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주식워런트증권(ELW) 특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4일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과 김병철 전무에게 각각 징역 2년6월과 2년을 구형했다. 총 12개 증권사와 대표이사 등 임원 25명에 대해 기소가 결정된 상황에서 내려진 첫 구형이라는 점에서 다른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은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합의27부 김형두 부장판사)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증권사 대표와 고위 임원으로서 자사 점유율과 수수료 수익에 혈안이 돼 일부 초단타매매자(스캘퍼)의 편의를 봐주고 일반투자자들의 공정한 거래 기회를 박탈한 것은 심각한 위법 사안"이라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1심선고는 오는 28일 오후 3시로 예정됐다.
이날 열린 결심공판에는 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 등 증권관계자 수십여명과 취재진이 몰려 사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 자리에서 전용선 제공 등 사건 관련 쟁점 사안에 대해 마지막 설전을 펼쳤다. 검찰 측은 "자본시장법에서는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에게 신의성실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런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증권사들은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특정인의 주문 우대 처리는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그럼에도 피고(대신증권)는 스캘퍼가 거래소로 주문을 빨리 전송하도록 내부 전산장비를 차별적으로 제공했고 여기에 수수료를 감면해주는 등 일반투자자와 확연히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스캘퍼들은 이익을 얻은 반면 일반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측이 재판과정에서 이 같은 차별대우를 당연시 여기는 태도도 도마위에 올랐다. 검찰은 "피고가 재판과정에서 미안한 마음이나 반성보다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자신들과 비교하며 '우수고객 특혜'를 운운하는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증권사들이 일부 스캘퍼를 대상으로 알고리즘 매매프로그램과 전용선, 가원장 체크, 시세정보 우선 제공 등의 부적절한 편의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기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이 업계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저질러진 억지라고 맞섰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시간우선의 원칙'이라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주식 거래 주문 방식이 다양한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접수된 내역이 먼저인지 가려낼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주문처리속도를 일관화해 순서를 매긴다는 것은 국내 자본시장의 시계를 수십년 전으로 돌려놓자는 이야기"라며 "이번에 쟁점이 된 전용선 제공 등의 거래 방식은 직접전용주문(DMA)의 일종으로 전세계 거의 모든 거래소들이 속도경쟁을 펴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보편화된 시스템"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피고인 노정남 대신증권 대표이사와 김병철 전무는 재판장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억울한 심경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표이사는 "대신증권 대표이사로서 그동안 준법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해당 서비스에 대해서는 결제 이전에 준법감시인 등을 통해 문제가 없다는 확답을 받고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법원이 시장의 현실을 잘 헤아려 증권사들이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전무 역시 "20여년 간 대신증권에서 IT 전문가로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고 업계에서 대신증권의 IT서비스가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며 "문제가 된 주문접수 시스템은 기존에 제공해왔던 것과 동일한 것인데 형사적으로 문제가 될 줄은 기필코 몰랐다. 부디 현명한 판단으로 상당수 증권사 임직원들이 회사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헤아려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ELW 특혜제공 사건은 대신증권을 비롯해 대우, 삼성, HMC, 유진, LIG, 한맥, KTB, 이트레이드, 우리, 신한, 현대증 권 등 총 12개 증권사가 기소됐으며 해당 재판은 4개 재판부에서 나눠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