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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1조600억대 유상증자 '기묘한 결정'

"현금유동성 충분한데 대규모 자금 끌어들이는 속내가…"

이수영 기자 기자  2011.11.03 18: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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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3일 오전 유상증자설에 시달리던 LG전자가 이날 오후 6시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유상증자 사실을 인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900만주(예정 발행가 5만5900원)를 신주 발행한다고 이날 결정했다. 증자비율은 11.7%이며 20%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증자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이뤄질 예정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되는 자금은 총 1조621억원이다. LG전자 측은 조달자금 가운데 6385억5300만원을 시설자금으로 투입되며 나머지 4235억4700만원은 R&D투자 등 운영자금으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주배정기준을은 오는 19일이며 발행예정 신주의 20%에 해당하는 380만주는 우리사주조합원 우선배정분으로 정해 오는 24일 하루동안 청약에 들어간다. 구주주에 대한 청약은 다음달 20~21일까지 이틀 간 진행된다. 신주에 대한 납입은 다음달 28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 9일이다. LG전자의 유상증자 대표주관사는 우리투자증권이 담당한다.

◆“필요도 시기도 불분명한 유상증자”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번 유상증자 결정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분기까지 차입금 규모는 5500억원으로 기말 기준 2조75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 상황에서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데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배경이 드러나지 않은 탓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LG그룹주의 동반 폭락이 두드러졌다. LG전자가 1조원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앞서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보도되며 ‘LG발(發)충격’이 국내 증시를 흔든 것이다.

3일 코스피 시장에서 LG전자 주가는 전일대비 9800원 떨어진 6만1600원으로 마감했다. 어제보다 13.73%나 빠진 수치다. 뿐만 아니라 그룹주 전체가 동반 추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주)LG는 전일대비 9.89%, 6100원 하락한 5만5600원을 기록했고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등 자회사도  각각 -4.46%, -6.32% 급락했다.

지난달 S&P는 LG전자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강등했고 무디스와 피치도 LG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이자와 원금 상환의 부담이 따르는 회사채보다는 유상증자로 추가자금 확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모기업인 LG그룹의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도 추가출자 가능성을 높인다.

희박하지만 일부에서는 LG전자에 유동성 위기에 빠진 자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다른 계열사의 유동성 악화를 떠안을 이유가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