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71년 만에 가을 기온이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기상청 발표가 있었던 지난 3일, 서울을 벗어나 한 시간 반 남짓 달려 평택 나들목을 빠져나오니 눈앞에 은행나무 길과 논 군데군데 놓인 볏짚을 말아놓은 덩어리가 도시생활을 잠시 잊게 만든다.
국도를 따라 30여분을 더 달렸다. 충남 아산시 영인면 창룡리에 위치한 삼양밀맥스 아산공장 표지판이 나타났다. 공장 주변은 농촌이지만 농가가 드물어 공장직원 외에는 인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은 주변에 공장만이 들어서있어 간혹 지나가는 차들을 볼 수 있었지만, 지난 1994년 삼양밀맥스 공장이 처음 자리 잡았을 때만 해도 주변은 허허벌판이었을 것으로 짐작됐다.
국도를 벗어나 공장으로 이어진 외길을 1~2분 정도 달렸을까. 만화에 나올법한 성을 연상케 하는 밝은 회색 바탕의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삼양밀맥스라는 공장명과 함께 새겨진 알록달록한 로고(CI)는 차가운 시멘트나 컨테이너 공장이었을 것이란 예상을 기분 좋게 빗겨갔다.
◆국내 첫 홈메이드믹스 탄생지
공장보다 오르막에 위치한 입구에 서서 바라보니 공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총 5만㎡의 삼양밀맥스 아산공장 부지에는 2개동의 공장이 들어서있었다. 공장 입구에서 바라봤을 때 좌측은 삼양밀맥스라고 쓰여진 제분 공장, 우측은 큐원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프리믹스 공장이다. 밀가루가 이동하는 파이프(관) 하나가 이 2개 공장동을 잇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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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영인면에 자리 잡은 삼양밀맥스 아산공장. 이 공장은 제분공장과 국내 최초 홈메이드믹스가 탄생한 프리믹스 공장 2개동으로 이뤄져있다. |
그러나 이 프리믹스 공장이 처음부터 호떡믹스를 생산해온 것은 아니다. 지난 1996년 제분 공장 내 프리믹스 생산라인 설치로 시작해 튀김가루, 부침가루, 찹쌀도넛가루 등 프리믹스 제품을 생산해왔으나 1999년 머핀믹스를 선보이며 본격 홈메이드믹스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국내 수요와 수출이 확대되면서 2005년 1월 현대화된 설비를 갖춘 현재의 공장이 준공된 것이다.
◆식품위생 ‘최우선’…일과 20~30%가 점검
이들 제품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프리믹스 공장에 들어섰다. 공장직원은 프리믹스 공장에 들어서면서 공장을 나설 때까지 따라다니며 ‘위생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위생을 중요시하는 만큼 공장을 잠시 둘러보기 위해서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했다. 위생복과 위생모, 덧신착용 후 에어샤워실에 들어가 살균소독, 손세척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생산라인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프리믹스 제품 생산은 공장 꼭대기층인 4층에서부터 1층으로 내려오면서 이뤄지는데, 층별 엘리베이터 옆마다 이물제거기를 설치해 층간 이동시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오염 우려마저도 불식시키고 있었다.
또 사람에 의한 오염뿐 아니라 원료와 생산과정에서의 위생도 철저히 관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리믹스 제품의 주원료인 밀가루는 제분공장에서 파이프를 통해 들여오고 있었는데, 제분공장에서 이미 완제품 상태인 밀가루를 보내지만 프리믹스 공장에서는 철저한 위생 관리를 위해 또 한 번 체질해 이물 검사를 한 뒤 사용하고 있었다. 설탕 등 부원료 역시 수십 차례 체질을 통해 이물 검사를 한 뒤 제품생산에 사용한다고 했다.
프리믹스 공장 김영조 생산팀장은 “안전한 식품과 철저한 위생을 위해 원료 검사뿐 아니라 부원료를 공급하는 업체를 직접 방문해 위생을 관리∙감독하고 있다”며 원료의 근본적인 위생관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 “전체 일과비중의 20~30%를 생산설비 등 점검에 두고 있다. 전담자를 두고 하루 5회 이상 이물 등을 점검 하고 있다”며 “제품생산보다 현장을 관리∙체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고 덧붙였다.
◆최종 포장까지 만전에 만전
철저하고 까다로운 위생관리를 거친 원료와 생산설비들은 하루에 최대 대포장 제품 100톤과 소포장 제품 20톤 등 총 120톤의 프리믹스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프리믹스 제품 생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각 원료별 배합비는 식품연구소에서 개발돼 공장에서는 이 비율에 맞춰 제품배합∙생산만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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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종의 프리믹스 제품 부원료(미세원료)들이 바코드시스템을 통해 계량되고 있다. 계량된 원료들은 믹서실로 이동해 배합된다. |
이렇게 계량된 원료들은 관을 통해 3층 믹서실로 이동하게 된다. 믹서실에는 1100kg 용량의 통(빼치) 4대가 있는데, 각 원료들은 앞서 계량투입실에서 이 통의 용량 기준에 맞춰 배합비가 정해져 들여오게 된다. 이곳에서 각 원료들은 빠른 시간 내 골고루 배합이 이뤄진다. 배합된 원료는 다시 관을 통해 2층 SHIFTER실로 옮겨져 체질을 통해 이물검출을, 마그넷과 인라인검출기 등을 이용해 금속검출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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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합비에 맞춰 계량된 밀가루와 설탕, 부원료들은 믹서실에서 빠른 시간 내 배합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인라인 금속검출기, 마그넷 등으로 금속 등 이물을 검출하고 있다. |
드디어 모든 과정이 끝나고 제품 출고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과정을 거쳤다고 바로 출고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최종 단계가 또 남아있었다. 완제품들은 QC(Quality Control) 과정을 통해 직접 만들어 맛 등 제품 품질 등에 문제가 없을 때 비로소 출고가 이뤄진다.
김영조 생산팀장은 “프리믹스 공장은 원료관리에서부터 배합, 위생적이고 안전한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최종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고 최종제품에 대한 이력관리까지 철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료 관리부터 완제품까지 전 과정에서 위생 등 안전성을 관리 감독하는 삼양밀맥스 아산공장 직원들의 노력은 식품제조업부문 최초 ISO22000을 획득하면서 인정받았다. ISO22000은 많이 알려진 HACCP을 포괄하는 식품안전경영시스템으로 국제표준규격을 말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제품 업그레이드 지속
한편, 공장을 둘러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프리믹스 공장에서는 총 250여가지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고 했는데, 눈으로 확인한 생산라인은 소포장 라인과 대포장 라인 각각 3개로 총 6개 라인뿐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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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1층 포장라인. 공장직원들이 x-ray 등 최종적으로 금속과 이물검출 단계를 거친 완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
삼양밀맥스 이영수 경영지원팀장은 “위생과 함께 제품품질은 프리믹스 제품의 경쟁력이다”며 “프리믹스 종류는 지금도 많지만 앞으로도 고객 입맛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제품 다양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프리믹스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B2C 중심의 제품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프리믹스 제품은 명절과 겨울철 성수기를 제외한 여름시즌은 비수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름시즌을 겨냥한 제품출시와 갈수록 증가하는 호떡믹스와 브라우니믹스의 인기에 힘입어 비수기로 알려진 여름에도 성수기 대비 재고를 확보하는 등 계절적인 영향은 크게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시장이 전체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위생과 품질을 앞세운 프리믹스 공장에서 또 어떤 제품이 탄생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