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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호 금투협회장 연임반대” 속사정…단지 친MB라서?

퇴진 요구에 황 회장 측 “공개검증 받겠다” 전면대응 시사

이수영 기자 기자  2011.11.04 16: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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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내년 1월 한국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신임 회장 선출을 앞두고 현 황건호 회장이 강력한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등 금융계 노조가 공개적으로 황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나친 친정부적 성향과 전문성 부족이지만 이면에는 복잡한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노조 측이 황 회장에 대한 공개검증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관련해 최근 황 회장 측은 “합리적인 검증이라면 받아들이겠다”며 전면대응을 시사했다.

여의도 증권가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금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최근 관계 노조 단체가 일제히 황건호 회장에 반기를 들었다. 황 회장은 2004년 금투협 전신인 한국증권업협회 수장에 등극, 2009년 통합 설립된 금투협 초대회장을 맡아 사실상 8년 동안 조직을 이끌어온 거물이다. 회장 임기는 내년 2월에 끝나지만 현재까지는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노조 “특정 후보지지 없다”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전국민주금융노동조합, 전국민주금융노동조합협의회 등 관련 노조단체들이 지난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황건호 회장의 연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성명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즉각 사퇴를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장.
노조 측은 “업계 주요이슈 및 입장 대변에 소홀히 하면서 장기 집권해온 황건호 회장은 즉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며 “최근 수년 간 증권업 중심으로 한 금융투자업계의 영업환경이 급속하게 악화됐지만 황 회장은 수년간 업계의 입장에 대해 일언반구 얘기가 없었다. 오히려 최근에는 정부 여당의 정책을 대변하는 기구로 전락해 회원사에 ‘금융인 안보교육지침’ ‘G20 정상회담 홍보’ 등에만 열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투협 회장의 역할이 정부·여당의 입장이나 대변하는 정치적인 자리로, 업무적으로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2중대의 지위로 전락했다”며 “최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주가워런트증권(ELW) 사건과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황 회장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을 밝힌 것은 협회장 선거를 의식한 불순한 행동”이라고 성토했다.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구희득 본부장은 “황 회장의 연임은 절대불가라는 게 노조 입장”이라며 “자격도 없고 대표자로서 본래 임무를 못한 사람이다. 재선을 꿈꾸는 건 언감생심이며 본인이 알아서 지금 물러나야 한다”고 못 박았다.

노조가 요구하는 차기 협회장으로서의 자질은 ‘업계 대표로서의 전문성’으로 요약된다. 노조가 특정 후보를 내세우지는 않겠지만 황 회장만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구 본부장은 “정부에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조정과 자율규제에 능한 전문가가 다음 회장이 돼야 한다”며 “총회 과정에서 노조는 후보선출 내용과 선출 경과에 대해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검증 시기·내용은?

특히 노조 측이 황건호 회장의 업적과 관련한 공개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관련해 그 시기와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조 측은 회원사(금융투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 등을 통해 황 회장의 업적과 관련한 검증에 착수하겠다고 25일 성명에서 밝혔다.

구 본부장은 “아직 설문항목 등 구체적인 검증 내역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내용이 확정되는 즉시 실행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 측은 “합리적인 내용이라면 얼마든지 응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간 황 회장과 협회 측은 증권노조의 반대 성명과 협회장 연임 등 관련 사안에 말을 아껴왔다.

금투협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 처음엔 당장 사퇴하라고 압박하더니 공개검증을 하겠다고 한다. 이를 통과하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검증내용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면 얼마든지 응할 수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증권사 ELW 특혜사건 공판과 관련해 협회가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억울한 면이 많다는 게 황 회장 측 입장이다. 황 회장은 4일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의 결심공판에 직접 참석해 업계 상황을 대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관계자는 “사건이 불거지자마자 협회 차원에서 해당 증권사 TF팀과 접촉해 대응방안을 상세히 논의하고 대책 마련에 집중했다”며 “공개적으로 이를 언급할 수 없었던 것은 자칫 검찰을 자극해 재판에 불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협회로서는 회원사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을 들였으나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부담이었다는 얘기다. 황 회장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업계가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바란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이날 공판이 마무리되자 노정남 사장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위로를 건넸다. 황 회장은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증권사들이 그간 국내 자본시장을 위해 노력해 온 길을 피고인들이 군더더기 없이 잘 대변했다”며 “결과가 좋게 나와 앞으로 공판에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스트 황건호’ 하마평은?

황 회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누가 금투협 새 수장이 될지도 관심 사안이다. 현재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성태 전 대우증권 사장과 윤태순 동부자산운용 사외이사, 전홍렬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 업계 현직 인사로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이 꼽힌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과 관련해 정관계 인사가 영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사장은 LG투자증권과 대우증권 등을 거친 베테랑 증권맨이라는 점에서 하마평에 오르고 있으며 윤 사외이사는 전 자산협회장으로 앞서 초대 회장 선출 과정에서 황건호 회장과 경합을 벌인 바 있다.

전 사외이사는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재직 중이며 금융감독원 증권부원장을 거친 전문가다. 2008년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선정된 경력도 있다. 현직 증권사 대표로는 김지완 사장이 꼽힌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ELW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몇 안 되는 인물이라는 점과 업계 원로라는 점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편 금투협은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업협회 등이 2009년 통합돼 출범한 금융단체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거래회사 등 금융투자사 등의 대표로 2011년 현재 281개 회원사 소속돼 있다. 금투협회장은 임기 3년의 상근직으로 총회에서 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을 거쳐 선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