락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깔려 있다. KB국민카드가 분사할 때도 최종 승인까지 4~5개월이 소요됐다는 것이다.

이런 명분과 실속 때문인지, 우리은행은 카드사업부문을 분사시키지 않아도 이미 공격적인 마케팅을 알아서 잘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은행의 최근 일련의 카드 관련 활동은 우리은행이 주도적으로 카드사업부문을 끌고 가야 하며 이미 알아서 잘 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무리수이자 이기주의로 받아들여진다. 또, 우리금융그룹 내 갈등 구도 우려를 재발시킬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에 쌓아온 이미지와 스스로 부여해온 역할론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으로 흥미로운 관찰 대상으로서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