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7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조정했다. 피치는 지난 2005년 10월 한국 신용등급을 ‘A+’로 상향한 이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등급전망이 오르면 1년 정도 지나 실제 신용등급도 상향조정되는 경향이 있다. 일각에서 내년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인 ‘AA-’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기적 증시 영향은 제한적”
그러나 직접적인 신용등급 상향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번 발표에 대해 증권가의 평가는 인색하다. 특히 국내 증시나 펀더멘털에도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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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피치 로고. 피치는 7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조정했다. 피치는 2005년 10월 한국 신용등급을 ‘A+’로 상향한 이후 이를 유지하고 있다. |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도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된 것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단기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수들 중에서도 국가신용등급 관련 변수는 가장 나중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평가 결과가 궁극적으로는 장기적인 호재가 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장기적 관점서 은행·건설株 주목”
특히 신용 관련 리스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은행주와 대표적인 레버리지 업종인 건설주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SK증권 배정현 연구원은 “이번 피치의 평가가 의미있는 이유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라며 “은행업종의 주가는 자체 펀더멘털보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의해 크게 좌우됐던 만큼 은행주의 센티멘트(감정) 개선에 상당히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 역시 “국가신용등급과 은행신용등급은 서로 연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발표는 은행주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센터장은 “은행주는 지난 몇달 동안 유럽 재정위기 우려 등의 영향으로 성과가 좋지 않았지만 신용등급 전망상향을 계기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 박형렬 연구원은 “대형 건설사의 경우 전체 매출의 40~50%가 해외부문에서 발생하지만 최근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종 주가는 약세 흐름을 보였다”며 “이는 실적개선보다 유동성 우려가 우선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따라서 건설업종 주가 상승 요인이 실적보다 유동성에 우선한다고 볼 때 이번 신용등급 전망 상향은 원화 강세와 장기금리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에서 건설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화강세, 외국자금 순유입 등 투자심리 개선 기대
이번 피치의 등급전망 상향이 단기적인 증시상승 등 크게 빛을 발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안정과 국채금리 하락 등 견조한 개선 효과는 충분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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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원은 “이번 발표 이후 글로벌 채권자금이 우리나라 등 펀더멘털이 양호한 신흥국가로 이동하는 데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등급 전망 상향이 실제 등급상향에 대한 기대로 이어져 원화강세 기조가 안정되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해외채권 발행 은행의 CDS프리미엄 축소로 해외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하고 △환율 변동에 대한 기업의 환리스크 관리비용이 줄어 자산건전성 제고가 기대되며 △국내 은행의 해외법인 관련 외화환산차손과 외화대출에 대한 충당금 감소 효과로 국내 은행의 신인도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8일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7분 현재 1114.70원으로 어제보다 7.30원(-0.65%) 내린 가운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전일 그리스 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그리스발 위기가 진정 국면을 맞았다는 안도감과 피치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일 유로화가 약세로 마감했고 유럽의 정국불안이 이탈리아로 확대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투자심리도 방어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