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방미 당시 사용했던 연설문의 초안을 미국 연설문 작성업체인 ‘웨스트윙라이터스’에 의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야권의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이 대통령이 미 의회와 상공회의소 등에서 행한 연설의 원고는 ‘외국로비공개법’에 의해 등록된 연설문 전문회사가 작성해 준 것으로,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4만6500달러의 비용을 지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가의 철학과 가치가 담겨야 할 대통령 연설문을 상대국 ‘로비업체’에 의뢰하고, 거기에 국민의 세금까지 낭비한 상황을 우리 국민이 도대체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청와대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외국 전문업체에 맡겨야 할 만큼 우리 공무원들의 수준을 낮게 본 것도 문제지만, 외국 로비업체가 작성한 연설문에 대한민국의 가치와 국익이 제대로 반영되었을 리도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은 미 의회 연설에서 5번의 기립박수를 포함해 모두 45번의 박수를 받았다는 사실에 만족해하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그 ‘파안대소’가 국격을 팔아넘긴 대가였다는 속사정을 알고 난 국민은 수치심과 분노를 함께 느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면서 “매번 정부나 청와대 스스로 외교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으니, 정부의 외교력은 물론이고 한미 FTA 등 정부 협상력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이러한 일이 어떠한 결정 과정과 누구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청와대는 매번 반복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행태로는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납득할만한 소상한 해명과 함께 대한민국 국격을 떨어뜨린 행위에 대해 국민 앞에 죄송한 뜻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노당 신창현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신념이 아무리 뼛속까지 친미라고는 하지만, 연설문조차도 미국산(産)을 좋아하는 것인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공식적인 외국 방문에서 대통령의 연설은 나라 전체를 대표해서 하는 것으로 나라를 대표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를 청와대나 정부가 직접 작성하지 않고 일개 로비업체에게 맡겼다니, 무책임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신 부대변인은 또 “더군다나 지난 번 대통령의 방미 연설은 낯뜨거울 정도로 미국 의회의 FTA 비준을 예찬하기에 바빠, 과연 대통령의 연설인지 FTA 로비단체 대표의 연설인지 분간이 안될 지경이었다”면서 “나라의 주권과 국익에 따라 FTA 문제를 대해야할 대통령이 미국의 로비업체에게 연설문을 맡겼으니, 이런 엉뚱한 연설문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에 “결국 이는 대통령과 정부의 대미 외교에 대한 관점이 너무도 뒤틀리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과, 한-미 FTA 비준의 기준이 우리 국민이 아니라 바로 미국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면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대통령 연설을 미국로비업체가 작성한 굴욕적 외교행태에 대해 사죄하고, 본인들의 친미적 신념에 입각한 FTA 강행처리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