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취업난에 허덕이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억대 연봉을 보장받는 선망 직종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고차원의 정신노동에 시달리는 만큼 이직도 잦은 편이며 특히 두 달여를 남긴 올 한해는 이들의 이직과 관련한 소식을 어느 해보다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이들의 이직은 사내 분위기와 업종판도 변화, 업계 내 인지도에 따른 처우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업황이 호조를 보이면 해당분야 애널리스트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늘어 인지도와 몸값이 올라가는 동반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고된 두뇌노동에 따른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업계를 떠나는 애널리스트들이 증가하는 추세라 당분간 이들 연구원들은 각 증권사에 'MUST HAVE' 아이템이 될 듯하다.
◆이름 날린 애널리스트들, 지금은 어디로?
올 한해 애널리스트 이직 이슈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으며 둥지를 옮긴이는 고수 중에서도 최고수로 꼽히는 이종우 센터장이다. 1989년 금융투자업계에 전략 분석가로 처음 이름을 알린 이 센터장은 14년이 지난 2003년 국내 최연소 리서치센터장에 올랐고 현재까지 최장수 리서치센터장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이런 센터장의 이동이니 당연히 세간의 관심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솔로몬투자증권의 끈질긴 구애 속에 이 증권사 센터장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 자리엔 한화증권 우영무 리서치센터장이 자리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의 이명훈 연구원도 HMC투자증권으로 이동했다. 현대차그룹 증권사로 자동차 부문의 연구원의 필요하던 HMC투자증권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는 게 증권사의 설명이다.
한화증권은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팀 이사를 리서치센터장으로, 심규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을 영입했다. 한화증권 박현 연구원과 SK증권 김미현 연구원, 토러스투자증권 원재웅 연구원은 동양종금증권으로 새 일터를 잡았다.
또 하이투자증권에서 자동차를 담당하던 최대식 연구원은 지난 7월 B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옮겼고 이 자리는 IBK투자증권의 고태봉 연구원이 대신했다. 삼성증권은 크레디스위스 한국 리서치센터장 출신인 윤석 전무를 신임 리서치센터장에 앉히고 김동영 우리투자증권 퀀트연구원도 데려왔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5월 대우증권의 양기인 리서치센터장 영입을 필두로 메리츠종금증권에서 투자전략을 맡던 심재엽 연구원과 대우증권 신민석 연구원, LIG투자증권의 최중혁 연구원, IBK투자증권의 윤창용 연구원으로 알찬 진용을 꾸렸다.
현대증권은 SK증권의 석유화학 담당 백영찬 연구원과 하이투자증권 건설 담당 김열매 연구원을 영입했다. IBK투자증권에서 근무하던 박승영, 오창섭 연구원은 각각 토러스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으로 간 대신 HMC투자증권의 자동차 부문 안세환 연구원과 흥국증권 제약 부문 김현욱 연구원이 합류했다.
아울러 대신증권 손세훈 연구원과 현대증권 조수홍 연구원은 우리투자증권으로 일터를 바꿨고 남대종 연구원은 SK증권에서 하이투자증권, 변한준 연구원은 우리투자증권에서 KB투자증권, 최지혜 연구원은 메리츠종금증권에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로 명단을 다시 올렸다.
◆1490명 애널들, 계약직 근무 등으로 이직 유혹 참기 힘들어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협회에 등록된 국내 62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모두 1490명이다. 지난해 말 1575명에 비해 85명 줄었지만 애널리스트 등록제를 처음 시행한 2004년 800명에 비하면 여전히 두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 중 20명 이상 애널리스트를 보유한 증권사는 모두 27개사에 이른다. 애널리스트가 30명 이상인 곳은 19개사다.
가장 많은 애널리스트가 있는 곳은 삼성증권으로 90명의 연구원이 운집해 있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과 각각 82명, 81명으로 뒤를 잇고 있으며 현대증권은 66명, 한국투자증권은 64명, 신한금융투자는 62명으로 연구원 수가 많은 편이다.
이외 동양종금증권과 대신증권, 한화증권도 50명이 넘는 애널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월 자본시장연구원 이석훈 연구원이 발표한 '애널리스트 성과와 이직 간의 관계분석'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많은 증권사 연구원들은 경력과 분야에 맞는 정보전달 및 처우개선을 위해 다른 증권사로 이직을 결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타 증권사로 이직한 애널리스트 비율은 연간 전체 애널리스트의 10% 전후로 파악됐다. 이는 타 산업 평균 이직률인 2.5%와 비교해 4배나 높은 수치다.
이들은 대부분 계약직 형태로 근무해 타 증권사의 이직 제의에 유인될 확률이 높았으며 증권사들 역시 경력직 애널리스트의 수요가 부족해 경쟁적으로 이직을 부추긴 것으로 조사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친구들도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애널리스트의 업무 강도보다는 높은 연봉을 먼저 떠올린다"며 "화려해보이지만 주 6일 12시간 정도 근무에 국내외 변수라도 생기면 그나마 휴일도 반납해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62개의 증권사가 상존하다보니 애널리스트 간 경쟁도 어느 세계보다 치열하고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로 펀드매니저가 주문을 내야 실적이 올라가기 때문에 의외로 눈치 볼 일이 많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다만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참조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면 고생한 만큼의 물질적 정신적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직업으로서의 매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