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복수의 대형병원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강서구 마곡지구 종합의료시설 용지 입찰공고가 오는 11일 시작된다. 입찰공고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해당 지역 개원가(開院街, 의료업계)∙중소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이 무엇보다 ‘재벌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서울아산병원이 이 용지에 분원 설립을 검토한다고 알려지면서 지역 중소병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분원 설립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아산재단 산하병원으로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이 일순간 변심해 입찰을 강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해당 지역 중소병원들이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의 분원 설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종합의료시설 용지는 지난 2007년 12월28일 서울시 도시개발사업계획에 따라 첨단산업업무단지와 친환경주거단지 조성계획과 함께 대규모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지정된 곳이다. 이 마곡지구 종합의료시설 용지는 4만3000㎡(1만3000평)로, 병상 규모로 따지면 10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이 건립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과도한 세 불리기에 ‘질타’
마곡지구 종합의료시설 용지가 지정된 2007년 당시만 해도 강서구에는 대형병원이 없는 상황이었다. 미즈메디병원이 있었지만 산부인과전문병원으로 일반적인 종합병원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서울시가 도시개발사업계획을 추진하며 동시에 의료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대형병원 유치를 위한 마곡지구 종합의료시설 용지를 지정하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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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의 마곡지구 분원 설립 여부를 놓고 지역 중소병원 등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아산사회복지재단 산하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대 규모이자 최다 분원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분원들은 강릉, 보성, 정읍 등 각 지역에 설립돼 의료 취약지역의 의료환경 개선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이번 마곡지구 내 분원 설립 검토는 이와 달리 ‘세 불리기’, ‘재벌병원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만약 이 용지에 서울아산병원의 분원이 들어서게 되면 서울아산병원은 서울 동쪽과 서쪽 횡으로 가로지르는 두 개의 병원을 운영하게 된다.
서울아산병원의 과도한 세 불리기 행태에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도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이 분원을 설립하면 해당 지역 중소 규모 개원 병원 뿐 아니라 일부 대형병원의 타격도 예상된다”며 “지방 등의 환자쏠림 현상 역시 심화돼 지방병원의 심각한 경영난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랬다 저랬다’ 말 바꿔…의료계 “긴장 못 놔”
그러나 논란의 당사자인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분원 설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서 소문이 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원 설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인지’, 또 ‘이전에도 검토한 적이 없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모두 ‘그렇다’며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서울아산병원이 이 같은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마곡지구 개원가와 중소병원들은 거센 반발과 함께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이 말을 계속 바꾸고 있고 정확한 의사표현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계속해서 서울아산병원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마곡지구를 봤을 때 지역주민 입장에서 생각하면 대형병원이 들어서야하지만 지역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마냥 환영할 수는 없다”며 “특히 학술중심 병원이 들어서면 그나마 지역 중소병원의 피해가 덜하겠지만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영리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지역 병원들의 경영난 등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공식적입 입장피력 대신 말을 바꿔가며 물밑작업을 벌인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또 서울아산병원이 현대 아산재단 병원인 만큼 막강한 추진력을 기반으로 한순간에 분원 설립을 강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중소병원협회는 10일 저녁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서울아산병원 분원 설립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 분원이 설립되면 중소병원이 초토화된다”며 “이날 이사회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들어왔을 경우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대응책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다”고 전했다.
국내 한 대형병원 관계자 역시 “마곡지역에서는 현재 용지 입찰 참여자로 거론되고 있는 길병원, 이대목동병원, 을지대병원 등보다 국내 톱클래스 수준인 서울아산병원이 들어오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지역 중소병원뿐 아니라 분원 설립을 검토하는 타 대형병원들도 서울아산병원 분원 설립 검토 소식에 비상이 걸렸다. 최종 입찰마감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 대형병원 노조는 서울아산병원의 분원 설립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병원 노조 측은 “재벌병원의 환자독식과 의료영리화 의도를 반대한다”며 서울아산병원의 입찰 계획 즉각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충분한 메리트’…입찰기간 중 변수 생길 수 있어
한편, 마곡지구 종합의료시설 용지 입찰공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련 업계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아산병원은 끝까지 속을 드러내지 않고 물밑작업을 펼친다는 소문과 함께 서울아산병원뿐 아니라 여러 대형병원들도 해당 용지 입찰 참가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복수 대형병원들이 해당 용지를 욕심내는 이유는 충분한 메리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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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들이 분원 설립지로 입찰 의사를 밝힌 4만3000㎡ 규모의 마곡지구 종합의료시설 용지. 서울 서남쪽에 대형병원이 없다는 점과 인천공항과 인접해 있어 내·외국인 환자 유치에 용이하다는 점에서 최적의 병원 부지로 평가받고 있다. |
아울러 2014년까지 택지 등 기반시설 설치, 2020년까지 아파트, 공동주택 등이 단계적으로 들어서게 되는 등 마곡지구 도시개발사업도 분원 설립 욕심에 충분한 이유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메리트를 갖춘 마곡지구 종합의료시설 용지 입찰은 11일 공고된다. 입찰기간은 22~24일간이며 입찰기간 종료 다음날 개찰한다. 계약 체결은 오는 12월 6~7일로 예정돼있다.
입찰을 담당하고 있는 SH공사 개발행정팀 관계자는 “현재 마곡지구 종합의료시설 용지 입찰에 관심을 보이는 대형병원은 여러 군데가 있다”며 “그러나 입찰에 관심을 보이더라도 참가하지 않는 병원이 있을 수 있어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22~24일간의 입찰기간에 충분히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20여일간의 입찰기간 동안 서울아산병원의 참여가 가장 큰 변수일 것”이라며 “재벌병원의 참여로 해당 지역 중소병원뿐 아니라 주변 대형병원의 경영난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끝까지 서울아산병원의 입찰참여 여부를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