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여야가 한미 FTA 비준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는 서한을 한나라당 의원 168명 전원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져 야권이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수석은 서한을 통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ISD 규정이 우리 사법 주권을 미국에 넘겨주는 것이라는 주장이 일면서 FTA가 반미 선동 도구가 되고 있다”며 “ISD 문제는 자본주의와 자유무역을 존중하는 보수정당 한나라당이 지켜야 할 가치로 반대시위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미 FTA의 신속한 비준이 필요하다”고 이른바 ‘색깔론’을 끌어들였다.
사정이 이렇자 야권은 “ISD에 대한 문제제기를 두고 반미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색깔론을 끌어들였다” “자신의 근무지를 백악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김 수석의 발언을 ‘망발’로 규정, 강력 성토 중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미FTA비준동의안 강행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북한까지 끌어들이는 김효재 정무수석의 헛소리에 어이가 없다”면서 “특히 국민의 합리적인 ISD에 대한 문제제기를 두고 마치 반미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색깔론을 끌어들이는 것이 청와대 정무수석의 역할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효재 수석은 한미FTA가 이미 맺은 80개 투자협정과 법적 지위가 명백히 다르다는 기본적인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한미FTA비준동의안 강행처리를 즉각 포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노당 신창현 부대변인은 “김 정무수석의 주장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김 정무수석이 자신의 근무지를 백악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망발을 늘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의 최고권부에서 일하는 정무수석의 주장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정무수석이 이렇게 친미사대편향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국익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김 정무수석이 정말로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싶다면 우리나라가 아니라 차라리 미국으로 가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그는 “정국을 안정시켜야 할 정무수석이 날치기 독려를 통해 정국을 파행으로 내몰고 있으니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 떠나는 것”이라면서 “거듭 주장하지만 ISD는 우리의 입법권과 경제정책 결정권을 미국에 갖다 바치는 독소조항 중의 독소조항으로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절대로 이런 독소조항이 담긴 한미 FTA를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들어 내놓고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김효재 정무수석은 당장 공직을 내놓고, 그렇게 떠받드는 미국으로 가서 대접받으며 가치를 지키고 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그때까지는 비준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청와대의 이 같은 주문이 작용함에 따라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상임위 처리가 오늘 시도될 가능성이 높아, 여야 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