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1월 옵션만기일을 맞아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옵션만기일에는 프로그램물량이 몰리는 탓에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변동성은 다소 줄었지만 유로존 리스크가 여전하고 1년 전 ‘도이치뱅크 충격’이 가시지 않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지표를 근거로 “불안요소는 없다”며 못 박고 있다. 그러나 이틀 사이 김정일 사망설, SK 최태원 회장 사망설 등 주가하락을 노린 유언비어가 창궐해 시장을 흔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작년과 같은 옵션만기 쇼크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도이치뱅크 사태’와 같은 쇼크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도이치뱅크 사태는 작년 11월 옵션만기일 당시 도이치뱅크 홍콩법인은 장 막판 10분 동안 무려 2조원대 주식을 팔아치우며 주가조작을 시도한 사건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53.12포인트 급락했으며 도이치뱅크는 44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지난 8월 임원 4명이 검찰에 기소되고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대량매도 충격 없을 것”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작년 11월 옵션만기는 도이치증권을 중심으로 진행된 2조원의 프로그램 매도로 만기지수인 코스피200은 마감 동시호가에만 무려 7.11포인트 하락했었다”며 “이런 충격 때문에 이번 만기에 대한 우려도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9일 국가지자체를 중심으로 1800억원 정도의 물량 부담이 생겼지만 차익거래 절대규모가 축소돼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10% 미만으로 떨어진 프로그램 매매 비중을 고려하면 1800억원 물량이 전부 청산된다해도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종금증권 이중호 연구원도 “단기간 순차익잔고 부담이 급격히 커져 만기 당일 청산 가능성이 있지만 대량매도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9일 기준 순차익잔고는 -2조5327억원 수준으로 지난달 만기 때보다 1조226억원이 늘어났지만 이후 순차익잔고가 횡보양상을 보이며 잔고상 부담은 줄었다”며 “다만 최근 이틀 동안 단기 차익거래 세력이 유입돼 만기당일 청산가능성은 합성선물 가격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말 배당관련 비차익 프로그램매수 등 우회적인 요인들이 많아 대규모의 청산 가능성은 낮다. 다만 국가지자체 차익거래로 유입된 물량과 시장 베이시스 급등락에 주의해야 한다”며 “시장 베이시스 0.3 이하면 장중 매도, 0.8 이상이면 장중 매수가 예상된다”고 조언했다.
◆“연말배당 차익매수, 랠리 여력확보에 긍정적”
매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요인은 연말배당이다. 단기 청산은 선호하는 국가지자체와 증권·투신의 차익거래 진입 물량만 주의하면 옵션만기 충격 자체는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문주현 연구원은 “국가지자체 물량과 증권 및 투신의 무위험 차익거래 물량을 경계해야 한다”며 “또 지난달 만기 이후 비차익 매수의 집중한 외국인 동향과 함께 선물매수도 이어졌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연구원은 “다만 합성선물에서 뚜렷한 포지션이 발견되지 않고 있어 오늘 합성선물과 연계돼 매물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며 “만기 이후 연말 배당을 노린 차익 매수의 본격적인 유입이 시작될 것으로 보여 오히려 이번 만기에 충격이 발생하면 연말 차익매수 랠리를 위한 여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10일 옵션만기일과 공매도 금지 해제가 겹쳐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신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콜옵션 고평가에 따른 컨버전(선물매수+합성선물매도)이 강세를 보여 프로그램 매도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공매도 재허용으로 외국인 자금의 비중이 높아져 증시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해제 자체는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외국인의 거래비중이 높아져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사망? ‘소문은 소문일 뿐’
11월 옵션만기일 시장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은 온갖 ‘헛소문’에 심난한 날들이 이어졌다. 9일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망설이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뒤흔든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앞서 8일 최태원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보전과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SK그룹 본사와 계열사 임직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다. 9일 최 회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언론사와 경찰, SK그룹 등에는 진위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빗발쳤다.
SK그룹의 공식해명으로 루머는 진정됐지만 이미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포기설 등 미확인 정보가 난무해 주가는 요동쳤다. 9일 코스피 시장에서 SK텔레콤은 전일 대비 0.99% 오른 15만3000원, 하이닉스는 4.13% 내린 2만2050원에 장을 마쳤다.
8일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설이 불거지며 장 막판에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오르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 역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보도를 내놓으면서 헛소문으로 드러났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옵션만기일 직전 지수하락을 노린 세력의 ‘꼼수’로 보고 있다. 최창규 연구원은 “매달 옵션만기를 앞두고 여러 유언비어가 나돌지만 소문 자체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특히 연말에는 주식 배당 때문에 만기일에 차익매도보다는 차익매수가 많아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