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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매트릭스 제도 도입 향후 과제는…

[스페셜리포트] 한국형 금융지주사 매트릭스 발전사와 우리금융의 경우

임혜현 기자 기자  2011.11.09 08: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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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금융이 매트릭스(은행과 증권·보험·카드 등으로 분리돼 운영되고 있는 금융지주 산하 개별회사들의 공통 사업 부문을 하나로 묶어 교차·관리하는 조직 운영 방식)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행 경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하 금융기관 노조는 매트릭스 전환과 또 하나의 논제인 우리카드 분사 추진 건에서 모두 우리금융 측과 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 측은 카드 분사와 매트릭스 제도가 실시된다면 업무 혼선에 따른 비효율성은 물론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이유로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매트릭스 도입을 추진 중이나,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로 실제 진행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에상된다. 사진은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우리은행 본사.
우리금융 측 주장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각종 구조화 금융사고 및 대형 부실 등으로 2004년 이후 12조원이 넘는 막대한 대손비용이 발생해 경쟁사와 비슷한 규모를 지녔음에도 이익이 크게 뒤처지는 아픔을 반복해 겪고 있는데, 매트릭스를 도입하면 △이런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기민한 생산성을 가진 조직으로 탈바꿈할 계기로 매트릭스가 유용하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측은 △매트릭스 조직 체제를 도입하면 리스크 관리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고 본다. 개별회사의 위험관리 체계에 비즈니스유닛(BU) 단위의 위험관리 체계까지 추가돼 과거처럼 위험관리 실패로 영업 현장의 피땀 어린 성과가 사라지는 일(CDS 투자 실패 건 등을 생각해 보라)은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다. 또 △세계 100대 금융회사 중 83%가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을 정도로 이미 선진 금융그룹에서는 대세라고 보고 있다(우리금융지주 정현진 경영기획본부 전무 17일 전직원 대상 e메일).

하지만 직원들은 현재 세계경제의 침체 상황으로 인해 은행권 곳곳에서 구조조정 움직임이 있는 것과 이번 매트릭스 도입 여파가 맞물릴 가능성 때문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트릭스 도입, 단기성과 위주로 갈 가능성 농후

금융지주회사에서 매트릭스 유형의 조직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순수지주회사체제에서 금융지주회사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직접 경영, 장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비슷한 설명으로는 이철현, 금융지주회사 경영지배체제 및 노사관계 발전에 관한 연구, 고려대 고려대 정책대학원 석사논문, 2009년 2월 등).

그런데 금융지주의 매트릭스 구조 하에서는 장기 성장 목표를 설정하고 있게 마련인 은행 부문과 단기 업적 강화에 방점을 찍는 비은행영역 간에 자원배분 등을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자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예를 들어, 문명순, 금융지주회사의 경영지배구조와 노사관계, 서강대 경제대학원 석사논문, 2010년 2월).

특히 지난 8월의 감사원 감사 지적 사항을 참고해 보면, 우리은행은 예보에서 단기성과 위주의 MOU 관리로 공적자금 지원 금융기관의 무리한 업무추진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은행이 경영실적을 과다 보고하는데도 그대로 인정하는 등 MOU 이행실적 점검이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는 등 전반적으로 MOU 추진에 있어 무리수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여러 연구 결과에서 예상하는 은행은 장기적 추진+비은행은 단기적 목표라는 구도만으로도 매트릭스의 난제가 있는데, 이 위험성 자체보다 더 큰 내재적 한계가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같은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입에 오르내리는 신한지주와도 상황이 다르다. 신한지주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신한 사태를 수습할 정도로 오너십이 마련된 민영 금융기관이며, 우리금융은 정부 당국의 공적 자금을 받아 대주주 입김(예금보험공사)을 받는 특이한 구조로서 매트릭스를 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는 풀이다.

물론 지주의 이팔성 회장이 MOU를 추진하는 상황이고 이에 은행 측 관계자들이 일부 반발하는 듯한 구도임에도 원활히 추진될 일말의 가능성을 예상할 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지주와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은행 구조가 신경전을 벌이는 갈등 상황에서 매트릭스가 추진되는 사정은 특별히 적절한 추진을 예비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하나금융지주는 그룹 전반에 강한 지도력을 발휘해온 김승유 회장을 중심으로 가장 저돌적으로 매트릭스 시스템을 추진해 왔고, 2008년 가을 추진 경과를 보면 KB금융지주는 절충형 매트릭스의 구상으로서, KB금융 황영기 당시 회장은 그룹 총괄 및 비은행 부문을 맡고 국민은행 강정원 당시 행장은 은행 부문을 담당한다고 알려졌다.

아울러 KB금융 사장이었던 김중회 당시 사장은 코퍼레이트센터인 그룹지원 부문을 지휘한다는 그림이 논의됐었다. 하지만 이러한 그림은 황 회장의 원대한 구상(“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임직원들에게 시너지 평가에 따라 적절한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여하겠다”는 구상)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조명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KB 특성상 은행의 지분이 큰데, 이를 외부인인 황 전 회장 못지 않은 강한 권한을 가진 강 전 행장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지도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던 점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당국의 의중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은행 행장 선임 과정 등을 볼 때, 현재 이야기되는 갈등 이상으로 향후 매트릭스 추진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회장이 구심점이 되는 것이 매트릭스 발전에 논리상 가장 좋은 모델인지는 차제에 논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한국형 금융지주의 매트릭스 발전사에서는 이팔성-이순우 체제는 하나금융그룹의 나름대로의 안착이나 신한지주의 매트릭스 청사진보다는 KB 황영기-강정원 체제에서의 매트릭스 구상과 미완성 쪽으로 기울 확률이 더 높다고 볼 여지가 있다.

더욱이 이런 우려는 우리금융 스스로가 적잖은 자승자박을 가하고 있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고 할 수 있다.

36쪽 첨부문서의 레터: 설명서냐 각서냐? 
 
검토해 볼 때, 매트릭스 도입은 경영의 정책 판단이라고 할 것이다. 경영판단에 대해서는 과거 미 연방대법원의 Stewart 대법관이 △ 근무시간, 작업량 할당, 안전수칙 등 근로조건에 명확하게 영향을 미칠 판단으로서 의무적 교섭대상에 해당하는 경영판단 △광고비 지출, 제품 도안 결정 등 운영과 관련된 판단으로서 의무적 교섭대상이 아닌 경영판단 △사업 영역과 방향의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의무적 교섭사항에 해당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판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Fibreboard Paper Products Corp. v. NLRB, 379 U.S.203(1964)).

여기에 비춰보면, 매트릭스 도입으로 인한 근로자 지위의 변화는 대략 세번째나 첫 번째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매트릭스 자체는 경영판단으로서 재량에 들어간다고는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업무의 가중 등을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7년 4월1일, 노동부 해석 노조 01254-317 등을 보면, 단체교섭은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을 위한 사항에 대하여 단결력을 배경으로 사용자와 교섭하는 것이라고, 또 단체교섭의 대상은 사용자가 처리 또는 처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경영권 혹은 인사권에 속하는 사항도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단체협약의 대상이라는 법원의 입장(대판 1994.08.26, 대법 93누8993)도 이와 같은 상황으로 보인다(“사용자의 경영권, 인사권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할지라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과도 밀접한  …부분으로서 사용자의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지므로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예를 들어 매트릭스 등에 버금가는 주요 노동 이슈인 연봉제와 비교해 보더라도, 노조가 연봉제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정부부처의 해석도 있었다는 것이다(1996.07.26, 노조01254-776).

따라서 우리금융의 매트릭스 도입 건에서 노사가 갈등을 극심히 빚는 사정은 충분히 교섭이 필요한 여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우리금융은 정현진 전무의 전체 메일 등으로 갈등을 봉합하려 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스스로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6쪽의 설명 자료까지 첨부한 이 e메일에서 정 전무는 매트릭스 도입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은 없으며 오히려 영업 강화 차원에서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는 게 요지인데, 이러한 뜻을 고위 임원이 밝히는 것은 문제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일종의 각서인지, 설명서인지 논란이 있는 바, 각서라고 하더라도 법적인 구속력을 우리금융이 진다고 바로 연결 짓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1950년 전후 구조조정과 장기파업에서 이웃 나라인 일본 사례는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 노동사에서 적잖은 비중을 갖고 있는 일명 토요타자동차 각서 사건에서, 2차대전 전후에 ‘닷지 라인’의 실시가 수요의 급격한 위축으로 이어졌고, 경영환경 악화로 이어진 바 있다. 이는 기업의 구조조정 실시로 연결돼 갈등을 빚었다.

노조는 ‘각서’ 불이행에 대해, 회사 측이 제시한 경영재건안 반대 등을 이유로 쟁의 행위에 돌입했는데(64일 동안 파업이 발생함),  각서의 법적 효력은 ‘무효’ 판정된 사안이다. 그러나 경영진은 책임을 지고 퇴임 결정을 내렸고 이 조치 등을 계기로 수습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해고 없는 매트릭스? 진정성 없는 기득권 강화책 의구심

각서의 노사 관계나 분쟁에서의 사실적 의미에 대해서는 다른 사안도 있다. 1997년 8월 언론 기사들을 보면, 기아그룹(기아차는 현재 현대차그룹으로 매각)과 채권단이 김선홍 당시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의 포기각서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였다.

당시 기아그룹이 (1997년 8월4일) 사장단 회의를 열어 채권단에 김 당시 회장의 사직서를 제출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됐다.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아닌 은행에 내는 사직서가 법률적 효력이 없다는 판단이 있었음에도, 채권단의 요구대로 각서 형식의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이 됐던 것이다.

이런 전례를 보면, 기업 특히 은행권에서는 채권단 등의 권한을 행사하는 무기로 사표 등의 여러 형식을 가진 각서에 적잖은 비중을 두는 관행이 있는 것이고, 이런 문제는 상관습으로도 못 볼 것이 아니라 적잖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우리금융의 현재 이러한 대치 상황에서의 태도는 매트릭스 추진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하는 문제도 없지 않다. 이른바 정현진 레터에서 ‘해고 없는 매트릭스’를 논하고 있는데, 이 같은 주장의 타당성에는 의문이 없지 않다. 매트릭스 체제로 전환되는 경우 기업 조직운영상 변화로 인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연구와 학술기관을 합쳐 KAIST(과기원)을 만든 1985년 매트릭스 체제 통합(우리나라에서 매트릭스라는 용례가 언론에서 언급되는 꽤 이른 케이스) 건을 보더라도, 연구 기관과 학술(교육) 기관이 합쳐지면서 오히려 인력 수요가 줄었다(감축됐다)고 하는 등 감원 사례가 있다.

결국 우리금융의 매트릭스 도입 추진은 스스로가 가진 구조적 한계, 그리고 지주와 은행 상층지도부의 인적 구성(역학 관계) 상황으로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상당한 우려를 안고 있으며, 자승자박으로 인한 노조와의 절충적(절름발이) 매트릭스로 출범할 여지가 있다는 점 등에서 여러 우려를 낳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