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국빈방문시 백악관, 의회, 상공회의소에서 행한 연설은 미국의 ‘로비업체’인 웨스트윙라이터스가 초안을 작성하고 수정한 것으로 밝혀져,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해당 업체가 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해준 대가로 4만6500달러(우리돈 약 52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법무부의 외국로비공개법에 따라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연설문 작성업체인 ‘웨스트윙라이터스’는 주미 한국대사관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을 만들고 수정까지 직접 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이 같은 사실을 ‘웨스트윙라이터스’가 지난달 19일 미 법무부에 ‘주미 한국대사관과의 계약서’를 법에 의거,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신고 내용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 대통령의 방미 한달 전인 9월 말께 이 대통령의 연설문과 관련된 3건의 계약을 주미 한국대사관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미 상·하원 합동회의(1만8500달러), 미 상공회의소 연설문 초안 작성 및 수정비용(1만달러), 백악관 사우스론 공식 환영행사 연설문(6000달러),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최 백악관 국빈 만찬 연설문(6000달러),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국무부 오찬(6000달러) 등 5개의 연설문 초안을 작성한 대가로 4만6500달러(약 5200만원)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이 방미 기간 동안 미국인에게 감동을 줬던 수많은 연설문은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작품이 아니라 미국의 로비업체의 작품이었던 셈.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연설문을 작성할 때 주미 대사관의 도움을 받지만, 그대로 최종 연설문에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 달 13일(현지 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우리(한국과 미국)는 ‘피로써 맺어진 동맹’이다. 특히 이 자리에는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함께하고 있다”며 한국전 참전 의원 4명을 일일이 거명했고, 이에 따라 상·하원 의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기립박수를 보낸 바 있다.
당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3년 만인 이날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뜨거운 호응 속에 약 45분간 진행됐으며 이 대통령의 입장과 퇴장 때를 포함해 모두 45차례나 의원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45차례 박수는 오바마 정부 출범 후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한 외국 국가원수 가운데 최다 기록으로 확인됐다.
누리꾼들은 “대통령 연설문은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담당하거나, 홍보수석비서관실에서 상의해 작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연설문 하나 쓸 인재가 청와대 내부에 없다는 말인지 한심할 따름”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외교적 실수’라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누리꾼들은 관련 뉴스 댓글 등을 통해 “확실한 국격 추락행위” “한미FTA를 전면재검토하고 19대 국회에서 재논의해야 하는 결정적 이유” “그러면 그렇지. 미국이 한국에게 박수 보낸 이유 있었네”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강행처리를 포기하고, 미국에 전면재협상을 요구하세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뭔가 단단히 속은 기분”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인가” 등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